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1미터를 빠듯하게 넘는 키에서 1미터 70에 육박하게 되는 키를 가질 때까지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좀머 씨 이야기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부드럽다.
나쁜 기억들은 잊혀지고 남은 기억들은 추억이라 불리는 부드러움으로 다가온다.
주인공의 이야기에도 우여곡절이 있고 아픔과 상처를 담아내고 있지만 읽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선 그마저도 아름답게 읽힌다.
좀머 씨와의 만남은 3번 이루어진다.
첫 번째 만남은 폭풍같은 우박이 휩쓸고 간 길에서 아버지의 차 안에서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 좀머 씨를 만나고 이때의 만남이 가장 가까운거리에서의 만남이며 그의 말을 분명하게 직접 듣게되는 만남이다.
두 번째 만남은 주인공이 순간적인 감정의 혼란함으로 나무에서 뛰어내려 죽고자 하던 때이다. 좀머 씨와는 위 아래의 거리를 두고 만난다. 만나지만 주인공만 보게 되는 거리이고 말을 듣기보단 신음 내지 고통에 갇힌 한숨 소리만을 듣는다.
마지막 만남은 좀 더 먼 거리 호수의 가운데로 걸어가는 좀머 씨와 그 호수 둑에서 바라 보는 만남이다. 만남이라고도 할 수 없겠지만 그 마을의 모든 사람이 배경처럼 여기던 부지런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좀머 씨가 아닌 물 속의 좀머 씨이고 주인공과의 일대일 장면이다. 그렇게 물 속으로 사라지는 좀머 씨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세 번의 만남에서 한 사람과의 관계를 읽고 좀머 씨의 세계를 어린 주인공의 눈에서 나의 눈으로 보게 된다.
인생의 길을 걷는다고 할 때 그 걸음의 속도는 삶에 두는 가치의 크기에 있지 않을까?
좀머 씨의 빠른 걸음은 어쩌면 지우고 싶은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걸음은 아니였을까?

그 말을 산 이유는 단지 경마 때 그 말을 그것의 고유한 특성대로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들었는데,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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