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발견 -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모험
안드레아 울프 지음, 릴리안 맬셔 그림, 정영은 옮김 / 열린과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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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의 여정이 책의 그림과 어우러져 한층 다채롭게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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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 -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하다
데버라 펠드먼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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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와 기회의 땅인 미국,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뉴욕이라는 도시는 전세계에서 온 수많은 이민자들로 가득하다. 온갖 인간 군상들이 모여있는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 같은 이 곳이지만 하시딕Hasidic이라 불리는 유대교 근본주의 종파는 유독 독특해 보인다. 이들은 온 유럽을 휩쓴 전란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원래 살고 있었던 고향인 헝가리와 루마니아 국경의 도시 사투마레Satu Mare 혹은 이디시어로 사트마Satma를 새로운 정착지의 이름으로 선택했다. 비록 새로운 땅에 발을 내딛었지만 여태껏 생활의 중심, 아니 모든 것이었던 유대교의 전통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선조들이 입던 의복과 언어를 고집하던 폐쇄적인 공동체 집단인 사트마에겐 다른 유대교 공동체와 구분되는 점이 있었는데, 유럽에 살던 거의 모든 유대인들이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이스라엘이라는 유대인만의 국가 건설을 반대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유럽에 살던 유대인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유대인의 정통성을 고집하면서 이방인의 지위를 고수한 대가로 현지인들에게 박해를 받는 것이었고(시오니즘),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인종과 동화되어 유대인의 가치를 조금씩 포기하는 것(동화주의)이었다.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유대인 대학살은 이에 대한 징벌이며 박해를 받아 줄어든 유대인 인구 회복을 위해서 이들은 출산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공동체의 보전, 그리고 전통의 계승이라는 점에서 보면 출생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가치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간에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라, 이것이 맹목적인 '출산'이란 가치로 치환되다 보면 출산을 전담해야 할 여성들의 삶은 몹시 비참해진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은 그저 출산을 위한 기계이자 도구에 불과하며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상대와 결혼을 하여 출산과 양육에 골몰해야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는 없으며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자유와 권리는 쉬이 박탈된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이곳을 탈출할 생각도 하지 못했으나 책의 저자인 데버라 펠드먼은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몰래 읽었던 책들 덕분에 바깥 세상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며 훨씬 더 넓은 선택의 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사트마에 남는다면 자신의 삶은 불보듯 뻔하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 자신의 딸과 손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위해선 탈출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책을 통해 생소한 유대교의 전통과 율법을 군데군데서 접할 수 있었는데, 그것들은 차치하고서 인습이 전통으로 위장하여 구성원들을 얼마나 옥죌 수가 있는지 아주 전형적인 예가 책에 소개된 초정통파 종교 공동체란 생각이 들었다. 전통이란 가치는 흩어져 있는 개인들을 하나로 묶어줄 공통기제가 되어 집단의 정체성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이나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처럼 개인의 속박과 구속을 위한 장치로 변질되기가 쉽다. 희박한 확률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통해 아들의 양육권을 획득하고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지금까지 머무르고 있는 작가 펠드먼의 삶은 이전과 달리 극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의 사연에서 영감과 용기를 받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옭아매던 전통이란 세계를 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는 것을 책의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부디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사계절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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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 드레퓌스사건과 집단히스테리
니홀라스 할라스 지음, 황의방 옮김 / 한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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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의 소설만큼이나 갑작스레 벌어진 이 사건은, 소설이 아니라 실화다.1894년 9월, 알자스 태생의 유대인인 프랑스 육군 포병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Alfred Dreyfus, 1859~1935)는 독일군의 스파이 활동 혐의를 받아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은 만장일치였는데, 이에 의거하여 그는 프랑스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기아나 근처의 '악마섬'으로 종신 추방되었다. 재판은 비밀리에 진행되었으며 검찰 당국이 제출한 여러 문건 중 명세서 한 장만이 공개되었는데, 독일 대사관으로 보내진 이 명세서에 필적이 드레퓌스의 것과 유사했기에 그가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한 사람을 중대한 범죄행위의 용의자로 지목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나 유대인인 드레퓌스 대위는 반유대주의에 물든 군 상층부의 눈밖에 났기에 자신의 억울함을 제대로 항변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프랑스군, 가톨릭 교회, 보수우익 언론들은 일제히 조국을 배신한 '유대인' 드레퓌스를 일제히 비난하고 반대유대주의 선동을 공공연히 시작한다. 드레퓌스는 머나먼 악마섬에서 혹독한 복역을 치러야 했으며 곧 가족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권리마저 빼앗긴다. 그의 운명은 억울한 유배 생활을 하며 쓸쓸히 죽음을 맞는 수밖에 없었던 와중에 진실이 드러나며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2년 후인 1896년 참모본부 정보국 소속의 피카르 소령이 우연히 당시의 문건을 열람하고 드레퓌스를 진범으로 지목할 '증거가 없다'는 것과 오히려 명세서의 필체는 정보국 방첩대 실무자인 헝가리계 에스테라지 소령의 문체와 유사하단 걸 밝혀낸다. 피카르는 상층부에 보고했지만 이 모든 책임을 질 의지가 없었던 군 수뇌부는 이를 묵살하고 은폐하려 했으며 피카르는 한직으로 좌천된다. 이 사건이 보도가 되면서 프랑스는 양분된다. 드레퓌스의 유죄를 주장하는 재심 반대파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정의 이념을 거부하고, 군의 위신을 존중하며 국가 안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라는 주장을 하지만 주로 양심적인 지식인층과 공화주의자들이 주축이 되었던 재심 요구파는 이에 반대하며 명확한 증거없는 국가 주도의 일방적인 마녀사냥을 비판했다. 


    열세였던 재심 요구파에 한 줄기 빛이 되었던 건 프랑스의 대문호인 에밀 졸라의 글 덕분이었다. 군국주의와 국가주의가 만연한 당시 프랑스의 사회상에 크게 충격받은 졸라는 1898년 1월 13일 《르로르(L'Aurore: 여명)》이란 문학 신문에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글을 통해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낸 것이다. 원래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평범한 제목의 이 글은 당시 편집장이었전 조르주 클레망소가 제목을 바꾼 것이었는데, 아무 근거 없이 드레퓌스를 유죄로 몰아간 것과 스파이 행위의 증거가 명확한 에스테라지를 무죄석방한 두 차례의 군사법정을 거세게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강렬하고 도발적인 글이었기에 훨씬 더 호소력있는 제목으로 바뀐 것이다. 이후에도 잡음이 있었지만 결국 사건 발발 10년 후인 1904년 3월, 드레퓌스는 최고재판소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2년 후인 1906년 7월 마침내 무혐의를 인정받고 최종 복권되었다. 


    책의 지은이인 니홀라스 할라스가 이 책의 제목을 졸라의 글과 동명으로 『나는 고발한다』로 지은 이유, 그리고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그의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이 사건을 다룬 이유는(아렌트는 이 책에서 반유대주의-제국주의-전체주의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졌는지 고찰하며 드레퓌스 사건을 제국주의 직전에 언급했다) 이 과거의 사건이 갖는 현재성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사상과 거짓 정보를 마구 유포하고 선동하여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호도한 탓이지만 이는 지금도 얼마든 일어날 수 있으며, 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드레퓌스 한 사람만이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볼 순 없고 오히려 우리 모두가 또다른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 한길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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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 기후 위기 시대, 제2의 전기 인프라 혁명이 온다
그레천 바크 지음, 김선교 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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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기후 ‘변화’라는 말을 넘어 이제는 ‘위기’ ‘재난’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통용될 정도로 기후 문제는 더이상 쉬이 간과할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발전, 그러니까 전력 생산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 중 석탄같은 물질을 통한 화력 발전의 부산물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중 손 꼽히는 것은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원자력은 핵 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에 완전한 청정 발전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그렇다면 지금의 발전 체계가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가 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애초에 우리가 이용하는 전력 공급망이 전통적인 화력, 원자력 발전에 최적화된 채 설계돼있기 때문에 단순히 발전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변화에 도달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 핵심은 발전 원천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리드(전력 공급망) 역시 그에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원자력과 화력 발전이 중심인데, 이런 전통적인 발전 방식은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 설치된 발전소에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도시 지역으로 송전하는 것이다. 송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전력 손실은 불가피하므로 전력 손실률을 줄이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이에 비해 보다 생활 밀착형으로 이뤄질 수 있다. 예컨대 빌딩이나 아파트 옥상마다 태양열 패널이 있으면 거기에서 모은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로 전환해 사용하는 자급자족 형태가 가능하단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그리드 시스템은 전통적인 발전 방식에 맞추어 설계되었기에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비교적 효율이 낮은 재생에너지의 효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우리를 둘러싼 모든 전기 인프라를 바꾸는 데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 그리고 사회 구성원 사이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체계로는 이른바 블랙아웃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비롯한 전기 위기가 더욱 빈번해 질 확률이 높다. 요즘의 산업과 경영에서 화두는 단연 “지속 가능한(sustainable)” 개발이고 ESG 역시 점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전기에 관한 시스템 역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 동아시아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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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손민지 지음 / 디귿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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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같은 신체 활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내가 마주한 최대의 시련은 군대에서였다. 훈련소 수료, 그리고 자대 배치 후엔 6개월마다 한 번씩은 PT 시험을 봐야 했는데 종목이 푸쉬업, 싯업, 그리고 2마일 런 3개였다. 푸쉬업과 싯업도 난관이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2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2마일은 내 기준으론 그렇게 빨리 끝날 거리가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3km를 뛰고도 아직 남은 200m는 왜 그리도 야속한지, 끝까지 마음 다잡고 완주하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도 매일 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달라진 나를 체감하는 법인가 보다. 전역한 지 5년이 다 돼 가지만 내겐 군시절이 그랬다. 매일 5시 15분부터 시작하는 섹션의 아침 pt는 하루 빨리 전역하고 싶었던 원인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변화의 계기이도 했으니 말이다. 하루 세 끼 주는 밥 푸짐하게 먹고 일과 이후 저녁엔 체육관에 가서 따로 운동을 더 했는데, 덕분에 학창 시절 내내 저체중이었던 나는 표준체중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 책은 달리기에 관한 책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저자는 10분, 20분, 30분 서서히 뛰는 시간을 늘리고, 더 먼 거리를 뛰면서 문득 깨닫게 된다. 머릿속 잡념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지를 말이다. 운동 중에서도 유산소를 아직도 싫어하는 나는 러너스 하이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달리기에서 오는 쾌감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상에 조그마한 변화를 주어 조금씩 변해가는 나를 마주하는 건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란 건 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뱃살을 보면서 이러다간 안되겠다는 심정으로 운동을 다시 시작한지 2주가 조금 지났다. 운동을 내 일과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해야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 동녘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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