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그대- 잘 만든 미국 김 수현 드라마
별-4개
77세 노장 <우디 앨런>은 그 나이만으로도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다.
더불어 1년에 한편 이상 작품을 만들어 내는 그의 크레이티브 정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또, 이런 노장 감독을 뒷방 늙은이 취급하지 않는
미국 영화 시스템이 부러울 정도로 존경스럽다.
사실 <우디 앨런> 영화는 그처럼 극히 소극적이고 아기자기하며,
큰 기복없이 사람을 집중하게 한다.
미국 맨하튼에 사는 중산계층 유대인의 콤플렉스,
은근히 숨어있는 자의식과 죄의식,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소심증을
마치 재미있는 성인동화를 읽어 주듯이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비로 비유하자면, 시원하게 퍼붓는 소나기가 아닌,
슬금슬금 심장까지 젖어 드는 안개비 같은 것이다.
<환상의 그대>에서도, 그의 완벽한 플롯구성은 빛이 난다.
한때, <맨하튼영화감독>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로케이션 장소를 맨하튼으로 한정한 것이
이젠, 그 무대를 유럽으로 옮겨
복고적인 아트로 선회한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8명의 복잡한 사랑의 과정을 큰 무리없이 깔끔하게 풀어내면서
그 전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깊이를 찾게 된다.
부인 헬레나(젬마 존슨)을 버리고,
가슴 큰 콜걸 샤메인(루시 펀치)과 결혼한 알피(안소니 홉킨스)는
콜걸의 뻔한 외도와 낭비로 다시 부인에게 돌아오고 싶어 하지만,
이미 헬레나는 징그러울 정도로 평범한 조나단(애쉬튼 크리퍼스)와
결혼을 결심하며, 보기 좋게 거절한다.
동양 사상의 인과응보(因果應報)를 심각하지 않게 얘기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알피의 딸 샐리(나오미 와츠)의 경우에도 암시를 주는데
건너편 건물의 창문의 여자 디아(프리다 핀토)와 바람이 난
남편 로이(조시 블로린)이 이혼한 후,
건너편 건물의 아내를 쳐다보는 장면에서
다시 샐리에게 돌아가고 싶은 심리를 보여 주고 있다.
샐리는 자신의 소심함으로
친구에게 빼앗겨 버린 직장 상사 그렉(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서 상처를 받지만, 엄마에게도 갤러리 투자금을 받지 못하지만,
<삶에는 때때로 신경안정제보다 환상이 필요하다>란 대사처럼,
긍정적인 마인드와 무소유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렇듯,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는
부인 <순이>때문인지
동양 철학 사상이 군데군데 숨어있어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헬레나가 빠져있는 심령술사 집에서,
죽은 부인에게 재혼을 허락 받는 새 남자친구 조나단의 에피소드는
<영혼>을 무섭고 신비한 세계가 아닌,
친근한 이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헬레나는 순간적으로 죽은 전 부인을 질투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는 간접적으로 윤회(輪廻)를 보여주고 있는데,
앞서 얘기한 주고 받는 사랑의 인과응보도
이 윤회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원제<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는
언젠가는 미남을 만날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이지만,
여기서 미남은 저승사자, 곧 죽음을 뜻하는 염세주의 발상으로,
오리엔탈리즘에 근거하고 있다.
점점 나이가 들 수록, <우디 앨런>의 영화가 좋아진다,
<한나와 자매들>을 볼 때처럼 심각하게 분석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우리 나라의 <김 수현>가족드라마를 보는 느낌인 것이다.
심각한 주제를 일상사로 끌어 들이면서, 절대로 신파로 만들지 않는 힘,
어떤 명배우라도 대사, 에피소드로
자기 색깔이 아닌 배역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힘,
(사실, <안소니 홉킨스>에서 <양들의 침묵>을,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서 <필라델피아>를,
<나오미 와츠>에게서 <킹콩>을,
<젬마 존슨>에게서 ,<브릿지 존슨의 일기>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찜질방에 앉아서 아줌마들과 수다를 떨어도 될만한 주제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주제,
이런 것들은 세월의 내공이 쌓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영어로 대사를 완벽히 이해 못하는 것이 한이 될 뿐이다.
이제, 뉴욕커를 넘어서,
온세상과 소통하는 혜안과 유머를 지닌 <우디 앨런>의 영화는
날이 갈수록, 내 얘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가 좋고, 기대되는 것이다.
<우디 앨런>도, 우리도 그저 살아가는 인간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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