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이준익의 영화가 아닌 송강호, 유아인의 영화
별 3개
국내 유명 감독들은 각자 특성과 연출의 스타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도>의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려는 다른 감독에 비해
느긋하게 눌러 앉아 관망하는 연출력을 보여주는
독특한 감독이다
코믹 영화 <황산벌><평양성>은 물론이고,
사극 영화 최초로 천만을 넘긴 <왕의 남자>
그리고, 앞으로 달리기만 했던 현대사회의 고개를
뒤로 돌리게 만든 <라디오 스타>,
섬뜩한 사회 고발 영화<소원>에서도
늘 그의 연출력은
무엇이든 품을 수 있는 넉넉한 가슴을 가진 영화를 만들어 냈다.
즉 다시 말하자면, 장르를 불문하고
이준익의 영화는 촬영, 연기, 세트 등등
모든 것이 균형을 잃지 않고, 어느 부분 하나 튀지 않으며,
하나의 영화를 향한 <조화>가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의 영화 안에 들어가면
대배우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 <박중훈>,
<소원>의 <설경구>나,
무명이었던 <왕의 남자>의 <이준기><유해진>은 물론,
<님은 먼곳에>의 <수애>의 서툰 노래마저
매력적으로 들릴 정도로
<이준익>이라는 커다란 지붕 밑에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서까래도 되고 대들보도 되어서,
튼튼하고 잘 짜인 영화라는 집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왠지, <사도>에서는
이준익 감독의 특유의 연출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첫 장면부터 아버지 영조(송강호 분)를 죽이러 가는
관속의 사도(유아인 분)의 강렬한 클로즈 업은
영화의 기대를 한껏 올리는 흡입력 있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요즘 한창 연기파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아인을 생각할 때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그 나이 때에 그 정도의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에서의 광기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에,
사도의 연기에도 사실 기대를 크게 걸기도 했다.
그런데, 왠지, <베테랑>의 광기가<사도>의 광기로 넘어온 듯 보인다.
분명, <베테랑>의 <조태오>는
잘못된 가정교육과 과잉 된 풍요로움이 결합되어 만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광기이며,
<사도>의 광기는 강압적인 부모에 의한
인정욕구와 탈출의 갈등이 빚어낸 어쩔 수 없는 광기인데,
첫 신부터 강렬한 연기가 영화 내내 지속되면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사도가 아닌 유아인만 보이는 것이다.
또, 연기의 지존이라 불리는 영조역의 <송강호>는
기본적인 탄탄함으로 안정적 연기로 중심을 잡아주었지만,
유아인과 붙는 장면에서는 유독 평정심을 잃으며
덜거덕거리는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
또, 영조의 노역 분장에 힘을 쏟고
남은 재료로 분장을 한 것 같은
영빈(전혜진 분)과 정순왕후(박명신 분)의 노역 연기는
어설픈 분장만큼이나 영화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마치, 역사책을 펼치듯이,
회상과 현재를 오가는 활자 적 파노라마 구성에서
화려하거나, 혹은 마르지 않은 서양화를 삽화로 보는 느낌이다.
즉, 배우의 연기를 보느라,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에 집중할 수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혜경궁 홍씨(문근영 분)와 화완옹주(진지희 분)
그리고, 정조(소지섭 분)의 장면에서
훨씬 집중도가 높았던 것은,
강렬한 연기에 압도 당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균형 있는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배우가 아닌 감독의 예술이다.
왠지 이준익 감독 마저,
강렬한 두 배우 연기에 주눅이 든 것 같은 불편한 기류가
영화 곳곳에 삐죽삐죽 볼썽 사납게 삐쳐 나오기도 한다.
관객도 감독을 따라 주눅이 든다.
연기적으로 나무랄 것이 없는 훌륭한 배우지만,
감독이 세워놓은 주춧돌 위에
너무 화려한 색깔의 버거운 대리석을 얹은 듯한 연기는,
이준익 감독의 특유의 조화와 균형까지 깨뜨리면서
불편함으로 돌변했다.
송강호와 유아인의 훌륭한 연기를 보려면 적극 추천이다.
그러나, 영조와 사도를 보려면 적극 비추천이다
영조와 사도가 비집고 나올만한 틈이 없는 연기력은
분명 호불호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
대중은 배우의 영화보다 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
자신의 카메오 조차 영화라는 틀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던
이준익의 <라디오 스타>의 균형과 조화를
대중들은 분명 더 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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