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이다 1 - 빨간 수염 사나이 하멜 일공일삼 85
김남중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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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이다 ① 빨간 수염 사나이 하멜

​​ 출판사 : 비룡소

 글 : 김남중

그림 : 강전희​


책 받자마자 손에 쥐고는 저녁 먹는 시간조차 우리 준이를 멈출 수 없게 만든 <나는 바람이다>.

좋아하는 불고기를 앞에 두고도 접시보다 책에 더 눈이 가는 걸 보면

엄~~청 재미있나 봅니다.

어떤 책 속에 푹 빠져 있을 때, 다른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엄마도 느낌 아니깐~~~!

먹으면서 보겠다는 걸 가만 두었습니다.
 ⁠워낙에 속독을 하는 아이라, 결국 식탁에서 다 읽어 버리더라고요.

그리고선 반응이 아주 가관입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2권에서 계속 이어집니다>에 어쩔 줄을 몰라하는 상황이지요. ㅎㅎ

알아보니  이 책은​ 현재 4권까지 나와 있더라고요.

그 중 1권만 읽었으니 한창 재미있을 때 멈춰버린 저 기분,

아...얼마나 착잡할까요?

당장 2권을 주문하라며...난리~난리~났습니다.​

 



 ⁠ 그래서 저도 바통을 이어받아 <나는 바람이다>를 읽게 되었어요.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책어린이책' 대상을 받았고,

2006년에는 <자존심>이란 책으로 올해의 예술​상을 받으신 김남중 작가님.
 ⁠ 작가의 말 맨 마지막 문장은 '바람이 불었다' 로 끝나는데요,

작품의 제일 앞 문장이 바로 이 짧은 문장이네요.


 ⁠바람이 불었다.

 스스로 대양을 향해 나간 조선의 바닷가 아이 이야기지만,

바닷가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죠.

이 책은 바다의 이야기랄 수도 있고, 바람의 이야기랄 수도 있겠네요.

김남중 작가님은 세계사의 절반이 바람 속에서 생겨났다고 했고,

한국을 지나왔을 나가사키의 북풍을 맞으며 주인공과 첫 문장, 마지막 문장을 생각해 냈다고 해요.​


⁠⁠주인공은 해풍이.

 이름에서부터 작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바다와 바람의 만남, 한낱 여수 바닷가에 사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

홀란드(네덜란드)에서 온 하멜을 만나게 되는 장면입니다.

허구지만, 하멜과 동인도회사 관련한 내용들은 역사적 사실에 근접한 듯 합니다.

하멜, 하면 하멜의 표류기를 떠올리게 되죠.

실존했던 인물이기에 왠지 해풍이마저도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란 착각에 빠지게 되네요.



 ⁠⁠큰 빚을 남기고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로 인해,

해풍이네 집은 무척 어려워진 상황인데요

하멜과 작은 대수와의 만남은 해풍이에게 의지할 누군가를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동인도회사의 선원으로 대형 상선을 타고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도중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하게 된 하멜과 그 일행들.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으나 전라도 여수로까지 원치않는 유배​를 가게 되었죠.

그들의 거처에 찾아가 배로 일 년을 가야 도착할 머나먼 홀란드, 라는 나라에 대해 듣게 되는 해풍이.

하멜이 들려주는 홀란드 이야기는 해풍이 입을 다물지 못 하게 만드네요.



 ⁠작은 대수와 형 동생이라 부르며 가까워진 건 해풍이만이 아니었어요.

아버지의 빚 때문에 아버지 뻘 되는 홀아비 김씨에게 억지로 시집을 가야할 형편에 놓인 해풍의 누나도

작은 대수와 사랑에 빠졌거든요.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한 해풍이는 아는 척 하지 않고 몰래 집으로 돌아갔죠.

이런 상황과 인물들의 심리를 이해할만큼, 그리고 거기에 빠져들만큼 우리 준이가 컸구나 싶으니

기분이 참 야릇했습니다.



 ⁠⁠빚 때문에 풍비박산될 뻔한 해풍이네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납니다.

탈출을 결심한 작은 대수가 항아리에 가득 담긴 돈을 해순이에게 주었거든요.

홀란드 춤을 추며 어릿광대 흉내를 내기도 하고, 구걸도 하며 모았던 돈 중에서

큰 배를 사고 남은 돈 대부분을 사랑하는 해순이에게 준 것이예요.



⁠글도 무척 재미있지만, 이런 그림들이 또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주는 것 같아요.

그림 덕분에 현장감이 느껴지더라고요.

큰 배를 타고 여수에서 탈출한 하멜 일행은 생각지 못 한 밀항자를 발견합니다.

이렇게 작은 바닷가 소년의 머나먼 바다 여행, 바람 여행이 시작되는가 봅니다.




 ⁠ 한 배를 탔지만, 일본의 어느 섬에 도착해서는 하멜 일행과 헤어지게 된 해풍이.

여기서 또 하나의 우리 역사를 발견하게 되네요.

1597년 정유재란을 일으켜 조선에 쳐들어간 일본인들은

조선의 도기 기술자들을 포로로 끌고 갔고,

이들은 일본에서 도예촌에 모여 살며 조선말을 하고 조선 음식을 먹고 조선 옷도 입게 해 주었다죠.​

어찌 보면 자치 구역을 보장해 준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격리 조치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낯선 일본에서 조선인 도공들을 만나게 된 해풍이.

그러나 수시로 ​일본인 관리들의 감시를 받는 곳이므로

그곳에선 위험부담을 안고 해풍이를 숨겨줍니다.


 ⁠ 해풍이를 유달리 따르는 연수를 따라갔다가

해풍이를 숨겨주기로 했던 마을의 촌장이 기리시딴 임을 알게 되었는데요,

첨에 저는 아무 설명도 없이 갑자기 기리시딴, 이란 단어가 툭 튀어 나와 고개를 갸우뚱 했답니다.

알고보니 크리스챤을 지칭하는 일본어 발음이었나봐요.

 이 때만 해도 순교 당한 선교사들이 많을 때이고, 연수와 촌장 일행은 비밀리에 신앙을 갖고 있었죠.

​​

 ⁠기리시딴에 대한 논란으로 해풍과 연수 남매가 팽팽하게 대치된 상황에

별안간 무사들이 들이닥치네요.

어쩜 좋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이야기가 끝나 버렸으니,

우리 준이 소파 위에서 어쩔 줄 모르고 데굴데굴했던 모양입니다.

 책을 읽고나서 하멜 일행의 실제 이야기가 궁금해져 검색을 해 봤더니

여수엔 하멜등대, 하멜전시관도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언제 기회가 되어 여수 여행 하게 된다면 준이 데리고 꼭 한 번 들러 보고 싶네요.

<나는 바람이다> 덕분에 우리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도 같아 무척 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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