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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9
쇠렌 린 지음, 한나 바르톨린 그림, 하빈영 옮김 / 현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제목부터 왠지 철학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책, <아무것도 아닌
것>.
얼마 전에 만난 앤서니브라운의 <꼬마곰과 프리다>의
공저자인 한나 바르톨린이 그린 그림책이랍니다.
글을 쓴 쇠렌 린이란 작가도 덴마크 사람, 한나 바르톨린도 덴마크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지요.

쇠렌 린은 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소설, 어린이 책, 예술 영화 원고를 쓰는 작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 두 사람이 만든 작품이라서인지, 이 책은 내용도 그림도 참
맘에 드네요.
한 번 읽고 난 후, 자꾸 찾게 될 그런 책인 것 같고요,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깊은 상념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책인 것
같아요.
나란 존재...우리 찬인 이 책을 읽고 자기 자신이 무척 작은
존재,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책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글자 속에 무언가가 있어요.
책 속에서 저 친구가 어디 있을까,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화면으로는 잘 안
보이시겠지만, 책에선 화살표 옆쪽으로 바로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이 숨어 있거든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찾아봐야 한다고...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 뒤쪽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고...
지금부터 우린 바로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찾아보기로 해요.

어디에나 흔하게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는 눈,
찬이는 지금 그 눈을 갖기 위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랍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고,
어떤 것들 틈에 숨어 있기도 하고,
달팽이 껍데기 안에서도 찾을 수 있대요.
이런 그림들이 모두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보고 자랄 수 있어서 우리 찬인 참
행복한 아이인 듯.

밤하늘에 여기저기 뜬
별들 사이에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있대요.
책으로 꼭 만나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책 속에서 직접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찾아보는 재미,
이런 건 사진으로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내용이 길지 않아,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우리 찬이 읽어보더니
어떤 느낌이 드냐는 엄마 질문에,
"음...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것 같아. 하지만 잃어버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니까 뭐 상관없어."
라는 철학적인 대답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가진 물건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자꾸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뭘까요? 
어차피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텐데 말예요.
이런 마음은 비단 찬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묻고 싶은 부분이네요.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는데, 뭔가에 집착하고
아둥바둥하고...
그럴 필요가 있는 건지, 엄마는 엄마대로 생각이 깊어집니다.

생각과 경험의 차이에
따라 마지막 장을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일 것 같네요.
초등 2학년 찬이가 느낀 한 줄짜리 문장도 엄마에겐 깊은 울림을
줬고요.

"만약 아무것도 아닌 것에 껍질이 있어서 벗겨 낸다면 그 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많이
있을지도 몰라.
그것들이 다 사라진다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다 사라졌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지."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나는데요,
마지막 장은 저 동그라미 뒤편에 왠지 뭔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하네요.
그 뒤편에 있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다 사라진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는 이유,
그것들이 다 사라졌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네요.
어디에나 흔하게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는 눈,
이 책을 통해 생겨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