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부제는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로 신화를 재해석한 이야기이다. 부커상 수상 작가인 팻 바커가 썼고, <가디언> 21세기 최고의 책 100,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에 뽑힌 책이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헬레네 왕비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그녀를 데려오게 되고, 그 일로 인해 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 전쟁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서 도시국가를 토벌한뒤에 전리품으로 브리세이스 왕비를 노예로 데려간다. 전쟁에 패배한 대가는 끔직했다. 왕비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시장에 물건처럼 전시된다. 아킬레우스는 전쟁의 영웅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동생을 죽인 도살자에 불과했다. 그 시대의 여자들은 전쟁터에서 더러워진 옷을 빨고, 옷을 만들거나 전사자들의 시체를 닦으며 지낸다.

아킬레우스는 금접시에 음식을 먹고, 상아를 세공한 받침에 발을 받치고, 금실 은실 이불에서 잠을 잔다. 모두 그의 말에 복종하고, 무엇이든 그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전쟁에서 이긴 영웅의 이름만 기억한다. 모든 책에는 용맹하고 지혜로웠던 영웅으로 인해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영토를 넓혀 나갔다는 이야기만 나와있다. 그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약탈이 있었는지, 여자들이 비참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는 전쟁사에서 잘 다루지 않는다.

여자들은 전쟁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브리세이스 왕비처럼 자신의 가족, 형제, 친구를 죽인 자들에게 노예로 끌려와 그들의 여자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왕비는 영웅이 아니라 한 남자 아킬레우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우리가 알던 신화를 좀더 깊이 들어가보면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많은 아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소설로 영화로까지 제작되었을만큼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청소년과 청소년을 둔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11살이 된 생일날 아스카는 나오토에게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을 듣는다. 시계를 올려다보며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스카에게 엄마는 너의 생일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을 것이라며 나오토는 쏘아댄다. 가족끼리는 무심코 마음 속의 있는 말을 그대로 꺼내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가식적이지 않게 나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줄 수 있는 가족이라서 좋지만, 속마음을 그대로 꺼내어 상처를 주는 것 역시 가족이다. 남에게는 예의를 갖추어서 말하니까.

아스카는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엄마와 오빠를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아스카의 마음도 몰라주고 엄마는 생일을 잊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조금도 표현하지 않는다. 어떻게 아이에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스카는 그때부터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아스카는 하시모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와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스카를 할머니댁으로 보낸다. 아스카는 그곳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온전히 받으면서 점점 마음을 회복해 나간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아스카의 엄마 시즈요가 어릴 때 아픈 언니 하루노를 돌보느라 시즈요를 보살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때의 외로웠던 감정이 시즈요가 아스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 시즈요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엄마라면 딸을 위해 이겨냈어야 한다. 아스카는 결국 가족의 사랑으로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다. 생일에 아빠가 해주는 "해피버스 데이, 아스카"를 들으면서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얼마전 아이에게 태어날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나는 소중한 사람이네."라고 말하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인정받는 존재인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아스카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스피리투스 청소년문학 1
박생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말처럼 한국 생활이 힘들 때면 왠지 미국으로 떠나면 나도 멋지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살았으면 영어도 잘 했을 것이고, 넓은 땅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멋진 모습으로 살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밖에서 보는 것과 그 문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생활하는 것은 많이 다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재미교포인 M군이 이웃인 박생강 작가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소재로 쓴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좀더 현실감 있고, 절실하게 와닿았다. 물론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기 때문에 실제 M군과 이야기 속의 태조와 같지 않을 것이고, 다른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이사를 가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고, 청소년기의 학생에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니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그런데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일 것이다. 부모님은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였지만, 아이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태조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헤어져 이민을 가게 된다. 태조는 누나처럼 인싸가 아니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보다는 늘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지내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 친구들을 두고 떠났다. 태리, 태조의 엄마는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한다며 한국에서 모은 재산을 탈탈 털어 미국으로 간다. 사실 나도 내가 좀 고생하더라도 아이의 먼 미래를 생각하면 미국이 아니더라도 이민을 하는 것은 어떤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태조의 엄마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언어로 고생했지만 2주쯤 지나니 짧은 대화는 가능해졌다. 보광동 7인방과 지낼 때와는 너무도 다른 문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친구들도 사귀고 짝사랑도 하게 된다. 누나 태리는 미국 생활에 너무 잘 적응하여 행복하게 지냈고, 태조는 결국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10대는 어느 곳에 지내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방황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미국에서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시간을 통해 태조는 더 많이 성숙해지고, 단단해졌을 것이다. 태조의 아메리카 생존기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어떨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
사지 하루오 지음, 홍성민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공명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우주, 별자리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머리 위에 보이는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한 뒤에 조금씩 조금씩 지구에서 멀어지면서 지구를 관찰하고, 우리은하를 관찰하고, 우주 속의 우리은하를 관찰하였다. 아주 넓다고 생각한 우리은하가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고, 지구는 더 작은 부분이며 나는 정말 우주에서는 미미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나니 삶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라는 책제목이 와닿았다. 학창시절에 우주는 외워야할 이름이 많은 대상일 뿐이었다. 여러 책을 읽고, 영상으로 우주의 신비로움을 경험할 때면 왜 천문학자들이 별과 하늘, 우주에 빠져드는지 알 수 있었다. 우주 속의 한 생명체로 살아가면서 내가 살고 있는 우주가 어떻게, 언제 생겨났을까에 대한 탐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책에서는 우주의 시작부터 빅뱅, 별, 행성, 빛, 달, 지진, 밀물과 썰물, 태양과 지구의 관계, 외계생명체와 같은 우주와 지구에 관한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 마지막 부분에는 나를 알고, 생명의 공평함과 인간의 죽음, 인류의 멸망까지 다루어주어서 생명의 시작인 우주의 탄생부터 우리의 죽음까지 한평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심오한 진리가 숨어 있는 책이지만, 학생상담실장인 신기루 교수님이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학생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다. 과학과 삶을 이야기를 통해 연결해주니 이 우주속에 모든 진리가 숨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된다. 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달을 즐길 때 우리에게 계절을 선물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라 한다.

신기루 교수님이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과거에 연연해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지금을 사는 것,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눈고개 비화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만 봐도 오싹한데 외눈고개 비화와 우상숭배 두가지 이야기를 실어놓은 책이다. 조선 SF 호러 소설인데 이 장르는 처음 읽어보았다. 박해로 작가님은 공포소설계에서 꽤 유명한 분 같다. 가상의 지역 섭주를 무대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장르를 개발하여 귀경잡록 시리즈를 쓰고 있다. 귀경잡록과 원린자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한다. 세종 20년, 건국신화를 부정하고 백성들을 미혹시킨다고 하여 금서가 된 <귀경잡록>은 수많은 시련에도 살아남았다. 원린자는 외계인을 말하는데 조선이 가장 경계해야할 적이라고 한다. 사극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읽으니 몰입이 잘 되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책장이 잘 넘어간다.

서자로 태어나 온갖 사회적 제재를 받아야만 했던 김정겸.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출신 성분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노인과 그의 딸을 도와주려다가 살인자가 되어버렸고, 그 일로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옥사에서 지내게 된다. 정겸은 40년이 지나 사또가 된 선규를 만나 하루동안 겪은 외눈고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지천이 옥사에 구하러 온 탁봉이 사람이 아니라 원린자라는 사실을 말하자 정겸은 놀랐다. 원린자는 비천자와 비행기구를 타고 온 존재로 원린자의 목적은 인간을 지배하기 위함이다.  <귀경잡록>이 실제 있었던 책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에 원린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니 정말 신기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