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PD의 여행 에세이다. SNS에 인증하기 위해 올리는 여행기들과는 사뭇 달랐다. 저자는 진심으로 여행을 좋아하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는 노하우를 소소하게 공개해줘서 따라해보고도 싶은 팁도 있었다. 20년 된 자전거로 하는 자전거 여행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잠은 집에서 자고, 여러번 나눠서 다음 구간을 간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까무잡잡한 피부탓에 현지인에게도 현지인으로 오해받아 입장료를 내지 않은 에피소드에 빵빵 터졌다. 다만 MBC 노조와 관련된 직업상의 불이익을 겪었던 점들이 자주 언급되 주제에 대한 밀도가 떨어지는듯한 느낌은 있었다. 여행 관련 팁은 마음에 새기고 다른책 만나러 춍춍.

사람들이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으면, 저는 관광객에겐 최고가 중요하고 여행자에겐 최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중략) 여행의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제게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에요. 돈을 많이 들이면 여행을 오래 하기 힘들어요. 가능한 한 적은 경비를 들여 오래 여행하는 걸 선호합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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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는 아빠의 권유에 따라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 쓰고 싶은 말도 없고, 느닷없이 재혼하는 아빠때문에 화가나있던 은유는 편지에 감정을 쏟아냈다. 그런데 1982년도의 국민학생 은유에게 답장을 받게 되면서 이들은 편지로 소통하게 된다. 국민학생 은유의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전개되는데 나중에는 언니, 이모의 나이가 되어버린다. 이야기의 끝에 정체를 알게 되는데 예측 가능한 결말이었다.

편지나 라디오 등의 매개체를 통해 과거의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설정은 내가 중학생일 때 한동안 유행했던 컨셉이었다.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편지가 거의 전부였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았다. 옛날에 봤던 영화들과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길 바랬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가족 비밀이 해소되는 결론이 좀 상투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개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엔딩이 마음에 걸린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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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사람이 쓴 글인데 익숙한 단어들이 등장해서 시대의 격차를 느끼기 어려웠다.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본다고 해서 누구나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게 아닌데 머릿속에서 정리를 잘 했다고 보여진다. 지금처럼 글쓰기에 관한 책이 많은 시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명료했다는 점을 보며 감탄하게 된다. 비극의 구성요소, 성격, 시와 역사, 공포와 연민 등에 대한 시선이 예리하고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글이지만 곱씹어볼 문장들이 좋았다.

시는 보편적인 것을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것"은, 어떤 사람이 이러저러한 경우에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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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와 암을 경험했다. 특히 암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인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죽음에 이르는 다른 질병과는 다르다. 암진단을 받는다는 건 이전의 삶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돌봄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의 삶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

보통의 질병수기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질병의 극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시선이 옮겨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경험자의 말이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암환자보다는 투병중인 사람의 주변인들이 먼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통제할 수 있는 것 이상이라는 말이 다양한 질병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야말로 정말 사소한 것이니 말이다.

아픈 사람이 그때껏 함께 살아온 자기 몸과 헤어질 때,또 돌봄을 주던 사람이 돌봄을 받던 사람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울 때 시간을 두고 충분히 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충분히 애도한 후에야 한 사람은 상실을 통과하여 다른 편에 있는 삶을 발견할 수 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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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장소에 붕대를 감는다는 컨셉이 독특해서 관심이 갔다. 외상과 다르게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 붕대를 통해 아픔을 시각화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후반에서 각각의 붕대들을 ‘무수히 존재하는 나‘로 연결짓는 점이 좋았다. 평면에서 각자의 고유한 아픔들을 공유하는 느낌에 어딘가 안도하게 된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걸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이름이 생긴거야, 시오. 우울했던 일, 납득이 안 갔던 일, 못 참을 일이라며 마음에 쌓아두었던 일들. 그 감정에 붕대를 감았더니 이름이 붙은 거야. ‘상처‘라고 말야. 상처받으면 아프고 누구나 침울해지는 게 당연해. 하지만 그래봤자 상처일 뿐이니까, 치료하면 언젠간 분명히 낫는 거잖아.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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