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 돌칼에서 AI까지, 물건들이 만들어온 330만 년 인류의 대장정
칩 콜웰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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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모든물건의역사 #고고학 #사피엔스 #박물관 #칩콜웰 #부키출판사 #서평

로저 페더러는 “라켓은 내 팔의 연장(延長)이다.” 라고 했다. 인간은 한없이 가냘프고 약한 동물이다. 하지만 도구를 다룰 줄 알기에 맨 몸으로 맞설 수 없는 거대 세계를 머리로 맞서 온 것이다. 무언가 매개체가 있다면 인간은 어떻게든 자신의 확장제로 쓸 줄 안다. 맨몸으로는 무엇과도 맞설 수 없는 연약한 존재가 인간이라지만 자신에게 맞는 도구만 찾는다면 이 세상 무엇이든 못 이길 것은 없을 것 같다. 인간이 이룩해 낸 도시와 나라와 모든 것들처럼.

인류학자 로이 래퍼포트 Roy A. Rappaport는
‘가치나 영향력처럼 의미하는 것이 무형적일 때, 그것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려면 그것의 표상은 물질적이어야 할 것이다. 지위와 명예에 대한 주장은 실체화되지 않는 한 공허하다.‘ 고 했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건축물부터 불상, 책, 사진, 심지어 작은 이쑤시개조차도 그 안에는 기구하게 변화해 온 문화, 사회적 개념과 가치들이 심어져 있을 것이고, 개개인이 표현하는 모든 시각적, 물질적인 것들 역시 자신의 신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유형화된 것들이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주식에서 호가의 변동 차트를 멀찌기서 관망하면 그것이 전 세계 인류의 인식과 이데올로기의 흐름을 실시간 반영하는 시각적 수치로 보이기도 한다.

미래에는 가치나 의미들이 얼마나 더 다양하고 기발한 수단으로 펼쳐질지 감도 안 오네. 세상 무엇 하나 무의미한 것은 없다.

모든 물건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와 철학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빨리 버려지고 빨리 갱신되어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을, 그것에 오히려 휘둘리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책의 후반부에서 던져준다. 작가가 직접 돌아다니며 넘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해 쌓아 두는 사람들 등 풍요로 야기된 오류의 여러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물건은 우리의 능력치이자 미래 발전의 좋은 재료들이다. 다만 창조한 자는 늘 창조물에 대한 진정성이 기반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진정성이란 창조자 스스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수 있는 정신적 푯대이며 기왕이면 넓은 곳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온전한 마음이라고 하고 싶다.

좋은 책 출판해 주신 부키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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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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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않은쌍둥이 #홍선기 #모티브 #단단한맘수련서평단

사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예술가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사람들인데 두 사람이 다 젊은 시절에 세상을 떴다는 건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오래 살아서 값진 작품들을 더 많이 남겼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 오래전 ’변신‘을 처음 읽었을 때 소설이 생뚱맞다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사람이 벌레로 바뀌는 콘셉트도 그렇고 이 이야기가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고전이니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읽었는데, 좀 인생을 살아보고 또 카프카의 삶에 대해 알고 나니 그 소설의 진의를 나름대로 풀어낼 수 있었다.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자신을 억눌러야 했던 시간들이 어쩌면 자신을 벌레와 같이 무력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느껴지도록 가스라이팅했던 것이다. 동시에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까지도 결국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들로 인식해 버렸던 것이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는 그동안 참아왔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미움을 아주 침착하고 세련되게 호소하고 있어 그가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능숙하게, 처절하게 절제하며 살았는가를 잘 느낄 수 있다.

유복한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곧 아버지가 재산을 모두 불에 태우고는 돌아가신 끔찍한 경험을 했으며 짦은 삶을 성치 못한 몸으로 살아내어야 했던 에곤 실레 역시 밝지 않은 색감이나 인물의 왜곡된 몸, 어딘가를 주시하는 무표정한 얼굴들에서 그의 안정되지 않은 마음이 잘 드러난다. 나는 에곤 실레의 거칠면서도 심리가 넌지시 전달되는 인물화, 자화상들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 다른 경우보다도 많은 양의 그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대가들이 비슷한 시대를 살았고 비슷한 고난을 겪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삶에 대한 반항과 저항의 태도를 강렬한 작품으로써 풀어냈다는 공통점은 두 사람이 어쩌면 만나지는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쌍둥이 불꽃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만약 만났다면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영감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고통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을 다른 수단을 통해 잘 풀어내어야 한다.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더 나아가 자신으로 인해 치유를 받을 사람들을 위해 응어리들은 풀어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고통의 시간은 헛된 것이 아닌, 있어야만 했던 것이 되는 것이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출판사 모티브 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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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철학하기 - 재미, 예술성, 장르 등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수많은 질문들
주자안 지음, 정세경 옮김 / 현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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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철학하기 #주자안 #현암사 #서평 #철학

게임은 각자에게 포기하는 것만큼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가 만들어놓은 규칙들을 수용하고 지켜가야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그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게임을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수요자의 자유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자유의 상태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즐거운 방식으로 얻을 수는 없다. 때론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단기적, 장기적 목표를 성취하고, 그런 과정에서 성취감은 몇 배 더 강하다. 그것이 싫다면 삶을 버릴 수밖에. 결국 삶을 택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자유이고 크고 작은 불편과 고난들은 흔치 않은 행복을 잡기 위한 과정과 규칙이라 할 수 있다.

참여 예술은 한 번씩은 다 경험해 본 예술의 형식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의도를 관객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그 작품을 경험할 간단한 규칙을 설정한다. 일정한 선 안으로 들어가는 것, 서로를 마주 보는 것, 버튼을 눌러보는 것 등. 관객의 참여가 있어야 완성되는 예술인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게임 역시 누군가 그 게임을 선택하지 않으면 그저 대본만 있고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 역시 예술이다. 우리가 활동할 장은 마련되어 있고 무엇을 선택할지의 자유도 우리에게는 주어져 있으며 선택 안 할 자유도 있다. 아무도 뛰지 않는 경기장에는 아무런 스토리가 없고 무엇도 생겨날 수가 없다. 장에서 활동할 자유를 행사하고 하나의 멋진 참여 예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생이고 예술적, 환상적인 게임이다.

게임이 이성애를 가진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부분은 납득이 너무 되면서도 그것이 정말이라는 것이 확인되니 여성으로서 허무하고 회의감이 든다. 정말로 게임의 캐릭터들 중 여성은 외모가 과장되게 표현되고 움직임도 그러하다. 때로는 목소리와 말투, 시선 등에서도 남성의 시선과 취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게임의 폭력성도 그렇지만 선정성 역시 허용범위를 정하는 시도와 논의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상의 모습은 빠른 속도로 바뀌는데 그에 따른 인간의 반응과 대처가 너무 뒤쳐진다면 분명 예기치 못한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주자안은 철학을 게임과 연결시켜 독특하게 풀어내고 있다. 사실 게임에 관심이 정말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책을 읽다가 생소한 게임의 이름이 나오면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럴 때는 간단하게 내가 잘 아는 슈퍼 마리오나 격투 게임 등 비슷한 게임들을 대입하며 읽는 것도 방법이다. 이 책은 게임을 설명한다기보단 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책이므로 게임을 잘 모르는 독자가 책의 제목만으로 괴리감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선에서 현시대에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철학적 과제들을 인지하고 사유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현암사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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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에서 국선으로 - 국선변호사의 사건 노트 : 법정에는 늘 사정이 있다
김민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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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에서국선으로 #하움출판사 #김민경 #서평

변호사이지만 한 사람의 인간임을 느낄 수 있는 저자 김민경의 책 <사선에서 국선으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법정에서의 냉정함을 보여주면서도 이성뿐 아니라 직관, 감성이 전혀 개입되지 않을 수는 없음을 저자의 여러 재판 사례를 통해서 보여준다. 또한 저자 자신도 변호사이면서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책임지고 해내는, 그 어떤 다른 사람들의 사례들보다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독자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

인간 사회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며 명확한 경계가 있지 않은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제아무리 법이라고 해도 판결하기에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 이 책에는 그런 애매한 소송 사례들, 법 만으로는 적절한 판결을 내리기 힘들었던 사건들을 다룬다. 돈이 필요했던 어린 엄마가 보이스 피싱에 넘어가 사기 가담자로 몰렸던 일, 아파트의 주차 문제로 입주민들 사이에 일어난 분쟁, 남편의 외도 현장을 몰래 녹음했던 부인이 고소당한 일 등.

저자는 사선 변호사에 비해 조건이 다소 열악한 국선 변호사로서 일하면서도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책임감으로 여러 차례의 국민 참여 재판을 승리로 이끌어내어 동료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변호사이지만 그녀의 투철하고 진심 어린 삶은 존경받는 변호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경외심을 갖게 한다. 특히 임신한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해 피고인의 권리 보호에 힘쓴 모습들에서 나는 나의 삶에 대한 태도를 한번 더 되돌아보게도 되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재판 현장에서의 극적인 전개보다 오히려 이 책에서의 잔잔하고 현실적인 재판 모습이 더 인상적이고 새로웠으며, 사소해 보이지만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고소 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생생히 그려져 어쩌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는 재판에 관한 상식이나 분위기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미미하게라도 마음의 대비를 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믿음은 관계의 내부 규범이고, 법은 사회의 외부 규범이다. 내부 규범이 깨졌을 때, 외부 규범은 들어온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하움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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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구 이야기 - 성과를 이끄는 답은 어우러짐에 있다
김동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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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도구이야기 #김동환 #미다스북스 #서평

<두 도구 이야기>는 아주 간결하면서도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한 핵심 진리를 쉬운 예를 통해 알려주는, 독특한 책이다.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논리적인 사고와 직관을 함께 조화시킨 아이디어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이 책의 가르침인데, 자칫 지루하거나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양계농장의 운영과정에 대입하여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람은 같은 진리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깨닫는다. 얻어내는 결론은 같지만 그 경험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이 책의 저자 김동환은 오랜 연구와 경영, 기획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깨달음을 양계농장의 주인과 두 일꾼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데, 나도 나의 분야에서 나름의 긴 세월에 걸친 경험을 통해 사고의 방향은 다양해야 하고 유연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겨가고 있다. 그렇게 볼 때, 인간에게 필요한 핵심 진리는 몇 가지도 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원치 않는 고된 경험들도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해나가든 고비나 정체는 오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 개선된 방법을 찾아내어 실행해야 하는데 자신 안에 있는 이성적, 감성적 능력을 함께 써야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정체가 온다는 것은 균형이 깨져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논리와 직관이 그런 것이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측정하는 세부적인 과정과 동시에 전체직인 방향을 설정하는 큰 그림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하고 값진 깨달음을 얻기 위해 진득한 끈기가 필요하다. 특수한 상황을 통해 보편적 진리를 나누는 <두 도구 이야기>는 도전적이고 추진력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동화 같은 지침서이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미다스북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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