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는 휴먼매터스에서 일하는 아빠와 살았다. 아빠는 바깥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아빠를 마중나왔다가 미등록 휴머노이드라고 판별되어 수용소같은 곳으로 보내진다. 바깥세상을 날것 그대로 목도하게 되면서 그동안 믿어온 세계가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거기에서 자신의 정체성, 즉 그들과 다르지 않은 휴머노이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달마, 선이, 민이를 만나서 현실을 깨닫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때까지 많은 질문을 마주한다.
가장 많은 물음표가 담긴 소설인 것 같다. 윤리적, 철학적 질문들을 달마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좋았다. 철학 수업에서 느꼈던 당혹감을 소설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감정을 가졌으며, 생명이 유한하고, 인간과 가장 흡사한 형태의 로봇을 로봇이라 할 수 있을까 같이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불법 배아 복제로 태어난 선이의 문제를 보여주며 또 다른 생명윤리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어디까지가 인간일까.
클라우드에 백업할 수 있는 철이의 의식을 보며 신선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 환자에게 다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데이터의 형태로 백업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선택하고 싶다. 치매 가족을 경험해 봤고,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너무 유명한 분이라 에세이로 먼저 만나봤는데, 이번 소설이 더 좋았다.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을 더 만나보고 싶다.

마음은 기억일까요, 어떤 데이터 뭉치일까요? 또는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감정의 집합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뇌나 그것을 닮은 연산 장치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어지러운 환상들일까요?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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