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더링 하이츠는 높은 언덕에 자리한 집이다. 폭풍이 불면 그대로 바람을 맞아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여행자 록우드가 이 곳에 머물면서 수다쟁이 하녀 딘부인에게 내력을 듣게 된다.

워더링 하이츠는 언쇼가의 집이었다. 언쇼씨는 아들 힌들리와 딸 캐서린과 함께 살았다. 어느날 아버지가 여행을 떠나며 선물을 사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선물은 망가진 상태였고 왠 집시 남자아이 하나를 데리고 왔다. 그는 죽은 아들 이름을 그에게 주어 히스클리프라고 불렀다. 히스클리프는 언쇼의 마음에 들었다는 걸 알았고 그 힘을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그래서 힌들리는 그를 더욱 미워했다.

힌들리는 대학에 가느라 집을 떠났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둘 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언쇼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힌들리가 부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집주인이 되었고, 히스클리프는 하인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캐시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금지했다.

어느날 캐서린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서 불독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그녀는 집주인들에게 극진한 간호를 받고 그 집에 사는 남매와 교류했다. 캐서린은 에드가의 청혼을 받아들이는데 사실 히스클리프에게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노예로 전락한 그를 외면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히스클리프가 집을 나가고 몇년 뒤 재력과 교양을 겸비한 멋진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도서관에 있는 <폭풍의 언덕>은 너무 지저분해서 옆동네 <워더링 하이츠>를 데려왔다. 워더링 하이츠가 원제이고 언쇼가가 살던 집의 택호다. 깨끗한 책으로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다. 인물들 하나하나 생동감이 느껴졌던 점이 좋았다. 돌아온 히스클리프의 광기를 보면서 <위대한 개츠비>도 떠올랐는데 이 책이 훨씬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였다. 개츠비는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히스클리프는 훨씬 더 오래 살면서 분노를 쏟아내면서 아까운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을 보게 되는 지점에서 오히려 안도했다.

디테일한 인물묘사가 좋았고, 이야기의 끝에서 작은 희망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영화에서는 생략이 많고 특정 인물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춰 광기만 부각된 것 같다. 그래서 책이 더 만족스러웠다. 진짜 주인공은 캐서린이 아닌 히스클리프라는 것을 책을 읽고 알게 됐다. 후반으로 갈수록 막장드라마같은 전개에 책장이 쭉쭉 넘어갔다. 이 시대의 소설들이 그러하듯 불합리한 재산 상속과 신분의 격차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 보였다. 다만 <오만과 편견>이 시대상을 더 잘 드러낸 것 같다.

넌 변장한 왕자라고 해도 돼. 아버지가 중국의 황제이고 어머니는 인도의 여왕인데, 한 사람의 일주일 수입으로 워더링 하이츠와 스러시 크로스 그레인지를 한꺼번에 살 수 있을 만큼 부자인지 알 게 뭐야? 넌 고약한 뱃사람들에게 유괴되어 영국으로 오게 된 거야. 내가 너라면 나는 귀하신 몸이라고 생각하겠어. 그래야 하찮은 농부의 천대를 받더라도 내가 누군데 하는 생각만으로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지!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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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명언이 주는 묵직한 울림을 좋아한다. 탁월한 한방에 대한 단상을 쓴 글인데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익숙한 명언이 주는 감동보다 해설이 더 좋았다. 신화, 문학, 대중문화 등을 종횡하는 데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진행하다가 책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삽화 덕분에 책장도 빠르게 넘어갔고 짧은 호흡이라 틈틈히 읽기 좋았다.

인간이 만들어 낸 언어가 쓸모 있을 때, 그 언어는 장수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입안에서 입안으로 시대와 장소를 헤쳐나가면서 말 덩어리는 말 덩이가 된다. 게다가 입안에서 혀와 침의 작용을 받으면 그 말 덩이 주위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쓸모없는 말 딱지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말의 고갱이만 남는데, 이게 바로 명언이다. 말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그 뜻은 점차 풍성해지고, 그 말 고갱이에 나의 처지를 꿰여 가지고 놀 줄 아는 게 명언의 쓸모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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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주제로 하는 책은 이미 너무 많다. 그래도 하나씩 찾아보게 되는 이유는 다른 시각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불평등의 원인을 소비주의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 행위를 나르시시즘과 결부시켰다. 사랑하고 사랑받고싶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욕구가 물건으로 대체되고, 이 기형적인 구조는 어쩔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견고하게 유지된다. 새로운 해석은 좋았지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많은 영역에서 그렇듯이, 이 영역에서의 활동들도 일상을 벗어나 잠시의 기분 전환을 구매하는 행위로 변질되어 쇼핑몰로 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기만적인 주장들과는 달리 소비자 시장이 가장 최근에 개척한 영역은 사랑의 영역이 아니라 나르시시즘의 영역이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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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상담을 전공한 상담학자의 글이다. 마음에 콕콕박히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었다. 모든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가족 혹은 유사한 형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각자의 상처를 해소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혼을 하면 상처가 1+1이 된다는 말에 마음이 닿았다.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굴비처럼 얽힌 과거의 일들을 알아야 한다. 어떤 생각이 옳다고 붙들리는데는 경험이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야햇!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차근차근 만나보고 싶다.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이다. 우리가 가족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였는가는 평생 동안 간직될 감정의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어린 시절 경험한 외로움이 평생 지속되는 이유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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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와 세라는 의사 아버지 아래에서 괜찮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트레이시가 청혼받던 날 세라는 혼자 차를 끌고 집에 돌아가다 실종되었다. 이방인이자 범법자인 에드먼드가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아서 트레이시는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원하는 결론을 얻기위해 범법자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소송을 시작했는데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스릴러를 안찾아보는 내게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문장이 좋은 작품들과는 달리 단서를 하나씩 발견하며 퍼즐을 맞추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는게 재미있었다. 결론이 아쉽다는 평들에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정도면 합격을 주고싶다. 지나치게 무섭거나 잔인하거나 찜찜한 결말은 아니었다. 막판에 화학 전공자의 필살기(?)를 사용한 점도 좋았다. 온갖 전공자들이 출몰하면 각기 다른 결말이 나올까하는 생각이 스쳤다ㅎㅎ

트레이시는 세라를 혼자 집에 보샌 것 때문에, 부모님은 그 운명적인 주말에 집에 있지 않고 하와이로 놀러간 것 때문에. 트레이시는 어차피 부모님에게 얹혀살 나이는 지났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 상황을 합리화했다. 그녀에게 더 이상 ‘우리 집‘은 없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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