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 Sakw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연애와 결혼에 대한 너무도 현실적인 이야기.이게 바로 영화 "사과"를 보고 난 내 느낌이다. TV나 영화 속 황홀하고 로맨틱한 사랑과 연애의 해피엔딩인 결혼은 이 영화엔 없었다. 대한민국 평균 남녀들의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에 내 얘기 같고,주변 사람들 얘기 같았다.

 

영화는 현정(문소리)과 민석(이선균)의 연애와 현정과 상훈(김태우)의 결혼을 비등하게 다룬다.다른 영화에서처럼 연애이야기를 99% 다룬 후에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끝이 아니라,결혼 후에 그 사랑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결혼 생활이 어떤지를 아주 상세하게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공감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 같아서.... 

현정과 민석은 7년이나 사귄 연인이다. 현정의 가족에겐 민석은 이미 예비 사위나 다름없다. 이렇기 때문에 결혼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였다. 그런데 함께 간 제주도 여행에서 민석은 뜬금없는 이별을 고한다. 그전까지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다가 여행중에 말이다. 너와 있으면 내 자신을 점점 잃어버리게 되는것 같다는, 어찌보면 조금 뜬구름 같은 변명을 하면서....차라리 다른 사람이라도 생겼다면 실컷 미워하고 깨끗히 털어버릴수 있으련만...

현정은 길고도 긴 이별 후유증을 겪는다. 그러다 자신을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상훈과 데이트를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그 상처를 치유하려는것 같다. 왜 자신을 좋아하느냐는 현정의 질문에 상훈은 "이 건물에서 현정씨가 제일 예쁘잖아요"라고 말하고,항상 만날때마다 꽃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진지함과 순수함이 묻어 나온다. 그렇게 데이트를 시작하는 두 사람.

현정은 처음엔 서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별을 고하지만, 보통 남녀들이 그렇듯만남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나가려 노력하게 된다. 아마 민석과의 사랑과도 다를 것이다. 서로 좋아 죽겠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조금씩 쌓아올리는 사랑이다. 사랑 보다는 정 이라고 하는게 더 알맞을 상훈과의 만남. 

현정은 민석의 자는 모습을 보면서 장난도 치고 행복해 하지만, 상훈의 자는 모습을 보면서는 '낯설다'고 말한다. 이게 바로 두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지 않을까? 결혼 적령기가 되면 1년여간의 교제 끝에 양가 부모님께 인사하고 결혼을 하는 과정말이다. 민석과는 7년동안 만났지만 헤어졌고, 상훈과는 짧은 만남뒤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걸 보면 말이다. 재미는 없는 사람이지만 성실해 보이는 그와의 결혼은 안정감 있는 삶을 살기원한 현정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두 남녀가 같이 사는것 이상이다. 확연히 다른 문화와 환경을 가지고 살아온 두 남녀가 함께 사니 그만큼 빚어지는 사건도 많다. 상훈은 취미인 등산까지 포기하면서까지 현정의 가족과 함께 교회에 가게 된다. 종교가 기독교가 아님에도..또 현정이 자주 부모님께 가고 늦게까지 술 먹고 들어오는걸 싫어하는 눈치를 보인다. 여느 남자들이 그렇듯이...반면 현정은 상훈의 모습에 점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상훈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안고 있다. (딱히 대단한 큰 잘못을 저지르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잘못된 행동을 하고서도 그게 잘못임을 모른다고 할까.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고 대화로 하면 될것을 자꾸 미루려고 하고 화를 내고....

임신을 한 현정이 상훈의 직장을 따라 지방으로 내려간 일도 그런경우다. 현정은 장거리 부부가 되지 않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그의 곁에 있었지만, 상훈은 현정에게 거짓말을 했다. 왜 그랬냐는 현정의 물음에 이야기의 본질을 흐리고 다른 얘기만 하는 모습에서 실망감을 느꼈다.

자신이 남편이기 때문에 힘든 일을 모두 다 끌어 안으려고 하는 그 모습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현정이 조언을 해도 끝까지 자기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현정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현정과의 사이가 그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결혼 이라는건 어쩌면 끝없는 인내와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그냥 마음이 맞고 주변에서 재촉하니 결혼을 하는건 실패가 불 보듯 뻔한 일 같다. 조금의 상처와 거리감 때문에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면에서 현정의 결심과 마지막 두 사람이 끌어안고 잠을 청하는 모습에서 조금의 희망을 보았다. 현정과 상훈은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지만 그 모습에서 새롭게 달라질 모습을 기대해본다. 

 
ps.
영화를 더 재미있게 해줬던 현정의 가족.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어줬다. 내 아버지,어머니 같고 내 딸 같은 그런 평범한 가족들이다. 어쩌면 그렇게 디테일한 상황을 보여주었는지~잊지못할 가족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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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0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괜찮았지요.
저는 정말 운좋게 극장에서 봤답니다.
제작사 사정이 안 좋아서 4년이나 늦게 개봉을 한 비운의 영화여서
관객이라도 많이 들기를 바랬는데 너무 일찍 묻혀버린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