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 건널목의 말, 농구하는 사람, 이미 죽은 열두명의 여자들과,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자전거를 잘 탄다, 매일 산책 연습,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

첫문단을 읽기 시직하며 긴장되었던 호흡이 몇 문단을 폴짝이다가 담담하게 읽혀진다. 긴 호흡의 나레이션이 된다. 그려지는 풍경도 없고 꼬리를 무는 생각도 없는데 눈 앞에 찍혀있는 활자를 자박자박 따라가고 있다.

이 여덟편의 소설에서 나는 계속 어디론가를 간다. 처음 가 보는 낯선 길이거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따라가는 길, 꿈 속의 장소를 찾아가거나 과거의 기억을 붙잡아 가는 길이다. 소설 속의 인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매일매일 어디론가를 향해 가고 있다. 목적을 갖고서 아니면 그저 목적없는 발걸음을 쫓아서...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듯 해도 결국 반복되지 않으면 아니 반복되었던 것이라 해도 붙잡아두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 사라지는 것도 영영 없어지는 것이 아닌 저쪽 어딘가에 남아있지 않을까

우리의 사람들 소설집을 읽으며 생각의 갈래가 어지럽게 가지를 치고 복잡하게 얽힌다.그러다 책을 덮는 순간 생각의 그림이 그려지고 가지런히 정리된 한 그루의 나무를 보게 된다.

반복되는 것 - 걷고 머물고 잠자고 먹고 씻는 것 -의 행위를 통해 만나고 기억하고 꿈꾸고 나누고 함께하는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는 작가의 말은 억지로 챙겨 기억하기보다는 자연스레 기억되는 일을 떠올리라고만 말하는 것 같다.

작가의 언어를 따라 걷다보면 일상에서 지나쳤던 어제의 풍경이 오늘은 다른 햇살 아래 낯선 풍경이 되고 어제 만났던 우리의 사람이 오늘은 다른 생각을 머금은 우리의 사람으로 만나고 있다.

27

'그들은 문득 새벽 네시를 향해 가는 지금 시각과 아직 어두운 주변을 떠올리며 아까 어떻게 붉은 털의 동물을 본 것일까 의아했지만 눈에 보인 것은 보인 것이므로 이상하지만 정말로 보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 말고는 나머지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걸...' 을 읽는 중에 머리에 날아오는 글은 시인 이상의 시 중에 '나의 아버지가 나의 곁에서 조을 적에 나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되고...가 연이어는 시였다. 이어지는 생각의 꼬리가 계속되는 유희를 잠시 즐겨본다.

.

새로운 속도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창비출판사로부터 서평나눔을 위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개인적인 소감을 나눕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