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햇살어린이 32
미야자와 겐지 지음, 양은숙 옮김, 고상미 그림 / 현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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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



 어릴 적, 일요일 아침이면 tv에서 방영되던 애니메이션 중에 <은하철도 999>라는 일본 만화영화가 있었더랬죠.

주일이면 교회에 가야해서 워낙에 tv 시청을 많이 못 하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 암만 그 스토리를 생각해 내려고 해도

못 생긴 철이와 정체가 알쏭달쏭한 긴 머리의 메텔이 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여행을 하던 것만 떠오르고

정확한 줄거리와 결말이 어찌 되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네요.


갑자기 <은하철도 999> 이야기는 뭐지?, 하실 분들 계실 지도 모르겠어요.

현북스 햇살어린이 책으로 2015년 9월에 출간된 <은하철도의 밤>이 제가 위에 이야기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미야자와 겐지가 1924년부터 1931년까지 쓰고 고치기를 거듭하던 작품이, 그의 사후 미완성 원고로 출판되었고

일본의 저명한 만화가인 마쓰모토 레이지가  바로 이 <은하철도의 밤>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든 것을

린 타로 감독이 1979년 8월에 만화영화로 개봉했다고 해요.

 어렴풋이 생각나는 영화 <은하철도 999>와의 연관성이 뭘까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미야자와 겐지, 이름은 익숙한 작가지만 그의 주요작품조차 읽어보지 못 한 것이 부끄럽네요.

책을 읽고나서야 그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검색을 해 봤는데요,

생전에는 무명에 가까웠고 단명을 한 일본의 동화작가이자 교육자인 그는

사후에 작품이 널리 알려지면서 재평가를 받고 국민 작가 반열에 오른 것 같네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쓴 만화가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긴 하나, 

스토리가 같은 건 아닌 모양입니다.

일단 길게 늘어선 기차를 보니, 어릴 적에 봤던 만화영화 속 기차가 생각나긴 하네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 은하여행을 함께하는 두 친구에 대해 소개해 볼까합니다.

 

조반니 :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인쇄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난한 집 아들.

                    아빠가 집을 나간 것으로 인해 같은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쓸쓸한 아이다.

캄파넬라: 조반니의 같은 반 친구.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아빠들도 서로 친한 친구였다.

친구를 구하고 목숨을 잃었다.

 

 

 


 수 년에 걸쳐 쓰고 고치고를 거듭한 작품이고, 그의 생전에 결국 출간되지 못 한 글을

훗날 책으로 출판되는 과정에서 원문에서 지워진 문장은 이렇게 지워져 없어졌다고 표기되어 있네요.

듣자하니, 일본의 다른 작가들에 의해 내용 수정이 되어 출판되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번에 현북스에서 번역 출간한 <은하철도의 밤>은 백 년 전에 쓴 원작 그대로를 번역한 모양입니다.

 

 


은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게 되는 조반니.

아빠가 없는 조반니를 놀리던 자네리와 친구들을 피해 무작정 달음박질치다가 도달한 검은 언덕에서

갑자기 열차에 오르게 된 조반니는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캄파넬라를 발견하게 됩니다.

 

캄파넬라가 자네리를 대신해서 그 열차를 타게 되었다는 것은

책장을 덮기 직전, 물에 빠진 자네리를 구하기 위해 캄파넬라가 물 속에 뛰어들었고

자네리를 살려낸 후에 캄파넬라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죠.

여행 중 뭔가 결심한 듯 이야기하던 캄파넬라의 대사 중,

"그래도 누구든 진짜로 좋은 일을 하면 가장 행복한 거잖아.

그러니 엄마도 날 용서해 주실 거라고 생각해."

이 말의 뜻도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게 되었거든요.

 

 


 책 표지에서 무심결에 지나쳤던 그림이 책의 내용과 함께 중간에 두 페이지 전면에 걸쳐 다시 펼쳐지니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우주여행에 동행하는 기분이 드네요.

 

우주의 별들을 보며 신이 난 두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실감나지 않나요?

 

 


 미야자와 겐지의 종교는 불교였다고 하던데,

이 책 곳곳에서는 기독교 용어들이 꽤나 자주 등장합니다.

할룰레야('하나님 만세'라는 뜻의 '할렐루야'를 글쓴이가 비틀어 표현한 말), 성경책, 십자가 등

이 책을 쓰던 당시에 기독교 교리를 접하기라도 했던 듯 해요.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준다는 것 자체가 기독교적인 사상이기도 하고요.

 

 

 

 후반부에 가서는 드러내놓고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요.

진짜 하나님은 물론 한 분이지...

그 진짜 하나님 앞에서 너희와 우리가 만나게 되기를 기도할게.

이런 대화 내용들이 그가 크리스챤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게 만드네요.

 

 


 불완전한 4차원 환상 세계의 은하철도 이상의 어디라도,

진짜 천국까지도 갈 수 있는 조반니의 차표.

어떤 경로로 조반니의 윗주머니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덩굴무늬가 가득한 한가운데에 알 수 없는 문자가 열 글자 정도 인쇄된 이 티켓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까지든 갈 수 있는 통행증이라는 것에 조반니 자신도 믿기지 않습니다.

 

이 시절에 3차원과 4차원에 대해 이야기하던 작가는

천문학, 자연과학, 고고학, 광물학, 지질학에도 두루 밝았다고 하는군요.

 


 남십자성의 암흑 성운에서 사라진 캄파넬라 이야기는

암흑 성운을 사후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통로로 생각했다는 설명이 있네요.

 

열차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내리고

오직 캄파넬라와 조반니 둘만 남았는데, 우주의 구멍이라는 암흑 성운에 이르자

참된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던 캄파넬라가 사라져버리거든요.

 

 

 

 총에라도 맞은 듯 조반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창문 밖으로 있는 힘껏 몸을 내밀고 차 안의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가슴을 치고, 외치고, 목청껏 울부짖었더니

순간, 사방이 온통 시커멓게 꺼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뜬 조반니.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들려준 조반니의 은하 여행은 꿈이었던 거죠.

 현실 세계로 돌아온 조반니 앞에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배 위에서 하눌타리 등불을 물에 띄우려고 배 옆구리로 몸을 빼다가 배가 기울어져서 물에 빠진 자네리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캄파넬라를 찾을 수 없어 온 마을 사람들이 몰려 들어 있는 상황.

 

결말은 어린이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벅찬 듯도 합니다.

캄파넬라의 아빠에게서 전해 들은 조반니 아버지의 소식은 뭔가 밝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캄파넬라를 찾을 수 없어 비통해해야 할 박사가 너무도 덤덤하게, 아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일 학교 끝나면 가족들 모두 우리 집에 놀러 오렴!" 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네요.

 

다른 이를 위해, 모두의 행복을 위해 몸을 바치는 삶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삶 자체이기도 한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겨진 책인 것 같아요.

그것이 책으로 출간되니 아직 다루지 않은 내용을 미리 짐작하여 이야기의 결론으로 규정짓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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