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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운명 1 ㅣ 창비세계문학 98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제2차세계대전 소련과 독일의 전쟁터 그 한 복판인 스딸린그라드 전투의 현장에 우리를 던져 놓는다. 총탄과 폭격이 이루어지는 현장과 이념의 싸움이 처절한 장소, 민족주의의 다툼으로 하나의 민족 말살이 이루어지는 가스실의 잔혹한 곳으로 던져진 우리들은 전쟁을 그대로 경험하며 그 어떠한 근거의 전쟁이라도 일어나서는 안됨을, 전쟁으로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됨을 알게 된다.
전쟁의 장소, 전쟁의 시간.
전쟁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으로 이끄는 운명. 꿈이나 한 순간의 장난으로 넘겨버릴 수 없는 그 참혹함 앞에 우리는 과거의 전쟁을 돌아보고 미래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긴 이름과 애칭이 러시아 문학의 특징이라면서 조심하라는 경고를 가볍게 넘긴 탓에 고전하고 있다.
소설을 읽을 때 인물관계가 잘 들어와야 읽기 쉬울텐데...'잘못했다', '정리 좀 하면서...'등을 생각하지만 읽으면서 찾아보자.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 읽기를 마친다.
전쟁..
일상에서도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진짜 전쟁의 시간이 수많은 사람의 평범했던 일상을 무너뜨리고 원하지 않는 삶의 시간으로 끌고 가고 있다.
그 치열한 생사의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인간의 강인함 그리고 연약함
사상, 자유, 진리, 삶, 사랑, 가족...그렇게 하나씩 존재하고 섞여서 한 덩어리로 녹아 내리는 전쟁의 시간
그 시간은 걸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헤쳐가는 시간이다.
전쟁은 계속 된다.
얼어붙은 땅에
불붙은 대지에
차갑게 부는 바람에
뜨거운 심장에
삶은 계속 된다.
혹독한 죽음의 시간 속에
멈출 수 없는 걸음 속에
쓰러져 숨죽여 엎드린 땅에
얼어붙은 강에
운명은 누가 결정하는가?
농민이었던
주부였던
학생이었던
학자였던
전쟁 이전에 있던 모든 것이
전쟁이라는 사건 앞에
모든 운명을 사상으로 뒤엎는 운명
단혹한 전쟁의 현실이 인간의 운명을 뒤흔다
그러나 뒤흔들리는 운명을 따라 삶은 계속 되고 있다.
시작할 때 어려웠다 집중도 어려웠고 이름도 어려웠고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제 조금씩 보인다.
사람이 보이고 관계가 보이고 내용이 보이고
전쟁이 보이고 무엇보다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의 고통이 인류의 고통이 남겨진다.
(124) 속에 지닌 슬픔이 크면 클수록, 생존의 희망이 작으면 적을수록 더 마음이 넓고, 더 선하고, 더 훌륭한 사람이더라.
2부에서 리스가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아이히만의 뒷모습을 보며 긴 혼자만의 이야기를 한다. 이 부분은 소설을 빌려 저자가 전하고 싶은 인간 지도자의 범주에 대하여 그리고 반유대주의의 등장과 그 형태 그리고 유대인 말살이라는 실행의 단계의 이야기가 서술된다. 화자가 리스에서 나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또한 인간이 갖게 되는 공포의 감정에 작가는 고스스뜨라흐(국가에 대한 공포를 뜻하는 약어, 작가가 만든 신조어)라는 새로운 언어로 표현한다. 거부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국가가 만들어내는 공포.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공포이며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전 국가적 행위의 공포
그 공포에 일체화 되는 인간과 그 공포에 밀려 쓰러지는 인간의 갈등은 전쟁이라는 배경이 아니어도 우리는 공감하게 된다.
제2차세계대전의 한 면을 돋보기를 이용하여 보듯 자세히 들여다 보게 하고 슬쩍 묻어갔던 아픔을 가슴에 핏물로 새겨놓는 소설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이 땅의 젊은 세대가 읽어보면 좋겠다. 그저 영화나 게임에서의 전쟁으로 흥미와 재미로 봐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이 소설을 통해 바뀔 것이며 당연하게도 전쟁 반대의 목소리로 남겨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남기는 개인적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