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칼린 더하기 여자 축구팀!
옛 속담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분명 아주 오
래 전부터 있었던, 우리의 고질적인 여성을 비하하는 편견을 보여주는 의식이다. 현대사에 들면서 많은 여성 인권 단체나 의식 있는 여성은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라며, 한 껏 여성의 위상을 높이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따져보면, 예전 수능, 혹은 사법고시 등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은 물론, 세계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남성 보다는 여성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왜 일까? 우리 민족성에 비추어 보면, 많은 외세의 억압과 억울함, 그리고 부당함이, 독이 든 에너지로 승화해서, 어떠한 어려운 고난과 아픔도 헤쳐나가는 저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우리 나라에서 더블로 억압 받는 여성들은, 그 독한 에너지가, 남성들보다 몇 배로는 더 생성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 주, U-17 FIFA 여자 월드컵에서, 척박한 축구 환경을 딛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낭자군들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우리 나라 사상 처음으로 FIFA 공식 세계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한 역사적인 일이었다. <여 민지>를 비롯한 어린 여자 선수들, 그리고 <최 덕주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 진까지, 아낌없이 찬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축구에 미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나라에서, 마치 다른 나라 선수들인 양, 무시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척박한 환경을 생각하면, 우리 나라 여자 축구 선수팀은 마치 우리에게 복수를 한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우리들을 무시했어? 어디 두고 보자, 우리가 꼭 해 낼 꺼야>라는 구절이, 그 들의 책상, 머리, 혹은 일기장에 써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억울함, 편견, 오해 등등이 그들의 승리에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또, TV에서는 파란 눈의 혼혈아 뮤지컬 음악감독 <박 칼린>이 대중의 관심사로 떠 올랐다. 거의 합창의 문외한이었던 <남자의 자격>팀을 감동적으로 이끈 그 리더십에, 각종 언론매체는 물론 많은 대중까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박 칼린>은 그냥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이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척박한 대한민국 뮤지컬 환경에서, 여자라는 선입견과 혼혈아라는 배타적인 시선을 이겨내고, 지금도 장기 공연하고 있는 대한민국 뮤지컬 아이콘 <명성황후>를 만들어냈던 분이다. 그도 어찌 억울하고 힘든 일이 없었을까? 뮤지컬 문화가 자리잡고 있지 않았던 시대에, 여자라는 이유로, 혼혈아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핍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최초의 대형 한국 뮤지컬 <명성황후>를 지금은 그가 지휘봉을 잡지 않은 것도, 속내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아주 작은 일을 <박 칼린>과 한 적이 있다. 그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일이었다. 정말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러웠지만, 그는 프로답게 열심히 노래를 불러줘 필자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어느 구석에도 오만함이라던가, 겉 멋은 없었고,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애썼던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누가 뭐래도, 누가 말도 안되는 소리로 손가락질해도, 참고 견딘 억울함들이 오늘 그의 리더십을 만들었을 것이다.
혹자는, 여자 축구팀이나 <박 칼린>의 어려운 과거가 없다면, 지금은 없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젠 오히려 그 들을 통해 우리를 반성하게 된다. 우승해야 볼 수 있는 장관이나 대통령을, 왜 진작에 여자 축구팀은 보지 못했던 것일까? <남자의 자격>의 합창단이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었던 <박 칼린>을 왜 대중은 지나가는 외국인처럼 취급했던 것일까? 성과를 내고서야 기념 사진이 필요한 사람처럼, 보기에도 민망하고 얄팍한 급관심 보다는 꾸준한 격려와 관심이 재능을 더 성장시킬 수도 있을 텐 데 말이다.
흔히들 <~답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남자 답다, 여자 답다, 감독 답다…이런 <~답다>라는 말이 어쩌면 오해와 편견을 일으켜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자 축구팀도 여자라는 것을 빼고, 그저 열정적인 축구팀으로 봐주고,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면, 결승전에서 아슬아슬한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고 승리했을 지도 모른다. <박 칼린>도 혼혈아와 여자라는 편견을 빼고, 그저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인정해줬다면, 한국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 웨이를 지배했는지도 모른다. 제발 이젠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자. 성과를 낸 다음에 개떼처럼 달려들어 생색내지 말자. 각 분야 좋은 성과를 이뤄,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이제 편견을 빼고, 조금씩 관심 가져 주는 일은,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반드시 대중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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