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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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읽고 싶어 구입한
조정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교보 나간 길에 사서 들고 오려고 보니
욕심껏 담은 장바구니가 너무 무겁더라고요.

오프라인 서점에 가니 한 켠에
조정래 문학공원이라고 꾸며놓은 매대 발견.
온오프라인 모두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책이죠.


책동아리 회원분께서 먼저 읽고 추천을 해 주셨는데,
사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길래
저도 무척 기대했던 작품이예요.
양장본으로 되어 1,2권 함께 들으면 꽤나 묵직합니다.



해냄출판사, 정글만리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작가 조정래의 차갑고도 뜨거운 시선
[풀꽃도 꽃이다]

1,2권 각각 400여 페이지라 분량이 꽤 됩니다만,
소설이라서 금방 읽히긴해요.
(이것과 함께 산 책들은 아직 손도 못 대고 있거든요.)


서평 쓴다고 책 갖다놓고 앉으니 찬이도 궁금한지
책에 관심을 갖네요.
표지 그림에 초록빛 풀이 가득하니 자연스레 손이 갔나봐요.



따로 무슨 소개나 설명이 필요할까 싶은 조정래 작가.
조정래 작가, 하면 일단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떠오르지요.
  문학 인생 45년을 담은 산문집도 내시고,
청소년을 위한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김구] 등의 위인전도 쓰셨네요.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작품이 번역되기도 하고,
영화와 뮤지컬, 만화, tv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기도 한 조정래 작가님의 작품들.

이번에 만난 [풀꽃도 꽃이다] 역시 연극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어요.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ㅋㅋ)


 책 읽는 내내, 작가의 연세에 청소년들의 언어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구사하시는 것에 깜짝 놀랐네요.
제 연령에도 애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을 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물어봐야 이해하는 말들이 꽤 많거든요.


그 바탕에는 아마도 고등학생, 중학생이 된 손자들과의 소통이 있지 않았겠나 싶네요.
서두에서 작가가 주인공 '강교민'이란 이름의 뜻에 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데요,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 중에 이 이름의 뜻을 소개하셨더라고요.
강력한 교육 민주화...라고 하시던데,
너무 멋지지 않나요?
작가는 20대 후반에 3년간 고교생을 가르치기도 하셨다는데,
한 마디로 주인공 강교민이란 캐릭터가 바로
작가가 지향하는 참 스승의 모델이 되는 것 같아요.


수능에 나올만한 작품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그런 선생이 아니라, 칠판 가득 저런 명언들을 써 놓고
저 글을 노트에 다 옮겨 적은 후에는 저 내용을 가지고 각자 명상을 하는 게 수업의 끝이라며 교실을 나서는
강교민 선생.

 봄이면 학교 뒷동산 숲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시 한 편씩을 낭송하게 하고, 어느 가을에는 낙엽 떨어지는 속에서 시를 한 편씩 짓게 한 후, 그것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수행평가 만 점을 날려주는 선생님.
이런 선생님을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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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문제로 강교민에게 도움을 청한 강교민의 고교시절 친구에게, 그는 스마트폰에 저장해 둔 박노해 시인의 시를 소리 내서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시 제목은 <부모로서 해 줄 세 가지>
내용이 제게 다 와 닿은 건 아니지만,
시를 읽으며 느끼게 된 것은 내 아이의 진짜 교육은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지식을 심어주는 것만이 교육이 아니잖아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은
확실히 집에서 부모를 통해 배워야하는 일이니까요.

어쩌면 우린, 우리 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못이 많다, 고쳐야 한다..이렇게 비판은 잘 하면서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 줄 것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게 만드네요.



작가의 인터뷰에서 거론된 <황홀한 글감옥>이란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조정래 작가는 누군가에게 본인을 소개할 때 그 책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추구하는 바가 딱 강교민식 교육방법이라,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책인 듯 해요.

강교민이란 캐릭터도 멋지지만, 강교민의 아내 역시 참 맘에 듭니다. 두 부부의 생각이 일치하다보니, 사교육 없이 책 읽는 아이로 키워냈고,  대기업 임원 친구가 받는 연봉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박봉을 받고 생활하면서도
"궁핍은 불행이고 초라하지만 내핍은 긍지고 자랑!"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내공이 심히 부러웠습니다.

소설의 마지막은 대치동의 밤으로 끝나는데요,
대치동 학원가에서 값 비싼 1타 강사의 강의실 앞으로 거침없이 나가
맨 앞 가운데 자리를 쇠줄을 꺼내 가방 멜빵과 의자 등받이 쇠막대를 연결해 감아 놓고
열쇠까지 채워가며 아들 앉을 상석을 사수하는 
 '엄마 임무'에 충실한 엄마의 모습.

저야 뭐 대치동 학원가에서 저 열성을 보일 경제적 능력도 없지만,
강교민의 아내가 훨씬 제대로 엄마 노릇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돈 많이 벌어 남부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걸 인생의 목표로 내걸고, 그 말을 아이들에게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풀이하는 부모를 두고, 강교민은 '고상하지 못하다' 고 질책하고 있어요.

지난 주, 고등학생 아이들에게 자신이 관심갖고 있는 진로나 직업에 대해 써 보라고 했더니 그때까지도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도 있었고,
개인사업 ceo가 꿈이라 적은 아이들도 몇몇 있었어요.
아이들이 적은 것의 공통점은 돈을 많이 버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것.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류 대학을 가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리를 들이대니 한 해 평균 550여명이 자살을 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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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보다는, 공부가 싫고 재미없다는 아이들이 훨씬 많을텐데,
공부가 좋든 싫든 너나할 것 없이 이렇게 저렇게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니 현재 우리 나라 사교육 시장은 40조원이 넘어갔다고 해요.

저만 하더라도, 학원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류하고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하다 싶고, 본인도 원할 때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는 주의였는데,
우리 준이 겨우 다니는 영어 학원 외에, 최근 수학을 혼자 공부하면서 너무 버거워 하길래 수학학원 한 군데 알아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답니다.
주 3회 수업하는데 30만원.
이 이상으로 매 월 사교육비 쓰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그 액수에 놀라기도 했고 한 번 발을 담구면 두어 달 만에 그만 두는 것도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결국은 집에서 기본 개념을 스스로 학습하게 하자는 쪽으로 맘이 기울어버렸어요.

자식을 위해 그것도 못 해 줘...?
라고 한다면,  강교민 선생 부부의 교육방법만으로도
아이가 충분히 건강하게~제대로 성장하는 게 아니냐고
그렇게 반문하고 싶네요.

소설 속 인물일 뿐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대치동 학원가에서 저런 '엄마 임무' 척척 해내는 엄마 아들이 있을 수 있다면,
강교민 선생같은 소신있는 부모와 그 교육을 받고 자라는 아이도 존재할 수 있을테니까요.

일류대학 입학, 대기업 입사만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믿진 않지만,
그렇다고 애들한테 공부 스트레스 전혀 주지 않는 부모도 못 되는 부족한 엄마.
이게 지금 저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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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은 '학교 공부 이해하고 따라가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때로는 그 수준을 맞추라는 강요가 과해질 때도 분명 있을테니 소설 속 지원이의 케이스를 보면서 저도 아차 싶었네요.
뭐 물론 그렇게 아차, 해 놓고도 마냥 놀릴 수만은 없지만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아이들의 문제를 가장 선한 방법으로 해결해 주시는 작가님.
물론 모든 경우마다 참 선생님이 개입됩니다.
(바라기는 이런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 현장에 제발 좀 많았으면...성직자 담으로 존경받아야 마땅할 선생님이쟎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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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작가가 의도한 바는
부모들이 보고 배우라는...
인터뷰 현장에서 작가님은 이것이 작가의 책임이라고 하셨다네요.

혁신학교,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겨있는데,
대안학교에 가서 너무도 행복해하는 지원이를 보면서
경제적으로 여유있다면 그런 곳으로 보내고 싶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참 덴마크 교육 환경에 반해
될 수만 있다면 아이들 데리고 그런 곳에 이민가고 싶단 생각도 했었지만, 그게 뭐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대안학교 역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보통의 공교육 환경과 달리 학생이 내는 학비로 운영되는 성격상, 그 학비나 기숙사비 등등의 만만치않은 비용이 부담되는 게 사실.

오늘 지인분께 들으니 어느 초등생이 대안학교 한 달 다니다
월 100만원이란 학비가 부담스러워 도로 일반학교로 전학을 했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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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현장에서보다 애들 숨통도 트여주고,
성적 순으로 줄세우기를 지양하며,
자연과 벗하여 그 속에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내게 해 줄 것 같은  그 대안학교조차
원한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는 것이지요.



[풀꽃도 꽃이다]를 완독 후,
제게 가장 깊이 남겨진 문구는 바로 이겁니다.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녀는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선물이고,
나는 그 아이들을 잠시 맡고 있는 청지기일 뿐이라고
배웠고, 무수히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내 소유물로 착각하고
실수를 연발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춘기에 진입한 큰 아이와 하루가 멀다하고
아웅다웅~티격태격중인데,
사춘기 아들 못지않게 감정의 기복이 심한 못난이 엄마노릇 근저에는 "너는 내 소유물이야!"라는 잘못된 쓴뿌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런 저를 채찍질해 준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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