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 - 기후 위기 시대, 제2의 전기 인프라 혁명이 온다
그레천 바크 지음, 김선교 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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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기후 ‘변화’라는 말을 넘어 이제는 ‘위기’ ‘재난’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통용될 정도로 기후 문제는 더이상 쉬이 간과할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발전, 그러니까 전력 생산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 중 석탄같은 물질을 통한 화력 발전의 부산물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중 손 꼽히는 것은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원자력은 핵 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에 완전한 청정 발전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그렇다면 지금의 발전 체계가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가 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애초에 우리가 이용하는 전력 공급망이 전통적인 화력, 원자력 발전에 최적화된 채 설계돼있기 때문에 단순히 발전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변화에 도달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 핵심은 발전 원천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리드(전력 공급망) 역시 그에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원자력과 화력 발전이 중심인데, 이런 전통적인 발전 방식은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 설치된 발전소에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도시 지역으로 송전하는 것이다. 송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전력 손실은 불가피하므로 전력 손실률을 줄이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이에 비해 보다 생활 밀착형으로 이뤄질 수 있다. 예컨대 빌딩이나 아파트 옥상마다 태양열 패널이 있으면 거기에서 모은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로 전환해 사용하는 자급자족 형태가 가능하단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그리드 시스템은 전통적인 발전 방식에 맞추어 설계되었기에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비교적 효율이 낮은 재생에너지의 효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우리를 둘러싼 모든 전기 인프라를 바꾸는 데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 그리고 사회 구성원 사이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체계로는 이른바 블랙아웃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비롯한 전기 위기가 더욱 빈번해 질 확률이 높다. 요즘의 산업과 경영에서 화두는 단연 “지속 가능한(sustainable)” 개발이고 ESG 역시 점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전기에 관한 시스템 역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 동아시아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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