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구 사이는 어려워 - 도와줘요, 소크라테스! ㅣ 학고재 세계 고전
노혜영 지음, 이희랑 그림 / 학고재 / 2015년 9월
평점 :

학고재 출판사 책은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껏 만났던 학고재 책 중에 맘에 들지 않았던 게 없었거든요.
어제,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인해 심난해서 만사가 귀찮아지길래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는데
마침 침대맡에 이 책이 눈에 띄더군요.
<친구 사이는 어려워> 라는 제목이 어제 제 상황에 너무도 제격이라
누워서 책이나 볼까 하며 펼쳐들었죠.

지난 달쯤이었나..학고재 동양 고전으로 나온 장자 책도 어린이 수준에서 보기 좋았는데,
이 책은 학고재 세계고전으로, 소크라테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이랍니다.
7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소크라테스에 대해 깊이 알아볼 수 있는 어린이 철학책이예요.
소크라테스가 누구인지부터, 플라톤 이야기까지 매 에피소드 마무리는 '깊이알기'라는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요.

소크라테스, 하면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지 않나요?
이것은 본래 델포이 신전에 새겨져 있던 말인데, 소크라테스가 자주 사용하여 그의 말로 전해지게 된 거래요.
이 말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어젠 이 책 읽으면서 새롭게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답니다.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때에만 참다운 지식을 얻게 되며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
진정 무언가를 안다는 건 그것을 실천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사랑을 안다고 말하려면, 사랑을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어제 제 마음이 심난했던 상황을 돌이켜 보니, 사랑을 안다고 하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 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제 안에 부정적 감정이 물밀 듯 들어온 것 같더라고요.
머리로만 알고 있는 건 진짜 아는 게 아니고, 실천할 때 비로소 그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임을
어제 새롭게 깨닫게 되었어요.

책 속에 여러 아이들이 등장하는데요, 그 중 대표 라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보이네요.
초등 4학년 대표와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알바신 아저씨가 전해 주는 소크라테스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철학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고 친구들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주겠다 싶어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도 친구관계를 감정적으로만 해결하기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생각해보며 타인의 입장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무료급식 봉사자로 엄마를 따라 나갔다가 만났던 노숙자 아저씨와 대표의 우연한 재회.
각각의 스토리마다 노숙자 아저씨는 각종 알바 현장에서 대표랑 친구들 앞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알바신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거고요.
알바신 아저씨가 분식점에서 대표에게 들려준 말은 어제 저에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주는 듯 한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뭐든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기를 좋아하지.
하지만 내가 옳다고 믿었던 굳은 생각을 버리면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단다."

서평 쓰면서 어제의 느낀 점을 정리하다 보니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는 것 같네요.
역지사지도 안 되고, 내가 옳다고~사람 맘이 다 내 맘 같지 않다고...
그러면서 '나'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었나봐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처럼 나 자신을 내가 만든 틀 안에 묶어두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초등 우리 준이가 한창 친구 관계로 인해 힘든 부분을 이야기했던 게 생각나서
우리 준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었던 책인데,
오히려 제가 먼저 읽고 마음에 깊은 깨달음과 울림을 얻게 되었답니다.

전학 갔다가 다시 돌아온 해린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사는 친구인데요,
요즘 주변에 이런 친구들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요.
알바신 아저씨 덕분에 해린이 맘 속 깊이 자리한 분노와 미움, 괴로움도 해결이 되었어요.
삐뚫어진 행동 자체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역시나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빌어 '정의'를 스스로 깨닫게 해 주고는
알바신 아저씨 자신의 어두웠던 성장 배경까지 나눠줬거든요.

적절한 삽화와 깊이알기 코너는 다소 무겁고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철학을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책 전체의 줄거리를 놓고 보면 대표와 친구들의 우정이 더 돈독해지는 해피엔딩이라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왠지 우리 아들도 이 책 읽으면서 학교에서 친구 관계에 대해
조금은 자신감이 생기게되지 않을까 기대되 되었고요.
"나의 집이 비록 작더라도 진정한 친구로 채울 수만 있다면 만족하겠노라"
집에 친구 데리고 오는 것을 즐겨하는 준이랑 찬인데,
친구와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막지 말고 허락함으로
아들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