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않은쌍둥이 #홍선기 #모티브 #단단한맘수련서평단사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예술가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사람들인데 두 사람이 다 젊은 시절에 세상을 떴다는 건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오래 살아서 값진 작품들을 더 많이 남겼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 오래전 ’변신‘을 처음 읽었을 때 소설이 생뚱맞다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사람이 벌레로 바뀌는 콘셉트도 그렇고 이 이야기가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고전이니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읽었는데, 좀 인생을 살아보고 또 카프카의 삶에 대해 알고 나니 그 소설의 진의를 나름대로 풀어낼 수 있었다.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자신을 억눌러야 했던 시간들이 어쩌면 자신을 벌레와 같이 무력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느껴지도록 가스라이팅했던 것이다. 동시에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까지도 결국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들로 인식해 버렸던 것이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는 그동안 참아왔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미움을 아주 침착하고 세련되게 호소하고 있어 그가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능숙하게, 처절하게 절제하며 살았는가를 잘 느낄 수 있다.유복한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곧 아버지가 재산을 모두 불에 태우고는 돌아가신 끔찍한 경험을 했으며 짦은 삶을 성치 못한 몸으로 살아내어야 했던 에곤 실레 역시 밝지 않은 색감이나 인물의 왜곡된 몸, 어딘가를 주시하는 무표정한 얼굴들에서 그의 안정되지 않은 마음이 잘 드러난다. 나는 에곤 실레의 거칠면서도 심리가 넌지시 전달되는 인물화, 자화상들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 다른 경우보다도 많은 양의 그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두 대가들이 비슷한 시대를 살았고 비슷한 고난을 겪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삶에 대한 반항과 저항의 태도를 강렬한 작품으로써 풀어냈다는 공통점은 두 사람이 어쩌면 만나지는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쌍둥이 불꽃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만약 만났다면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영감이 되어주지 않았을까.고통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을 다른 수단을 통해 잘 풀어내어야 한다.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더 나아가 자신으로 인해 치유를 받을 사람들을 위해 응어리들은 풀어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고통의 시간은 헛된 것이 아닌, 있어야만 했던 것이 되는 것이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출판사 모티브 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