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본-답답한 카타르시스

-4개

 

  <국가를 지키는 것 보다, 가족을 지키는 것이 더 용기 있는 일이다>

아버지의 실종과 아버지의 보석금과 맞바꾼 집,

있으나 마나 한 무능력한 어머니,

그리고, 어린 동생들의 현실에서,

주인공 17세 리 돌리(제니퍼 로렌스)가,

돈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현실도피를 하려 했던 군입대 상담에서,

면접관이 들려준 얘기다.

 

마약을 팔아 집단 범죄를 일삼고 있는 오자크 마을에서,

삼촌 티어드롭 돌리(존 호킨스)마저

리 돌리의 아버지 찾기를 폭력으로 막는다.

일주일 이내에 아버지의 죽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집에서 쫓겨나는 위급한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은 따뜻한 차와 돈 몇 푼으로

그를 달래는 애정 어린 모습도 보이지만,

자신의 생계와 직결된 범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대부분 어린 소녀에게 가혹한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리 돌리는 아버지 죽음의 슬픔보다는,

오직 남아있는 동생들과 아픈 어머니의 생계를 위해,

마을 사람들을 향해 처절할 정도로 투쟁한다.

 

이런 루럴 느와르(rural noir)같은 영화는,

대부분 작가적인 성향이 짙고, 철학이 깊은 나라에서

저예산으로 만들어지곤 한다.

<제니퍼 로렌스>와 LA 비평가 여우주연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봉 준호>감독의 <마더>를 비롯,

우리 나라에서도, <강우석>감독의 <이끼>,

<하명중>감독의 <태(胎)>, <김한민>감독의 <극락도 살인사건>까지,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인간의 잔혹성을 한정된 공간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중, 사건의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른 영화와는 달리,

<윈터스 본>은 <마더>와 같이

오직 가족을 위한 집착과 집념에 포커스를 두었다. 

 

<철저히 부서진> 이후,

두 번째 장편영화 <윈터스 본>의 여성 감독 <데브라 그래닉>은

시종일관 햇빛이 들지 않은 어스름한 톤과,

마치 아트팀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너무나도 사실적인 미술로

리 돌리와 세상의 답답함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또, 실제로 극중 누군가가 노래나 음악을 연주하기 전에는

그 어떤 멜로디도 들리지 않고,

마치 이명 같은 코드가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해주면서,

다람쥐를 잡아먹는 극한의 가난이,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으로 사실감을 더해 준다.

극적 요소를 증가시키거나,

덜커덕거리는 편집을 커버하기 위한

눈요기, 귀요기 거리가 없는 대신,

과감한 여성 감독은 <제니퍼 로렌스>의 무표정한 연기와

담담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비극의 스토리를,

자신있게 인간 존중의 희망으로 풀어내며,

관객들 끌어 당기고 있는 것이다.

 

제작사 이름이 <윈터스본>인 것처럼,

독립영화를 갓 벗어난 작가주의면서 상업적인 이 영화는

화려함으로 눈을 멀게 한 타 영화를 비웃듯이

관객의 폐부를 찌른다.

 

너무나도 심심한 결말,

아버지 살인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다 남은 가족의 생계가 보장되자,

아버지의 밴조를 연주하는 아이들의 평안함에,

누구에게나 지독히 혹독한 세상살이 해법을 가르쳐준다.

 

영화를 본 후,

답답하고 찝찝한 느낌이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희망이 된다.

또,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에 캐스팅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 변신도, 기다림의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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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2011-02-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윈터스본 과 마더 중 어떤 영화가 나을까요? 둘 다 못 봐서리.. 근데 평을 보니 윈터스 본은 상당히 미국적 마인드일 것 같네요

닥터심 2011-02-2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번 보고 싶은 욕망이 마구 솟아 오르네요 전혀 몰랐던 영화인데.. 가족을 지키는 것이 더 용기있는 일이다 라는 말이 가슴에 팍

음향 2011-02-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울한 영화지만 긴 여운이 있는 영화이면서 진실한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대사를 잡아낸 것이 능력이십니다.

루핑 2011-02-21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보고싶네요 헐리우드 영화에 너무 정형화 되어있었는데, 왠지 색다를 것 같네요 좋은 영화 추천해주셔서 감사함다

애니 2015-10-2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유명한 탑스타 제니퍼 로렌스를 알아본 님의 매서운 눈과 능력에 감탄

트리오 2015-12-1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제니퍼 로렌스를 첨부터 알아보다니 님은 캐스팅매니저 해도 될 것 같습니다

24 2016-01-0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때 이미 제니퍼 로렌스를 알아보다니 역시 다른 평론가와는 다른 시각을 갖고 계시는게 분명합니다

연대기 2016-01-30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좋아하는 제니퍼 로렌스네요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가르쳐주셔서 감사

2016-02-2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생은 인간을 꿰뚫는 통찰력이 있어 능력을 숨기지마

맥스 2016-10-0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니퍼 로렌스가 돋보였던 영화죠 선견지명

ska 2018-01-04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보는 눈이 정확하네요 제니퍼 로렌스의 가능성을 이미 보다니

문화 2018-05-2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니퍼 로렌스를 발굴하셨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