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무 생각하는 숲 18
김향이 글, 한병호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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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수상 작가 김향이

국제 안데르센 상 후보, BIB 국제 원화전 황금사과상 수상 화가 한병호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들려주는 화합과 공존의 메시지.


사랑나무, 연리지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2013년 여름, 창경궁 궁궐숲학교에서 한 몸이 된 사랑나무를 본 적이 있어요.

동궐 내 옛모습이 많이 훼손되고 사라진 궁이 있던 자리에 나무를 많이 심어 숲이 우거지게 되니

창경궁 동궐 쪽에서 숲학교 프로그램도 생긴 거죠.

사진 속 두 나무는 회화나무와 느티나무의 연리지인데요,

연리지가 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해요.

그래서 연리지는 인내를 상징하기도 한답니다.





제목 때문에 누구라도 끌리게 될 것만 같은 <사랑나무>.

글밥이 얼마 되지 않아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는데요,

책장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좀 큰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는 것.


 
지난 주, 학교 스토리텔러단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준이랑 찬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내년부터 고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토리텔링 도입에 대해 검토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현재는 1~2학년을 대상으로만 어머니 책읽어주기가 실시되고 있거든요.)

고학년 아이들에게 이런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들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누군가는 작가의 의도대로 자연의 이야기를 통해 참고 견디며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분명 문학적 감성이 뛰어난 아이는 단순히 나무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부모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테고,

부모와 자기 자신의 관계, 혹은 친구와 자신의 관계를 그리며 듣기도 할 것 같아요.





 수목원의 나지막한 언덕에 수목원의 자랑거리로, 보는 이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소나무 한 그루가 살았어요.

봄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누군가 소나무에게 말을 건넵니다.

앞으로 신세를 지게 될 거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소나무와 등나무의 만남.


등나무는 소나무의 몸을 휘감으며 기대 살기 시작하고,

소나무는 몸이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이 등나무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죠.




 소나무를 타고 몸을 키워가던 등나무가 어느 봄날,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더니,

수목원에 꽃구경 온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다며 칭찬을 하자

우쭐해진 나머지 제 잘난 맛에 줄기를 사방으로 뻗어 버려요.


급기야 소나무 껍질이 갈라지고 터져도 등나무는 점점 더 소나무를 파고 드네요.

힘들다고, 나 좀 살려 달라는 소나무의 아우성에 

"가만히 서 있는데 뭐가 힘들어요! 남에게 기대 사는 저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라고

쏘아 부치는 등나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는 고마움도 잊은 채,

그만큼의 위치까지 오로지 자기 힘으로 오른 것이라 착각하고 사는 우둔한 인간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네요.

이 세상 사람들 짐이 아무리 무거워보인다 해도, 내가 지고 있는 짐이 제일 무거운 거라고 굳게 믿고 

자기가 제일 힘들고, 제일 불행하고, 제일 위로받아야 할 존재라 생각될 때...

여러분은 없으신가요?




귀찮고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냥 등나무를 받아들여주었던 소나무였는데

이기적인 등나무로 인해 소나무는 기운을 잃게되요.

급기야 시름시름 앓다가 등나무가 바라던대로 목숨을 놓게 되었죠.


소나무가 남긴 수많은 솔방울들이 등나무 눈에 가시 방울이었어요.

'죽을 거면서 솔방울은 왜 저렇게.......'

모진 등나무의 독백에 마음이 너무 아파 오네요.




죽은 소나무에 기대어 잠만 자던 등나무에게 누군가 찾아와요.

죽은 소나무 뿌리를 이끼가 뒤덮고 고사리도 우거졌고요,

나무껍질 사이로 지네가 파고들고, 버섯이 자라 달팽이도 불러들여요.

딱정벌레, 거미, 거기다 나무를 쪼아 둥지를 파는 딱따구리까지...

 

침입자라고 생각되었던 이들의 등장 후, 도리어 등나무는 아주 귀한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소나무는 죽었지만, 죽은 후에도 자기 몸을 내주어

더 많은 이웃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다는 사실을...




소나무와 등나무의 첫 만남에서도 보였던 방울들.

등나무가 흘린 눈물 방울이 죽은 소나무에 스며듭니다.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런 걸 반전이라 해야할까요?

천하대장군감이라 칭찬을 들었던 소나무는 이미 고목이 되었지만,

그가 남긴 솔방울에서 싹이 튼 거예요.

등나무가 소나무를 처음 만났을 때 딱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었죠.


모진 마음 씀씀이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던 등나무가 어린 소나무 싹을 보더니

죽은 소나무가 살아 돌아온 듯 반가워하네요.

가뭄 들면 목이 탈까 마음 졸이고

홍수 나면 쓸려 갈까 몸이 달면서 안타깝게 소나무 싹을 지켜보기만 하는 등나무예요.


죽은 소나무에 미안한 마음 때문에 어린 소나무마저 괴롭히게 될까봐 조심스러웠겠죠.


그러나, 눈보라가 몰아치던 어느 밤

위기의 순간에 어린 소나무에게 줄기를 뻗어 감싸준 등나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리던 어린 소나무는 등나무 덕분에 힘든 순간을 잘 넘길 수 있었어요.

이렇게 두 나무가 부대껴 껍질이 벗겨지는 고통은 옹이로 남았고,

따로 또 같이 어우렁더우렁 살아 낸 세월은 꽃으로 피어났답니다.



 그림이 정말 따뜻하지 않은가요?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만이 아니라, 당당히 문학의 한 장르라고 하죠.

단순해 보이는 그림책이지만, 삶의 깊이있는 문제를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좋아서 한 몸이 되어 가정을 이룬 부부도 이런 연리지가 되어가는 과정 중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옹이들을 만들 것이고,

자식의 입장에서 내 부모를 생각해 봐도 부대껴 살아온 세월 속에서

부모 자식 간에 참고 견디며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듯 해요.


세월과 아픔을 견디고 하나가 되자

함께 살아 낸 세월은 꽃으로 피어났다...

수려한 김향이 작가님의 표현과 한병호님의 그림 덕분에

<사랑나무>의 여운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습니다.


시공주니어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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