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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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크리스마스 타일'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에 대한 가제본 서평단 모집을 보고 신청한 것이 선정되어 김금희 작가의 연작소설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경애의 마음'을 읽으며 인간 관계에 담기는 감정의 묘사가 뛰어난 작가로 인식되었고 이번 '크리스마스 타일'에서 다시금 그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새해 첫 달, 12달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각자 소망하는 대로 여러 가지 기대를 품게 된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큰 그림을 완성했을 때, 어떤 풍경이 어떤 색감이 채워진 그림을 바라보게 될까?

단지 제목 '크리스마스 타일'에서처럼 왠지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소망을 담은 타일로 채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 안에는 많은 우여곡절의 사연들이 하나씩 하나씩 타일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소설집은 3개의 틀 안에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등장인물들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사건과 시간과 인물들의 엮임이 매우 단단하게 전개되며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 주변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모자이크를 완성하기 위해 작은 조각들을 붙이거나 스탠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을 위해 색색의 유리를 채우는 계획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소설의 이야기들이 마치 슬모없다 여겼던 작은 조각 천들을 이어 붙여서 만드는 우리 조각보의 단순하면서도 기하적인 모양으로 읽어보게 된다.

📗첫 번째 틀 '밤'에는 '은하의 밤', '데이, 이브닝, 나이트', '월계동의 옥주'로 구성되어 있다.

밤이라서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만 있지 않고 그 밤을 지나 마주하게 되는 새벽 그리고 아침의 밝음으로 전개된다.

두 번째 틀 '눈 파티'에서는 '하나나 눈사람 클럽', '첫눈으로'가 담겨있다. 과거의 한 시점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이야기는 기억이 추억이 되어 현재의 시간을 채워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세 번째 틀 '하늘 높은 데서는' '당신의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크리스마스에는'으로 구성되어 상실의 시간을 이겨가는 이야기와 전체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12월이다.

'곧'이라고 하기엔 조금 있어야 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2022년의 하루하루는 어떤 타일이 되어 그림을 그리게 될까? 희망을 이야기하며 시작했던 새해 첫 날의 그 소망이 크리스마스에는 이루어지길...

📗책 속에서

(25)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까마득한 고독 속으로 굴러떨어져야 겨우 나를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그런 구덩이 안에서 저 혼자 구르고 싸우고 힐난하고 항변하며 망가진 자기 인생을 수숩하려 애쓰다보면 그를 지켜보는 건 머리 위의 작은 밤하늘뿐이라는 것.

(57) 은하가 인생의 가장 저점에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휩싸였을 때 그렇지 않다고, 너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고 일깨우기 위해 누군가 그 떠돌이 개를 보낸 것 같았다.

(67)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말라"는 것이었다. 꿈을 잃지 마라,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이 돼라, 근면하라처럼 흔한 당부가 아니라서 인생의 아주 비밀스러운 경계를 품은 듯 느껴졌다.

(218) 그 여덟개의 계단을 오르지 못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안타깝게도 술꾼들은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

(219) 소봄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힘으로 그날의 밤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전해주던 그 기적 같은 입김들이 세상을 덮던 밤의 첫눈 속으로.

작가의 말에 담긴 '우리에게 겨울이,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유는 바로 그렇게 무엇이,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이 진짜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일 것이다.'에 공감하며 밑줄을 긋는다.

이 겨울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내 곁에 머무는 무엇, 사람, 시간을 생각하고 먼 시간이 흐른 후에 내 곁에는 또 무엇이, 누구가, 어떤 시간으로 머물러 줄까? 의미를 담아본다.

(창비출판사로부터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개인적인 나눔입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말라"는 것이었다. 꿈을 잃지 마라,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이 돼라, 근면하라처럼 흔한 당부가 아니라서 인생의 아주 비밀스러운 경계를 품은 듯 느껴졌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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