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바꿔야 할 한국 뮤지컬!



아주 어렸을 적에 단체 관람한, <윤 복희> 그리고, 신인 <이 혜영>의 주

연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크나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극장도 아니었고, 화려한 조명이나 세트도 없었지만, 배우들의 숨소리 한 줄기도 놓칠 수 없는 신기루였던 것이다. 몇 번이나 같은 뮤지컬을 관람하며, 몰래 낡은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해,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반복해서 들으며, 혼자 1인 19역을 방구석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또, 박복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낮 공연을 보고,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밤 공연을 계단에서 본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뮤지컬 극단에 입단하고는, 너무나도 영세했던 한국 뮤지컬 환경도 잘 참아냈지만, 극복하지 못했던 신장의 열세와 가난한 집안도 한몫 거들며, 결국 무대가 아닌 객석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30년은 족히 지난 지금도, 드라마, 영화도 좋지만, 아직도 아련히 가슴 속에는 뮤지컬 방이 남아있다.



그 동안 한국 뮤지컬 시장은 많은 성장을 거듭했다. 초대권 일색이었던 티켓의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고, 뮤지컬 배우 중에서도 하나 둘 스타가 생겨나는가 하면, 또 역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 스타가 뮤지컬에 캐스팅되기도 하고, 외국이 부럽지 않은 화려한 뮤지컬 시상식도 기업의 협찬으로 두 개씩이나 갖게 되었다. 브로드 웨이의 뮤지컬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한국 뮤지컬은 급성장과 대중의 관심에 화두에 서있게 된 것이다. 대중들은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는 무대에 마음을 빼앗기며, 뮤지컬 자체가 고급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말도 안되는 <뮤지컬 망치 만행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삼성동 공연장 로비에서 <코러스 라인>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임 모씨가 밀린 출연료 255만원을.. 받으러 갔다가, 제작사 간부에게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이다. 돈 대신 망치세례를 받은 것이다. 귀족 문화, 혹은 고급 종합 예술이라 생각했던 대중에게, 이 망치 사건은 예전 북한의 도끼 만행 사건보다 더한 충격이었다.



뮤지컬 산업이 급성장하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제작사들이 수익구조 공부나 탄탄한 기반 없이 뮤지컬을 올리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한국 뮤지컬>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그 첫 번 째, 뮤지컬을 예술이 아닌, 상업적 도구로만 여기는 함량 미달의 제작사이다. 상업 예술의 꽃인 뮤지컬인 만큼 탄탄한 준비와 꼼꼼한 수익구조를 따져 봐야 하는 것이 우선인데, 무조건 해외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들여온 라이센스 뮤지컬이 큰 돈을 벌어줄 것이라는 착각이 대부분인 것이다. 더불어 배우나 스태프들을 마치 부하나 하인처럼 여기며, 그 들의 순수한 열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할 말은 아니지만, 뮤지컬 근거리에 있는 이들은, 지금 한국 뮤지컬은 그 옛날 조폭 <임 화수>가 휘둘렀던 1960~70년대 한국 연예계와 같다고 입을 모은다. 두 번째는 홍보를 해주는 매스미디어와 스폰을 해주는 기업과 정부의 문제다. 대형 뮤지컬이 아니고서는 신문에 한 줄 기사는 남의 떡이며, 대형 뮤지컬의 좌석을 흔쾌히 다 사주는 스폰은, 중소형 뮤지컬에는 단 한 자리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미리 좌석을 선매입 해주는 스폰의 힘으로 <그 밥에 그 나물>의 뮤지컬을 관람해야 하고, 발전 없는 대형 뮤지컬은 스폰으로 미리 팔아버린 객석 점유율을 앞세운 홍보로, 군중심리를 적극 이용, 질 낮은 뮤지컬로 귀 얇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축내는 것이다. 진정한 뮤지컬 스폰 <박카스>라면, 소형 한국 창작 뮤지컬에도 좌석을 메워줘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뮤지컬의 세대 교체이다. 뮤지컬의 붐이 일어나면서, 많은 실력 있고, 젊은 친구들이 외국에서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이미, 독과점으로 라인을 타고 있는 한국 뮤지컬계는 철저히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유명한 여배우가 하루에도 9편의 영화를 겹치기 출연하는 것처럼, 뮤지컬 스태프들은 여기 저기 겹치기 일을 하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질 낮은 뮤지컬을 선보이면서, 아무리 친하고 고마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음모와 만행으로 처절히 짓밟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뮤지컬은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공연매체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인격미달의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몹시 씁쓸하다.



지금 한국 뮤지컬은 <속 빈 강정> 혹은 <빛 좋은 개살구>다. 이제 망치로 두드려 맞아야 할 것은, 열정을 갖고 있는 배우가 아닌, 바로 실력과 인격이 낮은 사람들이 판을 치는 한국 뮤지컬이다. 대중들이 망치를 들고 질 낮은 라이센스 공연과 고리타분한 목적이 있는 뮤지컬은 과감히 보이콧해야 할 것이다. 속 빈 강정은 망치로 부셔서, 속을 채우고, 개살구는 과감히 잘라버려 맛있는 살구, 한국 뮤지컬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중의 망치로, 한국 뮤지컬을 지금 심판해야 한다, 그 것이 뮤지컬을 사랑하는 대중의 권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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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콴 2010-09-22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말도 안되는 망치 만행 사건을 보면서, 화려함에 가려진 뮤지컬의 이면을 봅니다. 겹치기 스태프의 졸작 수준의 대형 뮤지컬도 순전히 정치적이며 기업적인 힘에 의한 거라는 의문도 이젠 확실해 지면서, 더럽고, 님의 말대로 예전 조폭 이화수 시대의 연예계 같은 한국 뮤지컬을 이제 판을 다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밥에 그 나물, 혹은 지 밥 그릇 챙기기에 바빠 관객을 무시하는 뮤지컬의 자세는 분명 고치지 말고, 다 사라졌으면 합니다. 시원하네요 정말 님의 글은...

애니 2015-10-26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다 이런 그지같은 사건도 있었음 한국뮤지컬 대중한테 혼좀 나야함. 그런데 대중은 회초리 들 힘 조차 없는 좀비. 님이 나섰음 좋겠음

트리오 2015-12-1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몇 사람이 한국 뮤지컬을 독식하는 것을 독재타도하듯이 엎어야 한다. 정신차려라 대중들이여

연대기 2016-01-30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윗분말에 동감

맥스 2016-10-0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개판이군요

가희 2018-02-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뮤지컬의 질적 상승은 양적 상승을 못 따라간다

평창 2018-05-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뮤지컬에 관심 많았는데 그 때 이장면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