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십 대를 지혜롭게 품어주는 <엄마의 품격> by 조선미 (한울림)

십 대 초반의 첫째와, 이제 십 대를 향해 거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둘째를
좀 더 이해하고픈 마음에 만나 본 조선미 교수님의 <엄마의 품격>.
책자람 카페를 통해 매 번 좋은 책을 남들보다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참 행복하다.
책 배송되던 봉투 안에 책과 함께 한울림 출판사에서 보내 준 엽서 한 장에,
책을 읽기도 전에 이 책 덕분에 아이와 함께 한 뼘은 성장하게 될
나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BS <60분 부모>의 멘토 조선미 교수의 진짜 가족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써 내려 간 책이라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한동안 책을 멀리한 엄마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다.
게다가 책 표지에서부터 내 마음을 따뜻하게도 하고 말랑말랑하게도 만든 저 그림들.
보통 그림 그린 분들의 이름까진 기억 못 하는데,
김은기님은 이 책을 계기로 이름을 꼭 기억해 두고 싶다.
그림이 왠지 좀 낯익다 했더니, KBS <TV 행복한 동화>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분이라고 한다.

성장하는 십 대를 지혜롭게 품어주는 <엄마의 품격>이 책 제목이지만,
조선미 교수님 본인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양육해가는 과정 과정이
여러가지 에피소드로 소개되어 있어서
굳이 10대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책은 아니다.
언제나처럼 차례를 먼저 훑어보며 저자가 하고픈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상상해 본다.

허다한 자녀양육서에서 일러주는 지침들,
"그렇구나~" 하면서도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해 보기는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자녀 양육에 정답은 없다며, 아이마다 다르기에 책에서 아무리 좋은 이야길 한다해도
내 아이에게 적용할 수 없으면 그건 그냥 책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심드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뭐 그리 특별할 것도 까다로울 것도 없어 보이는
조선미 선생님의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도 저렇게 해 볼 수 있겠다!' 는 맘이 든다.
부모가 허용해 주는 만큼 아이는 성장한다는 마인드는 내가 품어온 생각과 일치하고,
그렇게 허용해주었을 때 또래 친구들이라면 엄두를 못 낼 일들도
큰 어려움 느끼지 않고 성취해내는 아이의 모습을 종종 봐 왔다.

내게 여전히 어려운 아이의 마음 읽기.
문제라면, 내 감정과 아이 감정을 섞지 않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일단 속이 좁은 사람이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지 못 할 때도 많지만,
감정을 알아차렸을 때조차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주지 못 하고
내 감정이 뒤엉켜버릴 때가 많았던 듯 하다.
내 스스로 화가 나서 주체하지 못 하니 아이를 어찌 받아줄 수 있었겠는가?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 vs 아이가 원하는 사랑
어머니기도회에 초대되는 강사님들을 통해 이 부분은 꽤 많이 생각해 보았고,
그 두 가지 사랑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아니, 오히려 그 두 가지는 다를 때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참에 나는 훈육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금 아로새겨볼 참이다.
규칙을 정한 뒤 이를 어기면 간단한 말로 지적하고, 그 자리에서 행동을 고치도록 하는 것.
이것이 훈육이라는데, 나는 그 간단한 말로 지적하는 게 왜 그리 안 되는지...
지적질로 시작된 것에 금세 분노가 섞이고, 아이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애들이 잔소리로 생각하면 어쩌나 싶었던 꾸지람, 나무람 들이
지금 곰곰 생각해 보면 잔소리가 맞다!
간단하게 끝내고 싶은데 내 분노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5분~10분~ 한정없이 늘어나는 공격적인 말들.
공격으로 둔갑한 훈육은 부모 자녀 관계를 상하게 할 뿐 어떤 가르침도 줄 수 없다는데,
훈육은 훈육으로 끝낼 수 있도록 노력 좀 기울여야겠다.

차례 중, 내게 와 닿던 구절은
아이가 크는 만큼 성장하는 엄마.
뱃속에서 작은 점으로 시작한 큰 아이가 세상으로 나와
출생 당시 체중의 열 배가 넘을만큼 자라고,
겨우 몇 십 cm에 불과하던 키가 이제 150cm를 훨씬 웃돈다.
아이가 그만큼 크는 동안 엄마로서 나란 존재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궁금해진다.

나 자신밖에 생각 못 하는 아들에게 들려 준 조선미 교수님의 나이 자릿수 이야기.
이거이거, 전적으로 조선미 교수님의 창작물이라고 하는데,
너무너무 맘에 든다.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도 아들들한테 한 번 써 먹어보고픈 말이다.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추려면 위기 상황에 대한 경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에 공감된다.
노상 뭔가 빠뜨리고 두고 가고 하는 아이들에게 폭풍 잔소리를 퍼 붓기도 했지만,
친구에게 학용품을 빌려도 보고, 우산 없이 장대비도 맞아 보고,
때론 준비물을 두고 가서 야단도 맞아보고...
이런 다양한 경험조차도 아이의 판단력과 대처 능력을 갖추게 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나이에 맞는 도전은 시련이 아니고, 성장을 촉진하는 자극이라.
어쩜 이렇게 언어의 마법사 같으신지, 이 대목을 읽으면서 뿅~ 반해 버렸다.
나 자신이 항상 아이와 동행하는 스타일의 엄마가 아니라서,
솔직히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양육태도에 대해 일면 칭찬받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감정 때문에 내 아이는 성장 촉진 제대로 되고 있겠구나 싶어 뿌듯하기까지했다. 

성경적으로도 자녀를 떠나보내는 것이 옳다고 배웠고,
아들을 떠나 보내신 훌륭한 롤모델, 시어머님을 보면서
언젠가는 이 두 아들을 내 품 안에서 떠나보내게 될 때 나도 그렇게
쿨하고 깔끔하게 떠나보내야지 맘 먹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어느 순간에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때가 오기까지 계속해서 아이를 준비시키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자신도 아이를 떠나보내는 준비의 과정일테고.

딸이 없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 나는
아들 둘 엄마다.
대한민국에서 아들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관문, 아들의 입대.
조선미 선생님은 '군대에 잘 적응하는 남자'로 아들을 키우겠다는 분이다.
입대라는 것이 단지 20대의 청춘을 소모하는 불필요한 기간이 아니라
남자로서 삶에 입문하는 첫 시험대라는,
보통 엄마로서는 머리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이 이론에
나는 공감된다.

전업주부인 나의 정체성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했는데,
소위 저명한 인사라고 불리우는 분조차도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자신의 직함이
자기의 정체성은 아니라는 말이 참 놀랍다.
만일 엄마 노릇에 집중하는 시기라면 '지금, 여기'에서
엄마 노릇을 하느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자각하는 순간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감사하다.
적어도 빈 둥지 증후군으로 맘 고생하지 않게
'나'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그래서, 책 표지에 아이를 통해 나를 만나는 행복한 시간!
이라는 글귀가 있던 거였구나~
아들 둘 키우면서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것이 일상이 된 나에게
여성성이란 게 있기나 했었나,
우아나 고상함은 진작부터 찾기 힘든 단어라 생각되어 왔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 나도 이 두 아들 지혜롭게 품어주는
품격있는 엄마가 되고싶어진다.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읽은 후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