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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학습법 - 초등 1~3학년을 위한, 초등학교 월별 과제를 활용하여 아이의 능력을 키우는 엄마의 비법
이지연.박유미 지음 / 시공사 / 2016년 2월
평점 :
초등학교 월별 과제를 활용하여 아이의 능력을 키운다...
지난주 막 시업식을 다녀온 아이를 맞이하여
아이 책가방 속에서 나온 여러 통신문들을 확인하고, 또 학교에서 만든 독서활동 책자 등을 훑어보고 나니 이 책의 콘셉트가 지금 이 시기에 참으로 시의 적절한 맞춤형 지도안을 가이드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엄청 기대를 하게 되네요.

저만하더라도 찬 이가 받아온 독서 생활본을 보면서 3학년 권장도서 목록을 발견하고는 얼른 도서관에 달려가 관내 보유하고 있는 책들을 빌려다가 독서감상문에 도전하게 하고픈 열정이 넘치고 있거든요.
엄마가 먼저 알고 준비하면 아이의 학교생활이 달라진다는 문구가 가슴에 팍~와 닿습니다.

일단 책 만드신 분들이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학부모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는 대목에서 마음이 열립니다.

지난 주 입학식에 다녀온 학부모라면, 앞으로 차차 겪게 될 일들을 미리 보기로 간접경험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겠죠?
분명 아이 숙제인데도, 아이보다 더 숙제에 신경을 쓰고 조바심을 내는 학부모.
저도 예외일 수는 없답니다.
엄마가 아이를 위해 어디까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찾아보고 싶었어요.

참 재미난 것 한 가지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기반을 둔 이 연간 플랜입니다.
그림일기부터 과학 상상화 발명품 대회, 주제 그림 그리기, 방학 체험학습 보고서, 독서감상문 등 아이를 어떻게 어느 선까지 도와줄 수 있는지를 가이드 해 주고 있네요.
그게 참 애매했었거든요.
쿨한 척, 그런 건 네가 알아서 해라.. 하고 뒷짐 지고 있는 것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두 팔 걷어붙이고 돕자니 아이 숙제가 아닌 엄마 숙제인 것 같아 민망하고..
다들 그런 고민 한 번쯤 해 보셨지요?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어요.

특히나 4,5월 중 있는 과학 상상화 그리기 편에서는 무릎을 치게 되는 내용들이 나와 참 반가웠어요.
과학을 단지 기계적이고 기술적으로 이해하거나 자명 한 정답 안에 가두는 것보다 훨씬 더 열린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이 되었고, 아이보다 엄마부터 과학을 열린 개념으로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학창 시절 과학이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았고, 시험 성적 역시 그다지 않았기에 이런 엄마가 아이의 과학 상상화 그리기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싶었던 게 사실이었죠.
그러나, 과학 시험 성적이 과학적 사고 능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에 괜스레 고개 끄덕이고 싶어졌고, 이제라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과학 잡지 등을 활용하여 아이와 함께 열린 상상의 힘을 키우는 과정에 동참해보고 싶은 마음도 드네요.
굳이 어떤 상을 받는데 일조한다는 목표가 아니라, 아이 덕분에 엄마도 편견을 깨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시즌별로 학교 행사 진행되는 순으로 소개하면서 각각의 꼭지마다
<베테랑 엄마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코너를 Q&A 형식으로 다루고 있어요.
보통은 제가 책에 밑줄 긋는 거 잘 안 하고 보는데, 이 책은 밑줄 긋고 반복해서 보고 싶은 구절들이 속속 등장하더라고요.
질문 내용들도 제가 한 번쯤 고민해 보았던 것들이고, 그 답으로 제시된 내용들은 아이에게 적용해보면 좋겠다 싶은 게 많았어요.
그림 그리기만 하더라도, 아이의 생각을 자극해 풍부한 표현을 이끌어내는 길잡이 역할만 잘 해도 엄마가 할 몫은 한 셈인 것 같아요.
모든 아이가 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모든 아이가 대회에서 수상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의도적 관찰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니 역시 기본은 아이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인 듯해요.
저자가 제시한 대화를 통한 '경험의 재구성'이야말로 책을 읽고 난 후 곧장 써먹을 수 있는 귀한 팁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제 막 겨울방학에 봄방학까지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사실 방학 때마다 엄마들의 고민 중 한 가지가 바로 이 체험학습 보고서죠.
모든 엄마들의 고민이 저 안에 대충 다 들어간 듯해요.
창의적 체험 활동과 입학사정관제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다양한 특별 활동 및 특기 사항에 대한 이력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 숙제가 또 엄마들을 어렵게 합니다.
두 아들 어릴 적부터 참 다양한 체험학습을 다녀왔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많이 찔렸던 부분이 대다수의 경우 엄마 혼자서 계획하고 데리고 갔었고, 아이의 동의나 의사를 물어보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제시해 왔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목적의식 자체가 없었을 테고, 그걸 체험학습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겠고 재미도 없었겠다 싶더라고요.
계획한 제 입장에서는 다녀온 후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무척 즐거웠는데, 그 계획을 만약 아이 스스로 세우고 아이가 원하는 동기와 목적을 쫓아다녀온 것이었다면 상황은 지금까지와 반대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아차.. 후회하게 된 대목이었어요.

경험도 스스로 재구성하는 시간을 통해서 그 의미가 커질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아이의 생각이 확장될 수 있고 자신만의 표현을 다양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네요.
무작정 새로운 경험, 다양한 경험만을 추구하기보다 보편적인 경험 속에서도 특수성을 발견하고, 일상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각과 주관적 해석의 힘을 키워주는 노력이 필요하겠군요.
감사하게도 저자가 제시한 개성 있는 체험학습 보고서의 형식 이외에도, 우리 아들들이 했던 체험학습 보고서를 떠올리며 새삼 아들들이 기특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큰 아이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방학 체험학습 보고서를 만들어 보기도 했고, 작은 아이도 유치원 때부터 방학 끝날 때면 체험학습 보고서 만드는 것을 즐거운 놀이로 여겨 날짜별로 찍었던 사진들을 나열해 놓고 사진 아래엔 깨알같이 그 당시의 감흥을 적어가곤 했거든요.
앞으로는 또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표현해 낼지 기대도 되고 궁금도 합니다.

9월 플랜으로 소개된 독서 감상문 쓰기.
작년까지는 애들 학교에서 제작한 독후 활동 책자가 좀 다양한 방법으로 감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어 좋았는데, 올해는 이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텍스트만으로 표현하는 형태로 바뀌었더라고요.
아이 입장에서는 저 한 면을 어찌 다 채울까 하는 부담에 자칫 책의 줄거리만 나열하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염려가 돼요.
책벌레로 소문난 아이들 중에서도 내용을 물으면 줄줄줄 이야기를 하다가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물어보면 단편적인 대답만 하기 일쑤라는 현장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워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텍스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학습에 익숙해져 있음을 들고 있는데, 그것은 곧 책을 읽을 적에 '나' 중심으로 읽지 않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음을 뜻하지요.
오늘도 책 읽기를 사랑하는 엄마들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이 책을 함께 보면 좋겠다고 회원들에게 추천을 하면서, 독서량이나 논술교육에 집착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책 속에 빠져들어 문맥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거든요.
그래서, 책 속에 숨어 있는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다양한 해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텍스트의 문맥을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질 테니 굳이 독서 논술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요.
독서감상문 쓰기는 텍스트 그대로를 수용하는 독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독서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도구임에 틀림없는 것 같은데, 문제는 아이들이 이것을 무작정 따분하고 귀찮은 일로 여긴다는 것!
이것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된 것 중
공감을 토대로 오감으로 글을 써 보게 하는 것이 와 닿았어요.
아이의 눈을 감고 선생님이 읽어 주는 책 내용을 들으며 느끼게 된 것을 표현해보도록 한 것의 결과가 무척 놀랍더라고요.
이건 작은 아이 독서 감상문에 제가 바로 접목해서 활용해 볼 생각이에요.
주마간산 격으로 휘리릭 읽어낸 책의 책장을 덮는 순간, 숙제하듯 쓱쓱 써 내려가는 독서감상문에서 벗어나 아이의 재해석으로 표현될 아이의 시선, 아이의 감정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작년에 어느 세미나에 가서 들으니,
우리나라에서 소위 명문대로 일컫는 서울 몇 개 대학에 진학하려면 3학기 선행학습은 기본이라고 그러던데, 너무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아서 저는 좀 이질감을 느끼고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작가는 엄마의 불안으로 시작된 사교육이나 정답만을 위한 선행학습에 대한 기준을 바꾸면 엄마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사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네요.
둘 다 행복할 수 있는 사교육도 있다니 너무 신기했는데요, 기준을 바꾼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볼만한 듯해요.
3학년 추천도서로 제시된 책에 마침 이 책에서 소개된 <강아지똥>이 있길래
아이랑 그걸로 독후 활동을 해 보고 그걸 후기에 올려보고 싶었는데,
일주일 휘리릭 지나가버려, 앞서 쓴 글의 시제만 바꿔서 올려봅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단 이야길 많이 듣는데,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줄거리만 요약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책 속의 캐릭터들 속으로 푹 빠져
그들의 감정과 생각 느낌들을 충분히 곱씹어 볼 수 있는 그런 독서를 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방법적인 면을 우리 책 읽어주는 엄마들과 이야기 나누며 공유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