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을 위한 옛이야기

그 옛날 청계천 맑은 시내엔 ㅣ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6
김용운 지음, 김옥재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 6월

<그 옛날 청계천 맑은 시내엔>
글 김용운 • 그림 김옥재
어린이 작가정신

옛 서울이 살아 숨 쉬는 이야기 민속촌!
책 제목에 청계천이 나와 첨엔 청계천의 옛날 이야긴가..? 했는데,
그보다는 엄마 아빠,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살아온 고향의 이야기에 가깝네요.
 

카메라 as 때문에 청계천 근처 왔다가
청계천의 현재 모습 한 번 담아 봤어요.
서울이 고향이 아닌 저에게도
여름이면 청계천에 발 담구고 첨벙첨벙대며 더위를 식히기도 하는 지금의 청계천이  익숙하답니다.

청계천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라는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 고향의 모습이 사라져 가는 데 대한 작가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마음을 담아 고향 이야기 소재들을 한데 묶어
'이야기 민속촌'을 만드셨대요.

통행금지, 곡마단, 엿장수, 도깨비 이야기, 다듬이질...
지금 아이들은 박물관에 가서나 보고 들을 법한 이야기 보따리가 한가득이네요.

제가 어릴 적에도 동네에 엿장수 아저씨가 오시는 날에는 책 속 아이들마냥
집에서 엿과 바꿔 먹을만한 것들 찾느라 바빴죠.

엿 바꿔먹는 데 성공한 아이 주변으로
동네 아이들이 에워싸듯 모였던 기억도 납니다.

곡마단이 나타나면 보통 약을 팔러 왔던 듯 한데,
어른들을 따라가면 그냥 입장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TV나 다른 오락이라 할 만 한 게 거의 없던 시절에는
곡마단에 얽힌 스토리들도 참 다양하게 많았겠지요.

이런 상황들이 지금 책을 읽는 내 아들들에게는
정말 옛날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네요.
밤에 잠자리에 누워 잠이 안 온다고 이야기 들려달라고 하는 아들들에게
소곤소곤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이 무척 많아요.

물이 맑아 청계천이라 불렀다는 개천에는
미꾸라지며 버들치들이 살았대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검정 다리 위를
타지도 못 하는 자전거를 타고 건너다
난간 아래로 떨어질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기선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 그림이
책 표지 그림이네요.

책을 통해 저도 처음 알게 된 것들도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동네를 순찰하던 야경꾼.
물론 중간 중간 삽화가 들어가 있기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들으면 자연스레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깊은 겨울밤, 딱딱이 방망이 소리가 골목길을
따악! 따악-! 거리는 소리가
마치 실제로 들리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도 합니다.


완장을 두른 전교 당번은 제 초등 시절에도 있었고,
흔들리는 이를 뽑기 위해 실을 매달이 확 낚아채던 기억도 나고,
하얀 광목 이불청을 다듬이로 똑딱똑딱 두드리던
엄마 모습도 생각나네요.

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이에게는 옛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한
<그 옛날 청계천 맑은 시내엔>.

청계천 앞 어느 커피숍에 앉아 서평을 쓰다보니
집에 가는 길에 청계천에 한 번 더 들렀다 가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