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북스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제주 해녀 간난이>
올 여름 휴가지를 제주로 결정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던 차에
만난
<제주 해녀 간난이>

현북스 서평단 8기가
되어 처음 만난 책이라, 더 반갑고 의미깊은 책이랍니다.
굳게 다문 입술이 무척 강인해 보이는 한 제주 해녀의
이야기지만,
그 속엔 작가가 평생을 문학적 화두로 삼았던 4.3항쟁이
어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소개되고 있어요.

안 그래도 휴가지가
제주로 낙점되고, 제주에 대한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중인데,
간밤에 보았던 어느 사진 작가의 멋진 제주 바다 사진이 바로 이
곳인 아닌가 싶은 그림이
첫 장부터 등장합니다.
간난이가 나고 자란 우묵개라는 마을 앞 바다래요.
제주, 하면 학창 시절에 배웠던 삼다도가 떠오릅니다.
돌, 바람, 여자...
유난히 해녀가 많았던 우묵개에서 해녀의 딸로 태어난 간난이
이야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일찍이 여의고,
어린 간난이가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라네요.
비가 오면 물질을 나갈 수 없으니까요.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본 기억, 다들 있지 않나요?
무척이나 편하고 좋았던 기억, 그리고 그 때 맡았던 엄마 냄새가
아련히 떠오릅니다.

열세 살 때 물질을
배우기 시작한 간난이가 상꾼 해녀가 되기까지의 과정엔
아름다운 제주 바닷 속 장면들이 펼쳐져요.
제주 여행 때, 잠수함을 타게 된다면 간난이가 보았던 바닷 속
세상을
우리 아이들도 보게 되겠지요.
그런데, 이 대목부터 일제의 수탈이 소개되면서 간난이의 생활이 무척
힘들어 보이네요.
아버지가 없어서 외롭고 힘든 건 전혀 기술되지 않았고,
오히려 아버지의 빈 자리를 어머니가 충분히 메꾸어 주셨던 걸로
보여요.
물질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해녀들끼리 가족처럼 무리 지어 다니는
장면을 보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져왔는데, 일제의 수탈로 인해 억척같이 일을 해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글에는
작가의 울분이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한마을에 사는
얌전하고 공부를 잘 하는 총각에게 시집을 가게 되는 간난이.
가난한 섬 마을의 혼례 풍습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털이 쑹쑹 박힌 돼지고기는 요즘 우리가 그렇게 열광하는 제주 흑돼지
오겹살쯤 되지 않을까요?
결혼 후에도 간난이의 해녀 생활은 계속되네요.
아직 공부를 더 해야 하는 남편 뒷바라지를 해야했거든요.
이여이여 이여도허라
이여이여 맷돌이여
어서나 뱅뱅 돌아가라
김을 매다 보니 저녁 때가 늦었구나
이 보리쌀을 갈아야 저녁밥을 할 걸
이여이여 이여도허라
제주 방언은 정말 딴 나라 언어 같기도 해요.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는 정확한 뜻은 몰라도 대충 짐작이
가능한데,
제주도 사투리는 대체 무슨 말일지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제주 여행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가입을 했는데
카페 이름이 느영나영, 이래요.
무슨 뜻이게요?
느영나영--> 너랑나랑
다들 알고 계신데, 저만 몰랐나요?
제주에서 나는 감태가
화약의 원료로 쓰인다는 건 첨 알았네요.
현기영 작가님은 평생을 제주와 4.3항쟁에 대한 글을 쓰셨다고
하는데,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식량을 빼앗아 가는
바람에
우묵개 마을의 해녀들은 매일 허기진 몸으로 감태 따는 일에 강제로
끌려 나갔대요.
그들의 전쟁에 왜 우리기 이유없이 희생되어야 하는건지,
그러고도 여전히 사과할 줄 모르는 일본은 정말 구제불능인 듯.
책에는 4.3항쟁이라는 말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제대로 배울 때쯤
이렇게 이야기로 만난 간난이를 기억하고, 마을 해녀들이 아우성치며
일어났던 스토리를 생각해낸다면
그저 주입식 지식전달에 그치지않고, 조금은 더 생생하게 우리 역사를
아로새기지 않을까 싶네요.
작가의 말에서도 제주 방언을 여러 개 발견하게 되요.
바다를 바당이라고 하고, 뒤웅박을
테왁이라 하고,
자맥질 하다가 숨을 참지 못 해 솟구쳐 올라 내는
휘파람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는 것 등등...
제주에 가면 구좌읍에 해녀박물관이라고 있대요.
이번 여행에서 애들 데리고 해녀박물관에 들러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는데 제주 여행까지는 약 한 달 가까이
남아있네요.
아~얼른 제주로 날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