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괴담이 아니다. 인간의 약한 마음과 잔혹한 본성을 파고드는 정교한 미스터리.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는 흔한 도시전설이나 비즈니스호텔을 배경으로 한 단발성 공포 소설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 단편적인 예측은 기분 좋게 비껴나갔다.이야기는 오랫동안 창고로 방치되어 있던 ‘705호실’을 둘러싼 이상 현상에서 출발한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벽 타격음, 환각, 그리고 잇따르는 의문사. 그러나 이 작품의 진가는 단순한 심령 현상 그 자체에 있지 않다. 705호라는 좁은 공간을 거쳐 가는 성매매 여성, 호텔 직원 등 저마다의 절망과 결핍을 품은 독특한 인간 군상의 면면을 서늘하게 조명한다는 점에 있다.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야마다 긴야’였다. 단순한 조연을 넘어, 타인을 통제하고 사육하듯 살인 자체를 즐기는 그의 순수한 악의와 사이코패스적 심리는 읽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하다. 일상적인 호텔이라는 공간 안에서 직원이 냉혹하게 살인을 저지르며 느끼는 감정선과 그 왜곡된 심리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전개는, 이 책을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훌륭한 범죄 심리 스릴러의 반열에 올려놓는다.후반부로 들어서며 현대 호텔이라는 무대는 한 남자의 수기를 통해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료칸 가문의 잔혹한 주술(게호오로시)과 정교하게 교차한다. 여성만이 데릴사위를 들여 가계를 잇고 남성들은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료칸의 비극은 보는 이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점과 점으로 흩어져 있던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705호라는 하나의 거대한 인과율 속에서 퍼즐처럼 맞아떨어질 때 느끼는 쾌감은 명작 미스터리 단편을 읽었을 때의 감흥과 닮아 있다.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초자연적인 존재 그 자체가 아니다. 악의와 약함을 품은 인간이 그 괴이(怪異)와 만났을 때 스스로 만들어내는 비극의 연쇄다. 모든 사건이 정리된 듯한 순간에도 서늘하게 남아있는 마지막 여운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정교한 구성과 복선 회수가 단연 돋보인다.출장이나 여행길에 호텔 키를 받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방 번호를 몇 번이고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서늘한 논리와 정교한 범죄 심리 스릴러를 즐기는 독자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