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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정치 - 안티페미니즘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신경아 지음 / 동녘 / 2023년 1월
평점 :
미움이 가득하다. 뭐 하나라도 나와 다르면 편 가르기를 한다. 서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한다.
나이, 사는 지역을 나누고, 같은 공간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 비정규로 구분 짓고, 부모자식 간을 가르고 가르고 가르다 못해 남성, 여성으로 편먹고 싸운다.
여자도 군대 가라라고 외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러면 니들도 애를 낳던지라고 소리친다.
우리는 지금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
백래시 정치_안티페미니즘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신경아 지음
동녘 출판
여성과 남성이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갖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실천(16쪽)인 페미니즘이 왜 한국에서는 낙인이 되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는가?
1장 ㅣ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란 무엇인가
백래시(backlash), 우리말의 반동 혹은 반격에 상응하는 이 용어는 현상유지에 도전하는 시도에 대한 거부의 움직임을 이른다. 특히 이 책의 화두인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여성운동을 통해 향상된 여성의 인권과 지위(물론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에 소위 밥그릇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사회적, 정치적으로 이미 권력을 지닌 기득권이 어떻게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중을 부추겨 페미니즘을 공격하는지에 관해 알려주고 있다.
2장 ㅣ 백래시, 그 낯설고 익숙한 세계사
백인 노동계급 남성들이 자신의 경제적, 정치적 지위 하락에 대해 느끼는 분노를 정치적으로 선동(트럼피즘)해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그리고 일본, 독일, 동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각국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의 다른 양상과 현재까지의 동향에 대해 차근히 짚어주고 있다.
인상 깊었다기보다는 약간 어이없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자.
아무리 생물학적 본질주의와 전통적인 성역할에 뿌리를 둔 젠터 규범이 강하다 해도,
"일본의 주부 파트타임제가 보여주듯이, 풀타임 노동과 어머니 노릇은 양립할 수 없다. ...중략... 부부가 각자 자신의 성을 쓰는 별성 제도를 도입하면 가족이 붕괴되고 출산율을 더 떨어질 것..... (87쪽)
근거도 논리도 없는 이러한 주장이 먹힌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3장 ㅣ 정치가 된 혐오, 한국의 백래시
호주제, 군복무가산점제도, 일베, 메갈, 꼴페미, 여성가족부 폐지, 이대남(20대 남성)...
오늘날 한국사회의 젠더 갈등의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리고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제도도 있지만 젠더갈등이 불거지면 언제든 다시 도마에 오를 화젯거리다.
4장 ㅣ 민주주의의 위기와 백래시 대응
단순히 사회적 현상에 대해 기술해 놓은 것뿐만 아니라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 현상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대응전략으로 마무리지어 인상 깊었다.
본격 여성운동, 페미니즘을 다룬 책은 처음이었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여성운동의 역사를 한 번에 꿰뚫기는 불가능하지만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현상에 대해 조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여론 왜곡하고 교묘하게 젠터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적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말을 전할지.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