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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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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지음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형의 죽음을 계기로 이 책의 저자 브링리는 그가 다니던 <뉴요커>를 그만두고 그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찾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에서 경비원이 된다.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고 견디는 저마다의 방식속에서 그는 수만년의 시간을 아우르고 매년 7백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미술관에서 관찰자가 되어 침잠하기로 선택했다.

10년간 메트의 이 구역 저 구역 그의 발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사람들과 작품들은 우리 삶에 대해 말해주고 그들이 넌지시 건네는 위로에 상실의 공허함은 어느덧 소소한 일상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준다.

작가의 눈과 입을 통해 묘사되는 작품을 상상하면서 언젠가는 꼭 한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찾아가 책에 언급된 작품을 직접 보고 나는 그속에서 어떤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한가지.
전시실에서는 캔버스와 물감으로 전시된 작품을 모사할 수 있고 보안상의 이유로 모사하려는 원작보다 25퍼센트이상 작은 캔버스를 사용해야한다는 규칙(253쪽)이 있다.


☆ 책 속으로

"... 이상하게도 나는 내 격렬한 애도의 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삶의 중심에 구멍을 냈던 상실감보다 그 구멍을 메운 잡다한 걱정거리들을 더 많이 생각한다. 아마도 그게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256쪽)

"... 디테일로 가즉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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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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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린 틸먼 지음
-돌베개

기억 하나.

깔끔한 엄마집 거실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기하나 없던 엄마집 화장실에 물때가 끼기 시작했다. 가끔 드시던 음식을 흘릴 때 엄마는 말한다.

"미안, 엄마가 늙어서 그래."

기억 둘.

인간극장이었나.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를 60대 아들이 극진히 보살피는 내용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내게 말했다.

"혹시 엄마 치매 걸리면 그냥 요양원에 보내. 어차피 기억도 못하니까 슬플일도 없어. 다른 가족들은 살아야지."


<<어머니를 돌보다>>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이 책은 11년간 아픈 어머니와 함께하며 겪었던 경험과 감정들을 다룬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다.
어머니 병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여기저기 표류했던 일, 정보의 부재로 인한 좌절, 의료 서비스, 어머니를 거쳐갔던 간병인(돌봄 제공자)들, 그 사이사이 작가와 어머니와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에 관해 말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부제에서도 언급된 양가감정(ambivalence)가 아닐까 싶다.
여섯 살 때부터 어머니가 싫었다는 작가는 어머니를 돌보는 것을 좋은 딸, 좋은 동생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해야만 하는 "가혹한 의무(10쪽)"-우리 사회에서는 이것을 자식된 도리 혹은 효도라고 한다-였다고 담담히 고백한다.

"내 가능성들과 환상들을 어머니에게, 그것도 내가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57쪽)

나는 한창 일해야할 나이에 어린 두 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며 내 대부분의 시간을 자녀돌봄(childcare)에 쏟고 있다.
혹여 아이들의 신상에 문제(대부분 작은 상처 혹은 갑작스런 열이지만)라도 생길까 잠시라도 휴대폰을 꺼둘 수 없는 "다른 인간의 대기조(57쪽)"의 삶을 살고 있다.
자식이야 성장하면 내품을 떠난다지만 병든 부모에 대한 돌봄은 정해진 기한이 없다. 정보를 얻을 커뮤니티도 거의 없다.

"어머니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했다. 모든 사람의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지만, 우리 가족의 미래는 어머니의 미래에 구속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것인가." (107쪽)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고 나, 내 자식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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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푸른 꿈
장은혜 지음 / 크레용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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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푸른 꿈
☆ 장은혜 글 /그림
☆ 크레용하우스


알록달록 푸른 숲,
반짝이는 밤하늘,
아름다운 동물친구들이 어우러진 예쁜 책
<<재규어의 푸른 꿈>>

좁은 유리 상자 속에 갇힌 아기 재규어는
오늘도 시원한 바람이 불고
새들이 노래하고
엄마와 함께 달리던 푸른 숲을 꿈꿔요.

어쩌다 여기에 왔는지 기억은 없지만
간절한 소원이 별들에게 닿아
과연 아기 재규어는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푸른 숲을 맘껏 달릴 수 있을까요?


아이들을 데리고 근교 동물원 나들이를 종종 다녀오곤 한다. 동물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흐뭇하기도 하지만 한편 좁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우리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보면 미안해진다.

개체를 보호하거나 연구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원을 완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동물들을 대했던 방식과 생각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장을 덮고 아이가 말하길,


"양말은 양말통에 있어야 되고
장난감은 장난감통에 있어야 보기 좋아.
그리고 아기 재규어는 엄마랑 푸른 숲에 있어야 행복해 보여.
엄마, 맨날 장난감 제대로 정리 안 해서 미안해."

이게 웬 기승전사죄인지... :)

오늘도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며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존재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양말도
장난감도
아기 재규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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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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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푸른숲

피터 스완슨이 돌아왔다!!
죽여마땅한사람들 의 후속작
《살려 마땅한 사람들》


처음 도서를 제공 받았을때
푸른숲의 센스있는 마케팅에 웃음이 났지만
이것은 코미디가 아닌 최상급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지 않아도 이번 후속작을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겠지만 주요인물들의 관계성과 서사의 개연성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이번 기회에 피터 스완슨의 전작도 읽어보길 강추한다.


오래전 바닷가에서 목숨을 잃은 한 남자.
수업 중 한 여학생을 총기로 살해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한 남학생.
그리고 내연녀를 살해하고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긴 한 유부남.

불운한 사고인가,
아니면 완벽하게 설계된 살인공모인가.

무교차점에 가려진 반복된 우연의 일치의 끝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완벽하다고 믿었던 '접점없음'에 균열이 생기고 이 틈을 파고드는 주인공과 함께 퍼즐을 맞춰가다보면 어느덧 깊어진 가을밤.


또한 곳곳에 등장하는 시 속의 단서를 읽어내고 주인공의 리머릭(limerick:5행으로 이루어진 시)을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감상 포인트.

당신에게는 살려 마땅한 사람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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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존재하는 개 - 개 도살,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파카인 지음 / 페리버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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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존재하는 개>
- 파카인 그림
- 페리버튼


침묵.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다.

1장. 도살당하는 개
2장. 구조되는 개
3장. 아직도 그곳에 존재하는 개

보신이라는 미명 하에 수 없이 많은 개들이 비참한 죽음을 당한다.
개고기는 식품이 아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의해 관리되는 소, 말, 닭, 돼지 등의 가축에 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개고기는 국가에서 허용하지 않을 뿐더러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식품 원료도 아니기 때문에 개고기를 어떤 형태로든 가공하고 유통, 판매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먹거리 선택의 자유'와 '동물학대' 사이에서의 해묵은 논쟁은 종결되어야 한다.

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내가 어렸을 적만해도 보신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가게도 심상치않게 보였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개애 삽니다~ 개 사요~" 개장수 트럭소리에 동네개들 오줌 지린다는 어른들우스갯소리도 자주 들었다. 다행이 먼 옛날옛적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이었던가.
유래없는 활약에 힘입어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월드컵 당시
프랑스의 한 여배우가 한국 개고기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알지 못하고 우월성으로 똘똘뭉친 '극우 파시스트'로 낙인 찍혔지만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자행되는 식용을 위한 개 사육과 도축이 과연 존중받아 마땅한 문화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

책 속의 말 없는 개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실재했던 개들이며 잔인하게 도살당했다. 침묵으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눈빛으로 개들은 죄 많은 인간의 언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복날 삼계탕 대신 보신탕을 찾는 호사를 누리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개들이 나의 보신을 위해 마땅히 그 한 몸 바쳐져야할 희생물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할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랄까.

아직도 존재하는 개가 아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개가 되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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