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개나 고양이,

자기의 인생을 바꿔준 동물들과 살았던 이야기를

글이나 만화로 쓴 책은 많다.

그런 책은 많고,

우리집엔 그런 책들이 가득하며,

많이 읽는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책에 좀 심드렁했는데…



이 책을 또 집어든 이유는

저자가 피터 게더스이기 때문이다.

작가이고, 게다가 방송,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랜덤하우스의 편집장이기 때문이다.

분명 똑같은 상황을

기가 막히게 다르게 표현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기대감은 어느 정도 맞았고, 어느 정도 틀렸다.



그의 글은 솔직하고,

그래서 cool하고,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스피디하게 책장이 넘어간다.

또한 중간중간 예의 그 촌철살인의 메타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피터 게더스라도 별 수 없는 게 있었다.

동물들과 살면서 느끼는 감정이란

누구나 종이 한 장 차이였고,

그래서 어떤 표현은 다분히 상투적이고 신파조다.

그런데 그게 더 와 닿은 이유는 뭘까?



게다가

그의 고양이 노튼 시리즈의 천번째인 《파리에 간 고양이》는 

한 마디로 야옹이판 《섹스 앤 더 시티》이다.

사람들이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화려한 뉴요커의 생활을 꿈꾸고,

그 화려한 명품들의 향연을 보며 침 흘리면서도

결국은 네 여자의 우정과 연대감에 감동하는 것처럼,

《파리에 간 고양이》도

뉴욕서 상류층에 속하는 저자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

그의 쿨한 러브러브 스토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친구인 이야기,

저자를 따라 비행기를(그것도 퍼스트 클래스에!) 밥 먹듯 타는 고양이 이야기는 역시 아무나 들려줄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허나, 역쉬나 결론은 그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

노튼과 어떻게 사랑했고,

그 사랑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얘기에선 감동이 넘친다.



‘침대에서 손을 뻗는 곳에 노튼이 없는 밤이면 나는 내가 노튼에게 뭐 잘못한 게 없는지 정말로 걱정한다’

‘고양이는 생각도 없고 감정도 없다고 말하면, 그에게 아픈 고양이와 함께 침대에서 밤을 새보라고 하라’



뒤이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와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가 나와 있는데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나이 들어 피터를 떠나는 노튼 이야기를 어찌 읽을 수 있을까?

용기가 생기면 그때는 볼 수 있을까?

열두살 찡이와 살아서 그런가, 아직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엔 내 용기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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