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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평점 :
-어머니를 돌보다
-린 틸먼 지음
-돌베개
기억 하나.
깔끔한 엄마집 거실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기하나 없던 엄마집 화장실에 물때가 끼기 시작했다. 가끔 드시던 음식을 흘릴 때 엄마는 말한다.
"미안, 엄마가 늙어서 그래."
기억 둘.
인간극장이었나.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를 60대 아들이 극진히 보살피는 내용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내게 말했다.
"혹시 엄마 치매 걸리면 그냥 요양원에 보내. 어차피 기억도 못하니까 슬플일도 없어. 다른 가족들은 살아야지."
<<어머니를 돌보다>>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이 책은 11년간 아픈 어머니와 함께하며 겪었던 경험과 감정들을 다룬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다.
어머니 병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여기저기 표류했던 일, 정보의 부재로 인한 좌절, 의료 서비스, 어머니를 거쳐갔던 간병인(돌봄 제공자)들, 그 사이사이 작가와 어머니와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에 관해 말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부제에서도 언급된 양가감정(ambivalence)가 아닐까 싶다.
여섯 살 때부터 어머니가 싫었다는 작가는 어머니를 돌보는 것을 좋은 딸, 좋은 동생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해야만 하는 "가혹한 의무(10쪽)"-우리 사회에서는 이것을 자식된 도리 혹은 효도라고 한다-였다고 담담히 고백한다.
"내 가능성들과 환상들을 어머니에게, 그것도 내가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57쪽)
나는 한창 일해야할 나이에 어린 두 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며 내 대부분의 시간을 자녀돌봄(childcare)에 쏟고 있다.
혹여 아이들의 신상에 문제(대부분 작은 상처 혹은 갑작스런 열이지만)라도 생길까 잠시라도 휴대폰을 꺼둘 수 없는 "다른 인간의 대기조(57쪽)"의 삶을 살고 있다.
자식이야 성장하면 내품을 떠난다지만 병든 부모에 대한 돌봄은 정해진 기한이 없다. 정보를 얻을 커뮤니티도 거의 없다.
"어머니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했다. 모든 사람의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지만, 우리 가족의 미래는 어머니의 미래에 구속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것인가." (107쪽)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고 나, 내 자식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