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소리
수산나 이세른 지음, 다니엘 몬테로 갈란 그림, 김정하 옮김 / 리시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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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가슴이 아픕니다. 쪼그라든 어깨, 푹 숙인 고개. 어디에 있든 구석진 곳만 찾아 숨어 들고, 항상 어딘가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이어집니다. 이 어린 비버에게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요. 머리 위로 비버에게만 떨어지는 솔방울, 항상 없어지는 간식, 혼자만 빠지는 구멍 등등. 짐작이 가시지요? 누군가 주도해서 이 어린 비버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유심히 보던 다람쥐가 드디어 이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또 알게 되지요. 이미 멧돼지가 비버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 누구도 한 마디 동조의 말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지요. 어떻게 모두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나요?

 

그런데 진짜 이런 일은 현실에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나서기 싫고 휘말리기 싫으니까요. 나만 아니면 되니까요. 그래서 이유 모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비버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합니다. 그 마음이 왠지 이해가 됩니다. 그냥 모든 것이 자기 잘못만 같아서 어디에도 말을 못하는 마음이겠지요.

 

결국 다람쥐는 묘안을 냅니다. 모두에게 알립니다. 그동안 이러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어른들이 어떻게 전혀 모를 수가 있느냐?” 다람쥐가 소리 높여 외쳐 주는 이야기에 드디어 온 숲이 반응을 합니다. 드디어 가만히 있던 다른 동물들이 증언을 하네요. 아니, 증언보다 사실은 자기도 괴롭힘을 당했다는 면피와 같은 변명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여기에 나오는 어른들은 어른답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결말도 나오지요.

 

이 그림책은 참 불편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을 향한 맹목적인 적의, 그에 따른 괴롭힘. 그 괴롭힘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 그림책에서 이러한 적의와 동조를 읽게 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나마 어린아이들이면 말이라도 한번 해 볼 수 있겠지만, 적당히 큰 아이들에게는 말도 못 꺼내는 것이 현실이지요. 피해 학생을 두고 가해 학생의 부모가 명예 훼손으로 고소를 하기도 있고, 피해 학생이 결국 견디다 못해 슬픈 선택을 하기도 하지요. 주변에서도 보면, 다른 아이를 때리고 괴롭혀 놓고 장난이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장난도 심하게 치면 안 된다는 말로 대충 지나가던 어른들도 있었다지요.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니, 그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가 싶었습니다.

 

현실이 그러할지라도, 누구든 힘들 때,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소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나의 어려움을 들어 줄 곳이 없다는 그 막막함이란 상상조차 힘든 외로움까지 가져 오니까요. 제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는 그 막연한 바람, 그리고 그 소리를 같이 외쳐 주기를 바라는 마음.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주는 소리. 숲속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바람처럼, 함께 울려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함께 외쳐 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될까 싶어서 그러합니다.

 

#괴롭힘 #외면 #소리 #알아주기 #한마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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