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p.
..그렇다.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비가 언젠가 그치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332~333p.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 사람의 기량만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었다. 분명 품고 있는 몽상의 크기까지 포함한 경구임에 틀림없다.

390p.
...이윽고 물방울의 음악이 고막에 닿았다. 내 머리에 ‘현명玄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물의 신 혹은 비의 신을 나타내는 단어이자, 글자 그대로 끝 모를 암흑이라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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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p.
.."사요 말인가. 그 사람은 미치광이였소. 당신은 모르겠지만 이 추고쿠 혈통에는 강캉타타키라는 핏줄이 있다오. 시고쿠의 견신, 큐슈의 뱀신, 그런 것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지만 보통의 인간과 교류가 불가능한 것이지. 연유를 설명하자면 오래된 일이지만,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安部睛明)가 추고쿠 연변에 내려왔을 때 공물이 모두 죽어버렸소. 그래서 세이메이는 길가에 핀 풀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인간으로 만들어 공물로 사용했던 것인데, 아무튼 교토로 돌아갈 때 원래대로 풀로 돌려놓으려고 하자 그것이 말하기를 모처럼 인간으로 만들어주셨으니 이대로 두어 주십시오, 하고 부탁했다 하오. 그래, 세이메이도 측은하게 생각하고 그대로 인간으로 있게 해주었는데 원래대로라면 그건 풀이니 생계를 이어나갈 직업을 알지 못하지. 세이메이는 그래서 기도술을 가르치고 그것으로 대대로 생계를 유지하라고 했다고 하오만, 이 혈통의 사람을 풀 인간, 일명 캉캉타타키라고 해서 대대로 기도를 직업으로 하고 있지. 근본이 풀인지라 사람과의 교류는 불가능하다고 해서 보통 사람은 꺼린다오. 사요는 그 혈통 사람이라고들 하더라만 거짓인지 진짜인지 나는 모르오. 어쨌든 지금 촌장을 하고 있는 아라키가 어디서 조사해왔는지 그걸 카에몬 씨에게 떠들어 대는 바람에 카에몬 씨는 점점 사요를 싫어하게 되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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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p.
..섬에 밤이 찾아왔다. 밤은 두 번 찾아온다. 한 번은 날이 저물 때. 또 한 번은 침실의 불빛이 사라질 때.

179p.
.."선생님께서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실수인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아무리 봐도 그리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억울하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우아한 생활로 복수하고 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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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등하게 사물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인생에서 중요해. 인간이란 것은 주위 사람에게 딴죽이 걸리거나 비웃음을 당하거나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교정해가는 것이 보통이니까. 친구란 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야."

"...……손가락에는 태생이, 손톱에는 삶이 드러나는 법이야. 손톱이 더러운 녀석은 뭘 해도 못 써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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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p.
..내가 없는 45년 뒤의 세계에서 핼리 혜성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을 상상하니, 마음속에 쓸쓸함이, 공허함이 퍼졌다.

41p.
..어묵을 다섯 가지 정도 주문해서 계산대로 갔다. 아버지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주머니에서 동전지갑을 꺼내 어묵을 샀다. 아버지가 내게 사주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돈을 내는 모습이 좋았다. 인색하지 않고, 계산대 사람에게도 언제나 정중했다.

44p.
..옛날에 내가 갖고 있던 것은 원룸 타입이었다. 다 놀고 나서 ‘리카짱 하우스‘ 뚜껑을 닫는 순간,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다.
..이것은 가짜 세계다.
..그 사실을 내게 알려주고, 나를 다시 현실로 돌려보내기 위해, ‘리카짱 하우스‘의 뚜껑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98p.
..소중한 사람을 이 세상에서 잃었다고 해도 ‘있었던‘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 그것이 흰나비를 대신하는 나의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힌트는 바깥에, 사람 수만큼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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