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보리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15
김훈 글, 서영아 그림 / 현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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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북스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15 <진돗개 보리>  by  김훈 동화



저학년 아이들 대상으로 스토리텔러 활동을 하게되니, 그림책이나 동화에 유독 관심이 많이 갑니다.

주어진 20분에 맞는 책을 선정해야하고, 저학년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책을 고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현북스에서 펴낸 김훈동화 <진돗개 보리>는 제가 읽는 속도로 10분쯤 걸리는데,

다른 한 권과 시간을 반씩 나누어 두 권을 읽어줄까 생각중이랍니다.


어린이라면 대부분 개를 좋아하니까요.

저희 집 근처에도 애견샵이 생겼는데, 학교 갔다 집에 오는 길에 강아지 구경하는 아이들이 참 많아요.

케이지 안에서 따분해하기도 하고, 혼자서 놀기도 하는 강아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즐거워서 까르르~까르르~웃어댑니다.



 이야기 책의 주인공은 보리, 라고 불리우는 수컷 진돗개.

보리가 들려주는 개의 일생에 관한 책이랄 수 있겠네요.

진돗개, 하면 충성스럽고 영리하며 귀소본능이 강한 개로 알려져 있죠.

개로 태어난 기쁨과 자랑과 슬픔을 들려주는 보리.

그림도 무척 사실적이라 20여명 되는 아이들 앉혀놓고 보여주면서 읽어주기 좋겠어요.

그림이 좋아도 책 사이즈가 너무 작으면 잘 안 보여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같거든요.




보리는 엄마 젖을 물고 있으면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였겠죠?

너무 어릴 때라 기억할 순 없겠지만, 앙~하고 울다가도 엄마젖만 물려주면 울음을 그치던 아기를 생각해보면 

보리가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모든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을거예요.


사람은 출생 후 1년이 되어도 겨우 일어서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하는 미약한 존재지만,

개는 태어난 지 열 달 만에 어른이 되어 그때부터 혼자 힘으로 살아야 해요.

그래서 부지런히 공부해야 어른 개가 되는데, 

나무, 풀, 숲, 안개, 바람, 눈비가 모두 개들의 선생님이 된다네요.


이 많은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함께 뒹굴면서 스스로 배우고 있는 보리를 보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절대적으로 놀면서 스스로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배우는 것 이외에, 자연에서 아이들 스스로 배우게 되는 많은 것들이 있을텐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것들을 너무 외면한 채 아이를 키우고 있지는 않은 지...




보리의 표정 좀 보세요.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지금 보리는 머리끝부터 꼬리 끝까지 신바람이 뻗쳐 있어요.

콧구멍과 귓구멍을 열어 놓고 있으면 신바람이 몸속에서 저절로 일어난다는 말과 함께

신바람 많은 개가 눈치 공부도 빠르다는 말에서,

우리 아이들이 뭔가를 배울 때 억지로 혹은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신이 나서 할 때 비로소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할 수 있겠다 싶어요.

신바람이 나서 스스로 배우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일텐데, 부모가 원하는 그림대로 자꾸만 끌고 나가려고 하는 것 때문에

부모 자식 관계가 삐그덕대는 것일 수 있겠지요.




책 전체에서 제가 제일 인상깊었던 그림은 바로 여기였어요.

주인 할머니는 손자를 부를 때도, 보리를 부를 때도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셨죠.

생각해보면 이런 기억 다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외할머니께서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시며 귀여워해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주인 할머니께서 "아이고, 우리 강아지 이리 온." 이라며 손자를 부르시는데

보리는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마루 쪽으로 달려갑니다.

그때 사람의 냄새를 처음 맡게 된 보리.


태어나서 가장 기쁘고 놀란 날이었다고, 보리는 이 순간을 회상하고 있어요.

혀를 길게 빼서 아기의 입언저리를 핥아 본 보리는 너무너무 행복한 나머지,

자신이 개라는 걸 잊어버리고 자꾸만 아기를 핥고 아기 냄새를 맡았다가

할머니가 밀쳐 내는 바람에 마당으로 나동그라졌지만, 그래도 신바람이 뻗쳐서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어요.



강아지였던 보리는 점점 수염이 돋아나고, 이전에 맡지 못하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고

짐승이 스쳐 갈 때 흔들리는 공기나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아차릴 만큼 어른이 되어 갑니다.


어느 날부턴가 할머니가 사는 마을이 물에 잠긴다고 사람들은 모두 마을을 떠났고

보리도 정든 고향을 떠나 처음으로 사람의 냄새를 맡았던 그 아기의 집으로 가게 되었죠.




오직 자신의 몸뚱이를 움직여야만 배울 수가 있다는 보리.

산과 들과 냇물과 길이 어디로 뻗어 가는지,

떡갈나무 숲의 바람 소리와 대숲의 바람 소리는 어떻게 다른지,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동네 개들은 얼마나 센지,

고양이 녀석들은 어디에 모여서 노는지 등등

보리는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공부를 하느라 바쁘네요.


글자 하나 없이 양면 전체에 그림이 그려진 여기도 아주 맘에 들어요.

그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리가 들려주는 공부 이야기가 뭘 이야기하고 있는건지 느낄 수 있답니다.




주인집 아이들을 따라 학교에 간 보리.

아이들을 따라서 학교에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혼자 운동장에서 기다리는게 심심해 창문 틀에 앞발을 올리고 교실 안을 들여다보면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고 나와서 "이놈아, 나가 놀아라." 하며 보리를 내쫓곤 했지요.


그냥 평범해 보이는 보리의 일상인데,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개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네요.



 

새 주인님과 사는 행복이나

옛 주인님과 헤어진 슬픔이나 모두가 개의 일생이지.

그걸 알면서 나는 어른 개가 되었어.


이렇게 끝이나는 보리의 이야기.


애완견을 키우는 집들이 무척 많은 요즘, 그러나 키우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기해 버리는 경우도 많죠.

책을 읽으며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 같고,

그저 귀여워서 사랑하다가 늙고 병들면 내다 버리기도 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게하는 그런 이야기였네요.


보리가 몸으로 부딪히며 세상을 알아가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스스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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