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원 1 - 해방과 분단체제의 출현 1945~1947 현대의 고전 16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범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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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기밀 문서가 해제되면서 커밍스가 처음에 주장한 내전 성격이 강했던 한국전쟁은 설득력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한국전쟁에 관련한 연구 중 기념비적인 저작임은 간과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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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 -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백지운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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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인 순망치한(脣亡齒寒)은 한국과 중국 관계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말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건 당과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고, 일본 전국시대를 끝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을 정복하기 전 조선을 침공하자 원군을 파병했다. 우리에겐 임진왜란으로 익숙한 이 전쟁을 중국에선 항왜원조(抗倭援朝), 즉 왜구에 대항하여 조선을 도운 전쟁이라 부른다. 이를 감안하면 20세기에 일어난 한국전쟁을 중국에선 어떻게 부르는지 유추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인 항미원조(抗美援朝)는 미국에 대항하여 (북)조선을 도운 전쟁이란 뜻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이후 반중 감정은 어느덧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버린 듯 싶다. 하지만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 반중 감정은 훨씬 이전부터 만연했다.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과 경제 보복, 그리고 이전부터 북한 문제에 관여하는 걸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한국 청년들의 반중, 아니 혐중 정서가 그 어느 세대보다 높은 건 당연한 수순 같다. 이에 질세라 중국에서도 가장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성향이 짙은 세대가 바로 청년층이라고 한다. 이들이 자라온 21세기에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고,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은 분분하지만 미국을 꺾을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국뽕' 콘텐츠는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 검색 만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특성 상 이런 민간 저작물마저 공산당에서 시행하는 검열과 통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장진호>가 중국 국내 흥행 1위를 달성한 것 역시 국가 정책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사실 이 소재를 다룬 대중 매체가 큰 호응을 얻고, 중국에서 항미원조라는 명칭을 버젓이 사용하는 게 대한민국의 청년 처지에선 굉장히 아니꼽고 불쾌한 게 사실이다. 중공군이 남의 나라 전쟁에 참전하지만 않았어도 전쟁이 고착화되고 한반도가 아직도 분단 상태로 남아있진 않을 확률이 높아서 그렇다. 


  한국전쟁을 흔히 '잊힌 전쟁'이라고 한다. 2차 대전 이후 냉전 시기에 벌어진 첫 전쟁이었고 세계 질서에 미친 파급력이 상당했다. 그렇지만 미국이 참전했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할리우드 영화 같은 대중 매체에서 주목받지 못했고, 전쟁이 공식적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탓일 것이다. 중국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 총사령관 펑더화이는 문화대혁명 떄 숙청당했다. 이후 그가 활약한 한국전쟁을 언급하는 건 금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덩샤오핑 시대 때 펑더화이가 복권됐지만, 중국은 소련과 이념 분쟁을 겪고, 데탕트 이후 미국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항미원조 전쟁을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전례없이 성장하며 미국을 위협할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엔 영국과 러시아, 20세기엔 미국과 소련이 있었다면 21세기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돼도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이후 중국 견제는 초당파적 성격을 띄게 됐다. 이제 중국 입장에서 항미원조를 언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장진호> 외에도 우리나라에선 이름만 접할 수 있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무엇이 있으며 어떤 양상으로 변모했는지 소상하게 알 수 있었던 게 이 책의 장점이다. 21세기 들어 잊힌 전쟁인 항미원조를 본격적으로 되살리는 건 대국굴기를 외치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듯 싶다. 전쟁이 휴전으로 끝났다지만 어쨌든 당시에도 최강대국인 미국은 중국과 북한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카의 명제대로 중국은 과거를 이용해 현재와 미래를 아주 착실히 설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책의 중심내용은 단순히 항미원조라는 말의 연원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다른 명칭을 사용할 때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왜 지금 항미원조인가'하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사이에 끼인 새우 처지인 우리나라가 이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될 거 같다.



*. 창비 출판사에서 모집한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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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3.4 20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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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 서평 이벤트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 고착화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국제 뉴스도 다양해지는 듯하다. 전쟁을 제외하고 올초부터 지금까지 가장 파장이 크고 어떻게 마무리될지 가늠이 안되는 사안을 꼽아보자면 단연 프랑스 연금개혁안을 둘러싼 갈등일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 시사 월간지인데, 이 사안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했다. 워낙 큰 사안이니만큼 이번 호에도 비중있게 다뤘다.

월초에 인쇄, 배송되는 이 월간지의 특성상 프랑스 원문 기사는 아마 3월 중순쯤에 마감됐을 거 같다. 4월 15일자로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 법안에 서명하고, 17일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21일 인터뷰에서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채 절차가 진행된 게 유감이라고 말했지만 더 큰 파장으로 이어질 게 확실하다.

다음 호에서 후속 기사가 궁금하지만 이번 호 기사로 정리된 게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프랑스 역시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문제를 겪고 있다. 수십 년 전에 설계된 연금 구조로는 감당할 수 없이 적자가 불어난다. 더이상 늦기 전에 이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개인 권리 행사를 몹시 중요하게 여기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랑스 국민에겐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일인듯 싶다.

한국에서도 연금개혁안은 시한폭탄 같은 문제다. 누군가는 해결해야할 문제지만 정치인이 지지율 깎아먹힐 각오를 하고 이를 쟁점화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소신있게 이를 강행한 마크롱 대통령에게 존경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마크롱은 민주주의의 핵심이 공론화 과정에 있다는 걸 간과했다. 아무리 본인이 후보자 시절부터 내세웠던 공약이고, 여기서 더 늦아지면 손도 쓸 수 없을 거란 조바심이 들었다고 해도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절차와 설득을 내세우지 않았다.

사실 노란조끼 시위와 국민전선 후보였던 르펜에게 이전 선거보다 더 적은 격차로 승리했다는 점에서 마크롱은 이제 잃을 게 없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에서 아무리 시위가 전국적으로 흘러갔더라도 결국 정부가 원하던 대로 관철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을 이렇게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마크롱 본인의 정치 인생은 물론, 앞으로 프랑스에 얼마나 좋게 작용할 지는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 연금 문제는 주로 연령 갈등, 즉 청년층 대 중장년층이 대립하는 걸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들은 연금 문제를 계층 문제로 보는 거 같다. 은퇴 시기와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지는 건 육체 노동자와 중산층 이하에게 더욱 치명적인 탓이다. 한국 언론은 지금 청년 세대 내에서 성별 갈등을, 그리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전세계적으로 심해지는 추세에 우리 역시 계층 문제에서 자유롭진 않아 보인다. 우리는 인종, 종교 문제를 겪지 않으니 한 번 계층 문제가 폭발하면 수습이 안될 정도로 커질 거 같다. 프랑스 문제가 그저 남의 나라 일로 두고볼 게 아닌 거 같아 씁쓸하고, 안타깝고, 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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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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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녀를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이다."

주인공 주디스 헌은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 산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여성이며, 미혼이고, 다른 가족은 없으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주디가 늦게까지 결혼하지 못한 이유는 뇌졸중과 치매에 걸린 이모를 간병했기 때문이다. 간병 생활에 치여 직업 기술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도 주디의 초라한 행색, (책에 나온 묘사를 감안하면) 호감가지 않는 얼굴, 맥없는 대화 능력이 너무 큰 장애물이다.

그런 주디에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새로운 하숙집에서 다른 하숙인들과 만나는 첫 식사 때 매든이란 남성을 만난다.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온 매든에게 주디는 끌린다. 자신을 피하지 않고 대화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든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다가 좌절을 맛보고 돌아온 사람이다. 매든이 호감을 느낀 건 사실 주디가 아니라 주디가 착용한 값비싼 장신구다. 주디도 호감에 빠져 매든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와 한쪽 다리를 전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주디의 삶이 변화할 조짐을 보였지만 찰나로 끝이 난다. 관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인생은 좀처럼 변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주디의 마음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고 열정으로 불타올랐지만 결국 한때다. 남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한 그녀는 항상 외롭다.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도 알아줄 사람이 없다. 주디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술이다. 술에 빠져 의존은 더욱 심해진다.

이렇게만 보면 독자들이 주디에게 연민을 품기 쉽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주디의 망상을 보면 외롭고 쓸쓸한 주인공을 마냥 좋게만 생각해주기 힘들다. 물론 주디가 이렇게 고립된 건 본인탓이 아니지만, 독자들이 주디를 이해하더라도 마냥 공감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가 떠올랐다. 독립 직후 아일랜드 내전을 소재로 인물 간 갈등을 비유적으로 형상한 것처럼, 이 소설도 고립된 섬 자체인 아일랜드, 그리고 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이 언제나 수면 밑에 잠겨있지만 금방이라도 폭발할 거 같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배경으로 한 건 작가의 가장 큰 의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 을유문화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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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데어라 혼 지음, 서제인 옮김, 정희진 해설 / 엘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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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유대인들은 우리에게 세계의 이름다움과 구원의 놀라움에 대해 가르쳐주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그들을 죽이는 일의 의미가 뭐란 말인가? 그것이 죽은 유대인들의 쓸모다! - p.139]

홀로코스트는 20세기, 아니 인류 역사상 전례없었던 사건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의 뇌리에 이 사건이 각인된 이유는 인간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는 이런 끔찍하고 조직적인 대량학살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동의하며, 이 사례를 우리는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그렇게 유대인이 겪었던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이제 우리에게 교훈이 되었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뒤로한 채.

[그렇다, 모든 사람은 홀로코스트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은 홀로코스트에 못 미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홀로코스트는 아니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다. 장벽이 제법 높다. - p.288]

하지만 홀로코스트가 전례없는 규모로 일어났다고 해서 아무 징조없이 갑자기 일어난 사건은 아니다. 오랫동안 유대인은 온갖 이유로 박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살아있는 동안 쓸모없는 민족이었다. 그렇지만 죽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대인의 죽음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목숨은 통계 수치로, 그리고 교훈으로 바뀌면서 철저히 ‘대상화’된다.

유대인이고 히브리어와 이디시어 문학을 깊이 전공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역사 속 온갖 유대인 혐오 사례가 있다. 모든 내용이 내게 낯설고 새로웠다.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서 야물커를 쓸 수 없었고, 유대인이 건설한 하얼빈에서 추방당했고, 소련에서 이용당하다가 박해받았고, 대중 매체 속에서 철저히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묘사되고, 미국 사회 속에 녹아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유대인 성을 바꿔야 했고, 전쟁을 피해 목숨 걸고 멀리 이민을 떠나야 했고, 세력 다툼에 유대교가 발생한 중동에 발붙일 수 없었다.

[반유대주의는 기본적으로 음모론이고, 음모론의 한 가지 매력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어려운 의무를 쉬운 파괴 충동으로 대체하면서 그것을 믿는 자들에게서 책임을 면제해준다는 점이다. 반유대주의적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광기 어린 음모론들은 진짜 자유에 대한 공포를 반영한다. 그것은 독재자에 대한 애호이자 자신과는 다른 생각에 대란 혐오이고, 무엇보다도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벗어버리는 것이다.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우연이 아니다. 유대인들을 받아들이는 사회들은 번영을 누려왔다. 유대인들을 거부하는 사회들을 쇠약해져 역사의 밤 속으로 사라졌다. - p.177]

이 책이 단순히 과거 사례를 모아놓은 건 아니다.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 년의 고독>은 인상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몇 년이 지나 총살을 당하게 된 순간,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오래전 어느 오후 아버지에게 이끌려 얼음 구경을 하러 간 일을 떠올렸다.” 한 문장 안에 과거, 현재, 미래시제가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단순히 과거를 넘어 그 사례를 능동적으로 현재와 미래로 연결짓는다. 책 중간중간에 삽입된 ‘죽은 미국계 유대인들 1, 2, 3>에선 피츠버그, 샌디에이고, 저지시티에서 발생한 유대인 대상 테러를 언급하며 유대인 혐오가 현재 진행형인 걸 보여준다. 마치 힙합 앨범 중간중간에 삽입된 skit이 트랙 사이를 연결해 앨범 전체에 통일성, 일관성, 유기성을 부여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백미는 11장이다. 당시 10살이던 아들이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베니스의 상인>을 궁금해하자 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유대인, 작가, 엄마로서 정체성을 어떻게 충돌시키지 않을지 고심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오래전도 아니고 멀지도 않은“ 이 혐오를 어떻게 미래 세대에게 설명해줘야 할까.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현재는 찰나이지만 미래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오랫동안 쌓인 해묵은 시선을 한순간에 바꿀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회에서든 유대인의 존재는 자유라는 것이 가능하지만 오직 책임이 따를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전혀 자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해준다. - p.176-177]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는 서로에 대한 책무 앖이는 의미가 없다. 시민으로서 대화를 나누고, 다음 세대를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낯선 사람들을 환대하고,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대한 헌신 없이는, 자유의 시작이란 곧 책임의 시작이다. 우리의 경계의 밤은 이미 시작되었다. - p.177]

*. 엘리 출판사에서 모집한 엘리지식탐구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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