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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터의 삶
이노을 지음 / 오늘의책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3년 전쯤 샀던 책을 다시 꺼내 읽어 보았다.
한국판 ‘동물나라 닭고기 수프’(우리나라엔 101가지 이야기 시리즈로 소개됐다.) 같은 책.
하지만 잭캔필드와 마크빅터한센의 동물나라 닭고기 수프와 다른 점은 너무 감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포장이 됐다는 점이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취재와 여러 자료를 취합해 글을 썼음에도
글의 어디에도 이 글이 실화라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어느 동네인지, 언제 일어난 일인지, 그 후에 어찌 됐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저자가 동화를 쓰는 사람이라더니
어느 정도의 사실(fact)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동화처럼 만들어낸 모양이다.
요즘 그 흔하다는 팩션(fact + fiction,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허구).
취재가 좀 부족하고, 저자 생각보다 얘기가 감동적이지 못했어도 그냥 그렇게 솔지갛게 쓰면 좋았을 것을, 저자는 왜 솔직해지지 못했을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몰입이 어려웠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사는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다.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사는 모습은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동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저자는 왜 오버를 했을까?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이야기를 너무 꾸며냈다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던 책이다.
가슴을 울리지 못했던 이 책을 읽고서 머리에 남았던 건 단지 제목뿐이다.
3미터의 삶….
지금도 한국 어디에나 묶여 사는 개들이 있다.
그들의 삶의 길이는 1미터가 고작이다.
마음씨 좋은(?) 주인(그들은 가족이 아니라 주인이다)을 만났더라도 기껏 3미터쯤 될까?
도시개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자유로울 거라 환상을 갖고 있는(작가 김훈 아저씨마저도! 그의 책 <개>를 보라) 시골개도 묶여 살긴 비등하다.
아니, 오히려 더 많으려나? 밭 작물 해친다고 시골의 그 흔한 논밭의 흙 한 번 밟아보지 못하는 게 요즘 한국의 시골개들이다.
이 책의 아이러니는 맨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책은 조시 빌링스의 말을 빌어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당신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지구상에서 개뿐이다.’
라는 말로 장엄하게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어지는 출간 기념행사 페이지.
이 책을 구입한 독자들 중에서 추첨을 해서
1등 1명 애완견(잉글리쉬 코카 스태니얼)
2등 2명 애완견(페키니즈, 시추)
이렇게 준단다. 세상에~~~~
이 이벤트는
개에 관한, 아니 생명에 관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개는 상품일 뿐이다.
책을 사면 주는 책받침, 책가방, 안 팔려서 재고로 쌓인 책들과 동급인 것이다.
이런 이벤트를 만든 사람들의 머리속엔
개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인식이 부재하다.
게다가 1등과 2등의 차이는 뭔가?
코카는 비싸니까 1등이고, 시추는 싸니까 2등인가?
책 읽으며 실망, 이벤트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