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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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모집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멤버로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화재 건은 영 마음에 안들어.˝ 마르틴 베크가 말했다. 꼭 혼잣말 같았다.

˝대체 무슨 소릴 중얼거리는 거야?˝ 숨을 고른 뒤 콜베리가 말했다. ˝그게 마음에 들고 말고 할 일인가? 네 명이 불에 타서 죽고 키 이 미터짜리 바보가 메달을 받은 걸로는 충분하지가 않아?˝ - p.137]


  You Only Live Once, 즉 YOLO란 말이 한창 유행할 때 이에 따른 반발로 You Only "Die" Once란 표현을 어디에선가 접한 적이 있다. 사람은 한 번 죽으면 끝이지만 어떤 사람은 두 번 죽기도 한다. 


  스톡홀름 경찰은 어느 차량 절도범을 감시 중이다. 거대 마약 조직을 잡을 실마리를 쫓다가 이 절도범이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 집이 갑자기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본 경찰은 화재 신고를 하고, 인명도 구조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야 할 소방차가 어찌 된 이유인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그 집은 전소하고 절도범도 사망한다. 시신 부검을 하니 결과가 충격적이다. 화재가 일어나기 전 절도범은 이미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자살이었다. 절도범이 누워있던 침대 매트리스에는 아주 정교한 기폭 장치가 있었다.


  의문은 세 가지. 하나, 절도범은 왜 자살했나? 둘, 이미 자살한 절도범은 왜 살해당했으며 누구의 소행인가? 셋, 소방차는 왜 끝내 나타나지 않았나? 세 가지 의문을 마르틴 베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꼼꼼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이번 권에서는 주인공 베크나 콜베리보다 스카케, 군발드, 멜란데리 같은 동료 경찰의 비중과 역할이 더 커진 듯하다. 형사 단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 사람이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말이다. 인간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결국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데 경찰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협동심이 유독 부각된 이번 편이었다. 


[˝뭐하나?˝ 콜베리가 멜란데르에게 물었다.
˝생각중이겠지.˝ 마르틴 베크가 대신 대답했다.
˝그건 나도 알아.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거지.˝
˝경찰의 치명적인 실수 중 하나에 관해서.˝ 멜란데르가 말했다.
˝아, 그래, 어떤 실수?˝
˝상상력 부족.”
˝그게 자네가 할 말인가?˝
˝그래, 나한테도 그런 결함이 있지.˝ 멜란데르는 차분히 받았다. ˝현재의 문제는 이 사건이 상상력 부족의 완벽한 사례가 아닐까 하는 거야. 수사 활동의 편협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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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친 면의 대화 -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전가경 외 지음 / 아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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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물성마저, 책 그 자체를 사랑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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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 -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현대 예술의 거장
제임스 개빈 지음, 김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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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유문화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4월 30일, 세계 재즈의 날이다. 4월의 마지막 날에 쳇 베이커(Chesney Henry Baker, 1929~1988)가 남긴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쓴다. T. S. 엘리엇은 〈황무지〉 첫 행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며 운을 뗀다. 엘리엇은 왜 4월을 잔인한 달이라 일축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쳇 베이커가 살다 간 인생은 잔인했노라고 말할 순 있겠다.


  그는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났다. 삶을 마감한 곳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었다.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는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았다. 투숙 중이던 호텔 바깥에서 피칠갑이 된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끝내 밝혀지지 못했지만 그는 마약 중독자였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실족사했거나 자살했을 수도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인 말년만 순탄치 못했던 게 아니다. 쳇 베이커라는 예술가가 살아온 궤적 자체가 마치 악보 속 고음과 저음처럼 너무도 들쑥날쑥했다. 어릴 때부터 사랑보다는 폭력을 더 받았고, 주변에서 인기가 많았던 것도 아니다. 음악에 관한 재능은 확실했지만 그 엄청난 재능을 삼키고도 남을 정도로 마약 중독에 시달렸다.


  사실 베이커 외에도 마약에 찌들어 살았던 예술가는 많다.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히피 세대를 중심으로 한 한탕 문화, 마약 중독, 자유로운 삶 같은 사회 분위기는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그런데 쳇 베이커란 인물은 도를 넘은 수준이었다. 대마초부터 헤로인, 코카인, 팔피움, LSD, 코데인, 모르핀까지. 손을 안 대본 약물이 없었다. 본인부터 지독한 마약 중독자였지만 같이 밴드를 했던 음악가들,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던 아내들 역시 마약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조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그는 1959년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 와중에 마약에 상습적으로 손을 대다가 유럽에서 추방당했다. 공연비를 항상 현금으로 받은 그는 그 돈을 마약 구매에 탕진하거나, 밴드원들에게 줄 돈을 착복하기도 했다. 그렇게1964년 미국으로 억지 귀국한 그는 다시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다. 이에 염증을 느끼다가 1975년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활동했다.


  책의 부제목처럼 그는 조국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와 너무도 대비되는 사생활, 고점과 저점이 너무도 뚜렷한 앨범 실적과 연주 실황, 지독한 마약 중독에다가 끔찍하기 짝이 없었던 사생활. 쳇 베이커는 예술을 꿈꾸는 이들에게, 아니 그저 사람들에게 반면교사로 남기 좋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사생활이 온갖 문제로 점철되었다고 해서 그가 남긴 음악적 성취를 평가절하 하기는 힘들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쳇 베이커가 분 트럼펫 연주를, 그가 녹음한 보컬을 듣고 있다. 오늘날 힙합처럼 흑인의 전유물이었던 재즈라는 음악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몇 안되는 백인 음악가이기도 하다. 


  죽어서야 고향에 돌아가 사후에 조금씩 조국에서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니,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라고 할 만하다. 문득 작년에 보았던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마무리하는 문구가 떠오른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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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해방 -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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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ie_pub 부키 출판사에서 모집한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바라본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다. 예전보다 인생을 오래 누릴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민 마냥 좋기만 한 일은 아니다. 오래 살더라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그저 수명을 늘리기만 할 뿐이라면, 구태여 장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거다. 특히나 가까운 이들이 연명 치료를 받으며 힘겨워하는 모습을 봤다면 기계적으로 수명을 늘리는 일이 더욱 달갑지 않을 거다.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에는 ‘건강하게’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야 한다.

그런데 현대인은 만성 질환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지 않은가. 이 책은 그중에서도 치매, 암, 당뇨, 심장병이라는 네 가지 대표 질환을 다루고 있다. 가제본 서평단은 4가지 주제 중 하나를 소개하는데, 내게 당첨된 건 ‘당뇨‘였다. 마치 묵시록의 4기사를 연상시키는 네 가지 질병은 노화와 함께 오는, 대표적인 성인병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당뇨는 젊은 층에서도 빠르게 증가 추세라고 한다. 운이 좋게도 내가 더욱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난 후 젊은 층도 그저 당뇨에 관심을 가질만한 게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가진 채 예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마트에서 음료와 주류 진열대를 가보면 온갖 ‘제로’ 제품이 나와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책 앞부분에 나온 사례와도 연관이 있는데,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지만 지방간과 췌장 기능 이상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있었다. 매일 같이 콜라를 마셨기 때문이다. 요즘은 콜라 중에서도 제로 콜라가 대세고, 콜라 말고도 온갖 제로 음료, 맥주도 무알콜 맥주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럼 증상이 덜 하려나? 내가 접한 가제본에서는 제로 음료까지 직접 언급하진 않지만, 어쨌든 현대인은 액상 과당을 지나치게 섭취하고 있다. 아무리 대체당이 설탕보단 낫다고 해도 과유불급이긴 마찬가지일 거다.

작년 여름은 무더웠다. 나는 종류별로 제로 음료를 한 박스씩 사두고 탄산을 섭취했다. 그나마 제로 음료라 조금은 안심하고 마셨지만, 액상 과당과 탄산을 머금은 음료가 몸에 좋을 순 없다. 그리고 요 몇년 동안 나는 위스키, 꼬냑, 럼 같은 증류주로 ’외도‘를 즐겼지만, 나는 정말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독일에서 살던 반 년 동안은 매일 맛있규 시원한 맥주 한 캔 씩은 마셨다. 날이 더워지면서 요즘 다시 맥주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맥주 속에 있는 요산과 퓨린이 나중에 내 몸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면 한여름 샤워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만과 대사 기능이 반드시 연관있는 건 아니며, 산업화 이후 너무도 빠르게 변한 우리 생활에 신체 진화가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며 인슐린 저항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학 정보를 이 책을 통해 배웠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질병의 원인과 증상을 넘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알려주고 있다. 묵시록의 4기사가 아무리 위협적이더라도 운동, 영양, 수면, 정서 건강을 잘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운동이 우리 몸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건강한 삶에 필수적인지 새삼 다시 깨달았다. 네 가지 해결책 중에 가제본에는 운동만이 실린 이유도 그만큼 운동이 중요하기 때문일 거다(나머지가 중요치 않다는 말은 아니다).

웰빙을 넘어 웰에이징과 웰다잉에 더 많은 사람이 주목하면 좋겠다. 삶이 유한한 만큼 질병도 우리를 쫓으며 계속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치료는 곧 예방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과 영양을 더 챙기고, 잠을 더 오래, 푹 자고, 우리 마음을 돌봐야 한다. 하나 같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몸도 못 챙겨서야 무슨 일을 제대로 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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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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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유문화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들이 어떤 종류의 정치, 종교, 윤리를 설교하든지 간에, 이들의 말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들리건 간에, 그 모두는 단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카리스마적 컬트 지도자는 자기한테 유리하다 싶으면 핵심 원칙조차도 저버린다. 내심 이들이 따르는 규칙은 단 하나뿐이다. ‘뭐든지 간에 내가 원하는 것은 가지며, 그걸 얻기 위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이 없다.’” - p.173-174]



  컬트cult란 젊은이들에게 종교적인 숭배에 가까운 열광적인 지배를 받는 현상을 일컫는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참조). 이 현상이 문화로 확대되면 컬트 현상, 즉 일반적인 경향과 다른 다소 낯설고 동떨어진 가치를 배타적으로 추구하고 향유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가치에 동조하는 소수 집단이 열광한다. 태생부터 주류 문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멀리함에도 일부 극소수 사람들은 무언가를 강력히 믿으며, 거기에 의존하길 원한다. 그리고 이를 이끌어줄 사람이 등장하여 맹목적인 신앙을 바칠 사람과 결합할 때 컬트가 탄생한다. 


  누구에게나 어딘가 소속되려는, 삶에서 더 깊은 의미를 끌어내려는, 권태롭지 않고 신성한 목적을 지닌 채 일상을 살고 싶은 열망이 존재하지 않은가? 책에 소개된 컬트 지도자 9명과 6개 유형은 그렇기에 단순 사례 모음집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이들은 아주 지독하고, 잔인하고, 뻔번하고, 교활하게 자기를 믿는 사람들을 이용했다. 하지만 박수를 치려면 양손이 있어야 하듯이 단순히 돌연변이 같은 컬트 지도자만이 아니라 어떤 경우든 간에 무조건적인 헌신을 해줄 지지자들이 함께 필요하다. 때문에 우리 역시 컬트를 그저 사회에서, 규격에서 벗어난 이들로 마냥 치부할 것이 아니다. 우리 역시 언제 그런 광신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에 빠질지, 그리고 이를 이용해 먹으려는 인물이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수치, 착취, 가학성, 과대 망상, 탈주, 현실 부정 같은 6개 키워드는 듣기만 해도 부정적이다. 사실 이런 소재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단골 소재이며, 〈놀라운 TV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그램에서 아주 오랫동안 다룬 바있다. 하지만 이 책이 여느 프로그램과 다른 것은 단순한 현상 나열을 넘어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시행 착오를 겪었는지, 추종자들과는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이 흐름이 어떻게 광기로 이어졌는지 같은 흐름을 쭉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저 일부 엽기적이고, 불편하고, 악명 높은 사례로 치부하기엔 찜찜함이 많이 남는다. 언제 이런 일이 또 생길지 모르기에 그렇다. 넷플릭스에서 한때 큰 화제를 모았던 〈나는 신이다〉를 흥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이 책 역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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