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네버랜드 클래식 45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경미 옮김, 조디 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클래식 <빨간 머리 앤>


 영문 원제는 <Anne of green gables>

한글 제목으로는 <빨간 머리 앤>으로 번역된 이 책은,

수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 많은 소녀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작 중 명작인데

처음 이 책을 받고는 우리 준이도 관심을 보일까 궁금했었어요.

 

 
 글밥도 상당하고, 책 두께 역시 만만치 않았던 <빨간 머리 앤>을

재미나게 보고는 개학 후, 친구랑 바꿔 읽을 책 가져오라는 알림장 문구에

주저함 없이 이 책을 가방 속에 넣어간 것을 보면

소녀 뿐 아니라 소년들에게도 상상력 풍부한 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던 모양입니다.

 

 


영문 원제는 앤이 살았던 초록지붕 집을 가지고 초록지붕 집의 앤, 이라고 했고

한글 제목으로는 앤, 하면 떠오르는 빨간머리를 붙여 빨간 머리 앤...이라고 했네요.

두 가지 제목 모두 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수식어긴 하죠.

 

 


 '상사력을 발휘할 범위가 더 넓거든요.' 라는 저 한 마디만으로도

앤이 얼마나 개성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인지 짐작이 가능할텐데요,

여자라면 죄다 무서워하는 매슈 커스버트가 왠일인지

브라이트 강 역에서 저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앤을 보고는 초록지붕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요.

 

 
 이 책의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 클리프턴에서 태어났대요.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재혼을 하게 됨에 따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밑에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몽고메리는

15살에 지역 신문에 처녀 시가 실릴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해요.

몽고메리 본인이 고아와 다름없는 처지였고, 주근깨투성이에 깡마른 소녀였기에

작품 속 주인공 앤과는 무척 닮은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답니다.

 

분명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라지만, 닮아도 너무너무 닮은 구석이 많았던

몽고메리와 앤.

 

1904년 어느 봄날, 어릴 때 쓰던 수첩에서 발견한 한 줄의 문장을 바탕으로

자신과 무척 닮은 소녀의 이야기를 썼고,

불행하게도 이 원고를 받아주는 출판사가 한 군데도 없어 출간을 단념했다가

2년 뒤 보스턴에 있는 출판사에 투고를 하여 드디어 책으로 출간이 되었답니다.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된 이후에도 독자들의 호응이 좋아 후속편들을 쓰기도 했고,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되어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네요.

 

 
 앤은 일손을 도울 남자 아이를 입양하려고 했던 초록 지붕 집에 실수로 보내진 아이예요.

1904년 어느 봄날, 몽고메리가 발견했다던 수첩의 메모는 바로 이런 문장이었지요.

 

'어떤 농부가 양자를 삼기 위해 남자아이를 고아원에 부탁했는데, 일이 잘못되어 여자아이가 오게 되었다.'

 

몽고메리가 어릴 적, 독신인 남매가 사는 이웃집에 어린 조카딸이 와서 사는 것을 보고 쓴 것으로,

그 아이를 보며 '저 애는 고아가 아닐까?' 생각을 했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바탕이 되어 작품 속 주인공은 몽고메리 자신과 무척 흡사한 캐릭터로 탄생이 된 것이예요.

 

초록지붕 집엔 마릴라 커스버트라는 독신 여성과 그녀의 오빠 매슈 커스버트가 함께 살고 있었고,

커스버트 남매는 남자아이를 입양하고 싶어 하다가

실수로 초록지붕 집에 오게 된 앤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지요.

 

영문 제목에서처럼, 초록지붕 집에서 살게 된 수다쟁이 앤이 커스버트 남매와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삶의 이야기에 우리 준이도 따뜻한 감정을 느꼈던 걸까요?

그랬으니 친구들과 바꿔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릴 적에 읽었던 <빨간 머리 앤> 생각이 나요.

저는 금x출판사에서 출판한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며 소녀의 감성에 푹 빠졌었는데요,

2015년, 아들과 다시 읽어 보는 시공주니어의 네버랜드 클래식 양장본도

명작의 깊이를 음미할 수 있는 제본과 삽화 등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굳이 국어공부, 논술공부, 시험 점수와 연관짓지 않아도

명작을 읽는 것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요.

소녀 이야기라 소년들은 별로라 하지 않을까 했던 엄마의 마음은 기우 그 자체로

역시나 명작은 시대와 대상을 초월하여 사랑받는 모양이네요.

 

이런 컬러 삽화가 책 속에 서너 페이지 삽입이 되어 있는데요,

종이 질이 얼마나 좋은 지 몰라요.

이런 책을 소장할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지금은 준이가...몇 해 후에는 우리 찬이가 또 읽게 될테니까요.

 

 많은 책을 다 소유할 수 없기에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는데요,

이런 명작은 소장하고 싶어지잖아요.

 


어떤 실수로 인해, 남자아이를 기다리던 초록지붕집으로 보내진 앤이

커스버트 남매 앞에서 절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네요.

마차를 타고 초록지붕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토록 그녀를 설레게 하던 행복감이

무참히 짓밟힌 순간...

 

 
 그러나, 그들이 진짜 가족이 된 후에는

공부를 하러 멀리 떠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마릴라 커스버트 곁에서 초록지붕 집을 지키겠다는 빨간 머리 앤의 말에

마릴라는 "네가 내게 새 생명을 준 것만 같다."며 고마워 하네요.

 

 

 우리 삶 속에서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정반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경우

종종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앤의 모습을 통해

큰 도전을 받게 됩니다.

 

책 마지막 장에서 앤이 남긴 한 마디가, 너무너무 명언이네요.

 

"하나님은 천국에 계시고, 세상은 공평하도다."

 

안 그래도, 이번 주일  우리 목사님 설교 중 송명희 시인의 예화를 인용하셨는데,

사지가 비틀어진 몸으로 어렵게 시를 써 나가는 송명희 시인께서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없지만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라는

잊지 못할 명구를 쓰셔서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해 준다 하셨죠.

 

어제, 준이네 학교에서 학급 내 왕따 문제로 일이 좀 있었던 모양인데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 아이가, 아니 준이 반 친구들 모두가

앤이 가진 특유의 상상력으로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앤은 온전히 자신만의 그 상상력 덕분에 도저히 마음을 줄 것 같지 않은 배리 할머니에게조차 사랑을 받게되었잖아요.

기발한 생각으로 이런저런 일을 꾸미는 앤의 모습에서 아들 준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랑한 앤의 열정이 내 아들에게도 있음..하는 욕심도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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