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까지만 거짓말하기로 한 날 문학의 즐거움 51
신현이 지음 / 개암나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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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만 거짓말하기로 한 날>

 


지은이 : 신현이

출판사 : 개암나무

 

제목부터가 살짝 도발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짓말...? 저녁까지만 거짓말하기로 했다...?

 

특히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내 아들과 같은 5학년이라는 사실에

지금 내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끌렸고,

아들에게 역시도 자기 또래의 아이들 이야기에 관심을 갖을 거란 확신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작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멋진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픈 꿈을 가진

신현이 선생님이시네요.

 

분명 유아기, 학령기, 청소년시기 모두 거쳐 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아이 키우면서 아이들 심리를 읽어주지 못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이런 책을 쓰시는 작가님들은 어쩜 그 또래의 아이들 입장을

마치 아이라도 된 것 마냥 그렇게 잘 알고 계시는지 경이로울 뿐입니다.

 

 


차례를 살펴보니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예사롭지 않네요.

학원 하나만 줄여 주세요.

 

아이가 아무리 별로 하는 것 없다고 말하더라도

학교 마치고 과외로 배우는 것이 하다못해 한 두가지는 모두 있더라고요.

 

저희 아이들도 특별히 학원 보내는 것은 없지만,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신청한 것만 해도

큰 아이가 2가지, 작은 아이가 3가지에요.

큰 애는 피아노와 헬스장에 매일 가고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현우가 다니는 학원들과 달리 예체능을 위해 다니는 우리 큰 아들.

한 가지 더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엄마의 선택에 마지못해 다니는 현우와 달리

우리 아들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본인이 좋아서 하겠다고 시작했다는 점.

 

그러나, 생각해 보면 저도 제가 좋아 시작한 일이었어도

중간에 귀찮은 날도 있었고, 꾀 부리고 요령 피워서 대충했던 날이 분명 있었네요.

하물며 엄마의 강요에 못 이겨, 공부하러 다니는 학원이라면

저런 아우성을 칠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는 현우와 예준이, 기태와 하윤이까지 네 친구들이

한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정이 자라가는 것을 느끼고

서로 한 뼘 성장하는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네요.

 

 


분량은 159페이지, 중학년 이상의 초등생이 읽기 딱 좋은 수준인데

삽화 같은 게 중간에 한 번도 없이 순수 글만 있는 책이랍니다.

그런데도 술술 읽어지는 그런 책이네요.

 

 


거짓말과 관련해 가장 인상에 남는 대목은 바로 여기네요.

"엄마한테 모든 이야기를 남김없이 다 말할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거짓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앞뒤 다 잘라먹고 저 말 한 마디만 들으면 엄마 입장에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상황이지만,

엄마 입장보다는 현우의 입장에 몰입해서 읽어나가니

"그래,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 큰 아들이 갑자기 제게 이렇게 묻더군요.

"엄마, 만 원이 큰 돈이야?"

"그럼~! 큰 돈이지!"

라고 대꾸했는데, 뭔가 돈 만원이 필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었는데,

저는 결국 만 원을 주지 않고 등교를 시켰답니다.

 

서평을 쓰다보니, 우리 아들 역시도 엄마한테 모두 다 이야기할 순 없지만

뭔가 자기만의 생각이 있을 수 있었을텐데...

아침 등교 전 이런 상황을 충분히 공감해 주고 기분 좋게 만 원을 주지 못 했던 게 살짝 후회가 됩니다.

 

만 원이 아니라 2~3만원 이상 되는 돈을 가지고도

자기 먹고픈 거, 사고픈 거 사지 않고 어버이날 선물과 이벤트를 위해

남김없이 써 버린 아들인데...

 

큰 돈을 쥐어주면 허투루 낭비하고 말거라는 편견에

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해 버린 것이 맘에 걸리네요.

 

아이랑 책을 같이 읽는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참 좋은 것 같아요.

뭔가 같은 것을 공유한 느낌이랄까요.

같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게

아이 책이 제게 주는 유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들이라고 나무라기만 했던 아들의 습관들.

온몸이 간지러워 달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현우를 보니,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을 전부 이성적인 잣대로만 판단할 순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은 여유있고 느긋한 맘으로 아들을 바라보아야겠지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오늘은 학교 갔다 온 아들에게

필요한대로 쓰라며 기분좋게 만 원 줘야겠어요.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아이와 함께 읽은 후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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