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수탉과 노래하는 암탉 - 배익천 동화집 햇살어린이 35
배익천 지음 / 현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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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북스햇살어린이 시리즈 <우는 수탉과 노래하는 암탉>

어린이 동화집인데 내용은 참 심오하다.

작가가 겉표지에서 밝혔듯 이 동화 속에는 어린이도 없고, 어린이의 일상도 없다.

표지 그림과 제목에서처럼 닭이며 물고기, 다람쥐, 두더지 등이 등장하고,

의인화된 그들의 일상과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저마다 '어린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이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이것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알고,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얘기한다.

언뜻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정의다 싶은 것이, 요즘 어린이들에게서 이런 마음을 찾아 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을 두고 작가는 스스로 내린 이 '어린이 마음'의 정의가

단지 내가 바라는 마음, 내가 꿈꾸는 마음일 뿐 이라고 보태어 말한다.

조금은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작가가 동화를 쓰는 것이 바로 이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이에게 이런 동화를 읽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아이로,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로 자라가게 해야지 싶다.





동화는 모두 13편.

모두 몇 페이지 분량의 짧은 동화들이다.

짤막하고 글밥이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너무 어린 아이들보다는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읽는 것이

작가의 마음을 조금은 더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는 수탉과 노래하는 암탉> 이야기는 책 전체의 제목이 될만큼 가장 재미가 있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동물이 소리 내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보통 '울음'이라고 표현한다.

암탉이 울 때마다 달걀이 하나씩 생기니 울면 울수록 부자가 된다. 그러니 이것은 좋은 것이라는 논리.

이 기발한 발상에 "옳거니!"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생각의 틀을 바꾸는 작가의 예리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집 밖으로 암탉의 큰 소리가 나가면 큰 일 나는 것으로 알고 주눅들어 살았던

이 땅의 많은 암탉(?)들이 이제는 엄마가 되어 아이와 함께 이 동화를 읽고 있을텐데

일면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고.




  동물들 이야기 뿐 아니라 나무와 꽃을 통해 만나는 '어린이의 마음'.

뿌리 없는 아파트도 싱싱해 보이고 모래밭에 뒹구는 아이들도 귀여워 보였던 벚나무.

그러나 그 벚나무 맨 아래 가지를 누군가 무심코 뚝 꺾어 버리자

같은 걸 바라보며 앞서 들었던 생각과 정반대로 

삐쭉삐쭉 솟은 아파트가 답답해 보이고 모래밭에 뒹구는 아이들이 미워보인다.

이런 가지를 두고 층계층계 위에 있는 가지들은 고소하다는 듯 비아냥대는데,

내 아이가 바로 이런 상황에 수시로 맞닥뜨린 채 살아가고 있진 않은 지 되돌아보게 한다.

아름다운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설레고 흥분된 맘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아이를

생각없는 엄마의 말 한 마디로 가지를 꺾기도 하고, 주변의 다른 여러 사람들의 말로 주눅이 들고 위축되는 상황들을

얼마나 많았을까?

잘리고 꺾인 것도 상처가 되었을텐데 독이 되는 말들은 하나같이 가시가 되어 아이를 더 힘들게 했겠지.

그 아픔을 견딘 가지는 비록 다른 가지들처럼 꽃을 피우진 못 했지만 지나가던 할머니의 손가방이 걸릴 때 자신의 존재감을 깨닫고 행복했을 것 같다. 

지나가던 바람이 그 가지에게 들려 준 말- "그 작은 가방은 벛꽃보다 더 환한 꽃이야. 이제 두고 봐. 거기엔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의 윗옷도 걸리고 모자도 걸릴 테니까."- 은 꺾여진 맨 아래 가지의 모든 상처들을 다 아물게 하고도 남을 영향력이 있어 보인다.

아...이렇게 멋진 말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바람 한 자락이 되고 싶다.




작가의 부탁대로 부모님 말씀도 잘 듣기 싫어하는 요즘 어린이가

이 동화를 읽으며 '어린이의 마음'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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