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 A Frozen Flow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주진모와 조인성의 동성애 연기로 많은 이슈를 낳았던 "쌍화점". 영화가 제작될때는 기대가 많았는데 요즘 이 영화의 리뷰를 보고있자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것 같다. 심하게는 에로영화 같다는 말부터,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아 오히려 더 궁금해져서 보게됐다.

원의 속국으로 전락한 고려의 왕(주진모)은 건륭위의 수장 홍림(조인성)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린시절 건륭위를 지도하며 그중에서도 홍림을 눈여겨보았던 왕은 그를 충성스런 신하이자 애인으로 여겼다. 홍림 또한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각오로 임한다. 왕에게 홍림은 신하,애인을 넘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것 같다.

이름만 왕일 뿐이지 평생 원의 황제에 의해 감시를 당하고 굴욕을 당하며 마음 편할날이 없는 상황에서 의지하고 기대할 사람은 홍림 뿐이기 때문이다.또 그 자신이 여자와 동침을 할수없는 몸이기 때문에 왕후와의 잠자리를 거부했고, 그때문에 후사가 없었다. 자칫하면 조카에게 왕위를 빼앗길수도 있는 상황이라 그의 자리는 위태위태했다. 
   

그래서 왕은 자신이 가장 믿는 홍림을 왕후의 침실에 보냈다. 이때부터 세 남녀의 비극이 시작된다. 평생 밖의 세상은 알지 못한채 왕 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홍림, 10여년동안 홀로 밤을 새우며 왕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왕후, 그리고 홍림만을 사랑했던 왕. 

홍림과 왕후는 합궁을 하면서 육체의 쾌락을 알게되고 점차 서로를 탐하면서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한 죄가 그들에게 씌워진다.그리고 그들을 만나게 한 왕은 질투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렇게 빚어지는 처절한 비극.. 

감독은 홍림과 왕후의 배드신을 무려 7번이나 찍으면서 그들이 나누는 몸의 대화를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많은 비판이 나오는것 같다. 감정신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그들의 감정이 과연 사랑인지,욕망인지 헷갈리게 만든다고 말이다. 물론 몸으로 나누는 사랑도 충분히 있을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쌍화점의 배드신이 주인공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 조금 소홀했다고 여겨진다. 

'색계'라는 영화처럼 주인공들의 감정이 내게 전달되어지고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된게 아니라, 불필요하게 많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이런 생각이 들게 만든것 자체가 안타깝다)과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내면에 더 많은 할애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반면 주진모의 연기는 훌륭했고, 그때문에 왕의 시선에서 이 영화를 보게됐다. 그래서 왕이 처한 상황에 안타까워 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던것 같다. 특히 왕의 마지막 장면과 홍림이 왕한테 한 마지막 말은 더 애통하고 슬펐다. 오직 홍림만을 사랑했던 왕이 느꼈을 처절한 배신과 슬픔, 모든것을 다 포기했을 그 마음이 상상됐다. 

홍림과 왕후의 합궁이라는, 말도 안되는 방법을 생각해낸 그였기에 100% 피해자는 아니다. 이런 비극을 탄생시킨 주범은 바로 왕 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다시 제자리로 돌리길 원했고 끝까지 홍림만은 지키고 싶었던 왕이었다. 그를 위해 좋은 옷도 입히고, 자신의 말 보다 더 훌륭한 말까지 선물로 준비해가며 들떴던 왕이다.

하지만 홍림은 더이상 그가 알던 홍림이 아니었다. 여자를 알게되고 사랑에 눈 떠 버린 남자가 된 것이었다. 

반대로 홍림에 대한 느낌은 안타까움 보다는 씁쓸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왕후에게 새로운 사랑을 느낀 순간부터, 왕에 대한 사랑은 그만큼 사그라들겠지만 그렇다고 왕에 대한 충성조차 저버린 그가 미워보였기 때문이다.

왕을 위해 죽을수도 있었던 그가 왕의 명령을 저버리면서까지 왕후의 오라비를 살려둔것만 봐도 그렇다. 왕후의 오라비는 바로 왕을 죽이려고 가담한 자 였다. 다른 죄목도 아닌, 왕을 죽이려고 한 역적을 사랑 때문에 살려둔것 자체가 이미 충성을 저버린 것이다.

왕후에겐 그저 안쓰러운 감정만 일었다. 홍림을 사랑하는 왕 때문에 사랑한번 받지못한채 10여년을 홀로 지새워야 했던 그녀가, 홍림때문에 남자를 알게 되고 사랑을 알게됐지만 함께 할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녀의 남은 삶이 어떨지 상상이 되어 가슴이 무거워졌다.

송지효씨는 나이답지 않게 왕후의 무게감을 잘 보여주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가 좋다, 싫다 라고 함부로 말하긴 힘들다. 전반적으로 스토리도 통속적이고 미술,음악도 마음에 드는건 아니었다. 솔직히 정말 잘 만든 영화도 아니고 조인성씨의 연기가 좀 버거워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다. 끝맛이 너무 써서 한번 더 볼 생각은 안들지만, 자꾸 자꾸 생각나게 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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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purple 2009-03-0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엇보다 유하감독이 처음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전제를 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때문에 무엇보다 아쉬웠어요. 장르가 코미디인 것도 아닌데, 처음 조인성이 대사를 할 때부터 여기저기 극장에서 터지던 웃음이란 저 자신도 민망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저도 주진모의 연기는 빛났다고 생각해요. 조인성과 주진모를 한 자리에 두니, 주진모의 연기가 더 강하고 크게 느껴졌답니다. 어쨌든 유하감독의 지금까지의 영화 중에는 제일 안타깝게 느껴진 작품이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