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p.
..So you can see that because there were no great pleasures while living in the desert, the small pleasures became great pleasures and the pleasures of children became the pleasures of grown men....

26p.
...It was an extraordinary thing because he could make a kind of smile with his voice without smiling with his lips. His voice smiled while his face remained serious. It was a most forcible thing because it gave people the impression that he was being serious about being nice.

122p.
...He used to keep a bottle of green hair mixture on the side table in his study—when you have to dust a room you get to know and to hate all the objects in it—and this bottle had the royal coat of arms on the label and the name of a shop in Bond Street, and under that, in small print, it said "By Appointment—Hairdressers To His Majesty King Edward VII." I can remember that particularly because it seemed so funny that a shop should want to boast about being hairdresser to someone who was practically bald—even a monarch.

136p.
..She looked at him, and at that moment he seemed to be standing a long way off from her, beyond some borderline. He was suddenly so small and far away that she couldn‘t be sure what he was doing, or what he was thinking, or even what he was.

186p.
.."I don‘t see why not," he answered. "It‘s the same brain. It‘s alive. It‘s undamaged. In fact, it‘s completely untouched. We haven‘t even opened the dura. The big difference, of course, would be that we‘ve severed every single nerve that leads into it—except for the one optic nerve and this means that your thinking would no longer be influenced by your senses. You‘d be living in an extraordinarily pure and detached world. Nothing to bother you at all, not even pain. You couldn‘t possibly feel pain because there wouldn‘t be any nerves to feel it with. In a way, it would be an almost perfect situation. No worries or fears or pains or hunger or thirst. Not even any desires. Just your memories and your thoughts, and if the remaining eye happened to function, then you could read books as well. It all sounds rather pleasant to me."
.."It does, does it?"
.."Yes, William, it does. And particularly for a Doctor of Philosophy. It would be a tremendous experience. You‘d be able to reflect upon the ways of the world with a detachment and a serenity that no man had ever attained before. And who knows what might not happen then! Great thoughts and solutions might come to you, great ideas that could revolutionize our way of life! Try to imagine, if you can, the degree of concentration that you‘d be able to achieve!"
.."And the frustration," I said.
.."Nonsense. There couldn‘t be any frustration. You can‘t have frustration without desire, and you couldn‘t possibly have any desire. Not physical desire, anyway."

201p.
..What you lose on the swings you get back on the roundabouts.

228p.
..Looking at him now as he buzzed around in front of the bookcase with his bristly head and his hairy face and his plump pulpy body, she couldn‘t help thinking that somehow, in some curious way, there was a touch of the bee about this man. She had often seen women grow to look like the horses that they rode, and she had noticed that people who bred birds or bull terriers or pomeranians frequently resembled in some small but startling manner the creature of their choice. But up until now it had never occurred to her that her husband might look like a bee. It shocked her a bit.

238p.
...Good heavens above, I had seen men who were perfect shrimps in comparison with me displaying an astonishing aplomb in their dealings with the fairer sex. And oh, how I envied them!....

306~307p.
...for whether you know it or not, there is a powerful brotherhood existing among people who own very costly automobiles. They respect one another automatically, and the reason they respect one another is simply that wealth respects wealth. In point of fact, there is nobody in the world that a very wealthy person respects more than another very wealthy person, and because of this, they naturally seek each other out wherever they go. Recognition signals of many kinds are used among them. With the female, the wearing of massive jewels is perhaps the most common; but the costly automobile is also much favoured, and is used by both sexes. It is a travelling placard, a public declaration of affluence, and as such, it is also a card of membership to that excellent unofficial society, the Very-Wealthy-People‘s Union. I am a member myself of long standing, and am delighted to be one. When I meet another member, as I was about to do now, I feel an immediate rapport. I respect him. We speak the same language. He is one of us. I had good reason, therefore, to be elated.

376p.
..This time I stepped well back. "You dirty thieving bastards!" I cried. "The whole lot of you!"
..Automatically, as though they were puppets, all the heads down the line flicked round and looked at me. The expressions didn‘t alter. It was just the heads that moved, all seventeen of them, and seventeen pairs of cold glassy eyes looked down at me. There was not the faintest flicker of interest in any of them.
.."Somebody spoke," they seemed to be saying, "We didn‘t hear it. It‘s quite a nice day today."

389p.
..I believe that all poachers react in roughly the same way as this on sighting game. They are like women who sight large emeralds in a jeweller‘s window, the only difference being that the women are less dignified in the methods they employ later on to acquire the loot. Poacher‘s arse is nothing to the punishment that a female is willing to endure.

410p.
..."Cheer up, Vic," she said to me, her white teeth showing. She looked like the creation, the beginning of the world, the first morning. "Good night, Vic darling," she said, stirring her fingers in my vitals.

479p.
..Henry sat quite still and stared into the candle flame. The book had been quite right. The flame, when you looked into it closely, did have three separate parts. There was the yellow outside. Then there was the mauve inner sheath. And right in the middle was the tiny magic area of absolute blackness. He stared at the tiny black area. He focused his eyes upon it and kept staring at it, and as he did so, an extraordinary thing happened. His mind went absolutely blank, and his brain ceased fidgeting around, and all at once it felt as though he himself, his whole body, was actually encased within the flame, sitting snug and cozy within the little black area of nothing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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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방을 검토해나가면서 방주인들이 남긴 심리학적 자취를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성격이 표현된 각기 다른 방식들을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크게 3가지 분류, 즉 ‘자기정체성’, ‘감정 조절’, ‘행동양식’의 흔적이 주로 사람들이 주변 환경을 다루는 메커니즘인 듯했다....

..온라인에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면서 자신의 각기 다른 모습을 구분지어 드러내는 일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자신이 보이고자 하는 모습만을 노출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 사람을 만난 첫날에는 몰랐지만 천일이 지난 후에는 알게 되는 그런 것들은 구체적으로 과연 어떤 것들일까? 맥애덤스는 이 질문에 대해 훌륭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친밀감의 각기 다른 세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맥애덤스가 말한 대로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한 처음 두 단계를 거쳐 그 사람의 특성과 개인적인 관심사들을 파헤치고 나면, 이제 성격의 근원적인 기반에 부딪치게 된다. 바로 정체성이다. 맥애덤스는 그가 주창한 마지막 3단계를 이렇게 표현한다.
.."재구성된 과거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예상을 통합해 삶의 일관된 통일성과 목적, 의미를 제공하는 자기 내면의 이야기."
..이처럼 정체성은 우리 삶의 다른 요소들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다시 말해 정체성이란 우리의 과거·현재·미래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주는 끈이다....

..《점프 북》의 핵심은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에서 각자의 성격이 드러난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할스만은 공중으로 점프하는 그 자세가 마치 성격을 보여주는 표상과 같다는 생각에 매혹된 나머지 점폴로지(Jumpology, 도약학)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우리는 물건을 숨겨둔다. 만약 여러분이 다람쥐라면 물건을 숨겨두는 능력에 생존이 달려 있다. 가능한 한 많은 도토리, 피칸(pecan) 열매, 개암 열매를 모으는 동시에 눈 오는 겨울에 대비해 이를 비축해두어야 한다. 물론 음식과 다른 소모품을 1년 내내 언제라도 구입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렇게 식량을 쌓아 쟁여놓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서 수백만 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에도 우리의 대뇌에 각인되어 있다. 이 본능적인 성향은 현대문화 속에 흡수되고 다듬어져서 골동품부터 우표, 핫소스 병, 열차 티켓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수집 취미 속에 남아 있다.

...행복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 기분과의 연관성에 관한 깨달음은 트라비스의 통찰력을 일깨웠다. 장소에 대한 감정적인 연관성을 발전시켜나가고 그것이 나중에 우리가 주위 환경에 반응하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분명해보였다.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감정적 행복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주변 환경이 우리 안에 각인되어 있는 심리적 욕구와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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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p.
...게다가 소설이라는 것은 단어의 옷을 입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경험하고 고민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렇기에, 넓게 보면 취재의 순간 역시 집필의 순간이다. 말하자면 몸속에 소설의 공간과 공기를 새겨 넣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몸으로 쓰는 소설 역시 퇴고의 기간이 있어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것은 몸과 정신이 자연스레 잊게 된다. 나는 이것을 몸의 퇴고라 한다....

87p.
..그 후 대학에 입학했고, 기쁜 마음에 ‘자아, 이제 본격적으로 가볼까?‘라고 결심하니, 르네상스 음악 감상실은 사라져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가사를 옮겨 적고, 많은 음표들이 떠다니던 갈색 테이블과 자줏빛 소파는 길가에 내버려져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목이나 사연만 읽어줄 뿐, 별다른 말없이음악과 음악 사이의 이음새만 손질하던 과묵한 DJ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소중한 또 하나의 것이 거리에서 가슴으로 이주해왔다.

138~139p.
...그것은 분명히 하나의 클럽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말하자면, 경기가 없어도 찾아와서 경기장에 감도는 전운과 백 년 이상 쌓아올린 승리와 실패를 맛보게 하는 것, 그리고 승리와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 경기장이 살아온 것처럼 선수들도 살아갈 것이며, 관중들도 살아갈 것이라는 것. 어떤 이는 축구선수로, 어떤 이는 해설자로, 어떤 이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으로,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즐거워하는 것 사이를 오가며 계속 살아갈 것이라는 것, 결국 시합도 훈련도, 여행도 일상도, 여유도 바쁨도, 칭찬도 비난도 언젠가는 승리와 패배처럼 그저 ‘삶이라는 명사 하나 이상(의 그 무엇)‘에 켜켜이 쌓여갈 뿐이라는 것.

143p.
...하지만, 어쩐지 추억의 앨범을 펼쳐야만 살아나는 예술가는 쓸쓸하다. 비단 예술가에게뿐 아니라, 그 쓸쓸함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느껴진다. 사람과 술은 오래될수록 좋지만, 오래돼서 좋은 이유는 만날 수 있고, 꺼내 마실 수 있기 때문 아닌가. 나는 그렇기에 굳이 ‘X-Japan 적인 삶‘과 ‘안전지대적인 삶‘을 택하라고 하면, 약간은 망설일지 모르겠으나 결국은 후자를 택할 것이다. 박물관에 사진으로 걸린 채, 견학 온 초등학생들에게 ‘저런 사람이 있었어요. 굉장히 용감하게 싸웠고, 굉장히 장렬하게 전사했어요‘라고 소개받는 건 곤란하다. ‘일동 묵념‘ 같은 존경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144p.
...누구나 생의 길을 걷다 보면 진흙이 묻기 마련이고, 햇볕을 쬐다 보면 검게 그을리기 마련이고, 즐겁게 웃다 보면 주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마련이기 마련인 것을 외면하려면 자신을 혹독하게 박제시킨 후, 박제된 자신, 즉 삶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만을 안주삼아 술잔을 들이켜며 생의 나날들을 고독하게 보내야 한다....

157p.
...역시 사람은 사회적 계급을 모두 떼버리고 무작위로 모여봐야, 인생에서 자신이 처한 위도와 경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즉, 나도 그만큼 나이를 먹어버렸다는 것을 훈련을 받으러 온 동년배들을 통해 뒤늦게 깨달았다.

198p.
..우리는 여행을 떠났을 때, 뭐든지 빌려 쓰는 걸 당연하게 느낀다. 그런데, 폭넓게 보자면 천상병 시인이 이 땅에서의 삶을 ‘한 번의 소풍‘으로 비유했듯, 인생 자체가 한바탕 여행 아닌가. 즉, 우리 인생을 긴 여행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빌려 쓰면서 그것을 내 것으로 긍정하며 지낼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명백한 착각이지만,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낙관적인 착각이라 할 수도 있다. 오늘은 ‘백세 시대‘라는 예기치 못한 생의 연장을 부여받은 우리에게, 과연 소유란 무엇이고 대여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려 한다.

200p.
..물론 집만 이런 건 아니다. 소모품, 가령 연필이나, 노트북이나, 전화기 따위는 나보다 일찍 죽어버린다. 온전히 내 것이라면 내가 웃고, 우는 평생 동안 함께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것들은 그저 내게 잠시 머무를 뿐이다. 비록 내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표면적으로는 내 소유로 인정을 받더라도, 그것들은 언제나 살아 있는 나를 떠나 어느 순간 죽어버린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떠나보내야 한다. 과연 나를 스쳐지나갈 뿐인 것을, 온전한 내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경제학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구매‘란 비용을 지불했더라도 결국 ‘화폐의 교환행위‘인 것이다. 화폐와 물품을 교환했지만, 그 물품이 온전히 내것이 될 수 없다면? 나는 결국 모든 것을 빌려 쓰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인생은 ‘끊임없이 뭔가를 빌려 쓰는 날들의 연속‘이다.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이 땅에서의 삶의 전제조건이다. 물론, 모든 이의 생이 이렇다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일단 내가 처한 생은 이렇다.

200~201p.
..이 생각이 햇살처럼 꾸준히 마음을 비추면 얼음처럼 견고했던 헛된 희망도, 쓸데없는 꿈도 스르륵 녹게 된다. 인생은 담백해지고, 바라는 건 소박해지고, 일상은 간결해진다. 소유에 대한 집착도 줄고, 상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준다. 원래 내 것은 없었기에, 당연히 모든 걸 빌려 쓴다고 여기게 된다. 이렇듯 하루씩 자신의 삶을 빌려 쓰게 된다. 결국, 삶 전체가 빌려 쓰는 것이 된다.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232p.
..약간 동떨어진 인용이긴 하지만, 언젠가 한 소설가의 산문집에서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차밭 주인은 남의 밭 차에 대해 품평하지 않는다."....

234p.
..굳이 이런 걸 바라고 사는 건 아니지만, 이런 원칙이 삶이라는 바쁜 여정에 오른 행인에게 건네는 차 한잔 정도는 된다. 여하튼, 차밭 주인은 남의 차에 대해 품평하지 않는다. 같은 의미로, 작가 역시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해 품평하지 않는다. 인간 역시 다른 인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소설을 쓰건, 차 농사를 짓건, 그 밭 옆길을 지나가건, 삶은 누구에게나 정직하게 다가온다.

240p.
..간혹 밤에 스탠드를 켜놓고 <You Can‘t Go Home Again>을 즐겨 듣는데, 시원한 밤바람이 들어오는 5월, 창을 열고 들으면 정말 좋다. 특히 좋은 건 트럼펫을 연주하다 숨이 차서 쳇 베이커가 숨을 들이쉬는, 즉 들숨의 소리인데, 듣다 보면 ‘그래, 결국 사람이 하는 거였군‘ 하는 생각이 든다. 들숨과 날숨으로 양분해서 생각하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트럼펫 연주는 결국 전적으로 날숨에 의존해 있는데 어쩐지 들숨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아니,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 거야‘라고 의문을 품게 된다....

285p.
..살다보니 점차 삶의 아픈 면이 보인다. 게다가 내게도 어느덧 흰머리가 하나씩 생길수록 ‘유머의 모발(이란 게 있다면, 이 소중한 것)‘이 하나씩 줄어가는 기분이다. 하여 요즘 바라는 것은 기왕 유머의 모발이 줄어간다면, 웃음의 대가로 상처를 치러야 했던 뾰족한 유머의 모발이 줄어가는 것이다. 대신 나와 당신이 함께 즐겁게 살 수 있는 유머의 모발은 천천히 줄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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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화가이자 건축가인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는 ‘집은 제3의 피부’라고 말했다. 우리 몸의 피부와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다음으로 집은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인 것이다....

...카펫은 공간에 섬을 만들어준다. 카펫 위에 식탁과 의자를 놓으면 거실에 있는 ‘식당 섬’이 되는 것이다....

..공간은 항상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말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공간과 물건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 공간과 물건은 우리에게 심미적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미적 인상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측면은 주변 환경이 보여주는 ‘미스터리’이다. 즉 비밀스러운 것, 뭔가 더 알아내고 싶게 하는 것, 다음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형상물을 말한다. 수풀과 나무로 가려져 여러 공간으로 구획된 정원은 한눈에 훤히 들어오는 정원보다 더 신비스럽게 느껴져 사람들이 흥미로워한다....

..건물 구성 방식에 대한 규정이 많을수록 그 공간에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대한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빈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다.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는 기존의 건축 양식과는 거리가 먼 건물을 지었다. 곡선을 이용한 유기적인 형태, 불규칙적으로 설치한 창문, 직선이 없는 공간, 알록달록한 색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을 보며 감탄하지만 정작 이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독특한 건축 양식과 건물에 압도되어 그 공간에 동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세입자 교체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 건물 안에서 안락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3의 피부인 집에서 계속 낯섦과 불편함을 느낀다.

..자기 공간에 대한 동화는 근본적으로 끝이 없다. 어떻게 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동화는 지속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인생 자체가 늘 변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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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p.
..잔을 든 고가미의 손이 젖어 있었다. 잔에 묻은 물방울일 것이다. 그냥 물인데도 묘하게 생생해서 나는 눈을 돌렸다.
.."방이 지저분한 것은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그 애가, 전에 왔을 때보다 물건이 늘어난 거 아냐, 하고 물었어요. 그게 엄청 부끄러웠어요."
..어서 오세요, 하고 종업원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물건이 점점 늘어나고 그걸 버릴 수 없는 게 엄청 부끄러워요."

96p.
.."넌 언제나 분발하는 사람을 무시해."
..하지만 아키라의 입에서 나온 것은 예상 밖의 말이었다.
.."뭐?"
.."자기는 늘 노력하지 않는데도 선택받는다고 생각하지? 언제나 수동적인 자세로, 그래서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뭔가를 얻으려는 사람을 무시하는 거 아냐?"

110p.
..어빙에 대해 스구는 이렇게 말했다.
.."어빙은 모든 사물을 같은 간격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사건에 우열을 두지 않고 같은 종이 위에 놓고 있지. 그거야말로 소설이 할 수 있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197p.
..나는 자신의 말에서 ‘구세주‘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줌마가 경험한 사건, 거기서 만난 말에 필적하는 것을 내 몸에서 짜내는 것이 가능할 리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나는 그만큼 절실하게 말을 원하는 게 불가능했다. 내가 쓰는 말이 이 세상에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내 말은 평범한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39p.
..스미에도 다정했다. 그리고 미지근한 탕 같았다. 하지만 스미에와 있으면 자신이 아무래도 전락했다는 생각을 하고 만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연상의 스미에에게 의지해 살고 있는 서른세 살의 머리숱 적은 자신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스구와 고가미와 있으면 나는 간단히 자신의 황금시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스구와 있었을 때 얼마나 빛났었는지를, 내가 고가미와 있었을 때 여자애들이 얼마나 술렁거렸는지를, 나는 현재의 자신을 무시하고 돌이켜볼 수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천박한 행위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나는 현실의 자신에게 실컷 혼나고 있었다.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게는 빛나는 추억 안에서만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

277p.
..나락의 밑바닥에도 단계는 있다.
..나는 몇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높이의 단을 하나 올라가 어떻게든 스미에를 내려다보려고 했다. 내가 스미에에게 차갑게 대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스미에와의 약속보다 스구나 고가미와 만나는 일을 우선시했고, 스미에의 문자를 무시해버린 일도 종종 있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나와 스미에의 관계는 스미에의 일방적인 애정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스미에는 쓸쓸했던 것이다. 쓸쓸해서 자신이 없고, 그래서 잘못을 범한 것이다.

298p.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스구와 고가미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은 아마 평소에 가던 패밀리 레스토랑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연락하지 않고 가는 것에서 나는 의미를 찾고 있었다. 약속하지 않고 가도 두 사람이 평소의 장소에 있는 것이 내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308~309p.
.."물건이 늘어나는 게 부끄러워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고가미가 유일하게 부끄러워한 것. 물건이 늘어나는 것. 그것은 아마 ‘계속 살아갈 의사‘였을 것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언니를 보고 고가미는 자신이 계속 살아가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바로 스구가 대지진 후에 생각했던 것처럼.

313p.
..시간은 남아돌 만큼 있었다. 나는 책을 읽었다. 텔레비전을 틀어 환하게 웃는 누군가를 보는 것이 두려웠고 음악을 틀어 우연한 소리에 환기되어 우는 것이 두려웠다. 아무튼 나는 무음 상태로 있고 싶었다. 누구의 목소리도 들어오지 않는, 나의 기척밖에 없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책은 능동적으로 몰두할 생각이 드는 유일한 것이었다.
..제목을 보고 고통스러워질 것 같은 책은 읽지 않았다. 특히 《호텔 뉴햄프셔》는 책장 깊숙이 넣어 보이지 않게 했다. 스구가 떠올라 고통스러워졌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집 안에 있는 모든 책을 읽는 게 두려워졌다. 책장은 나의 역사였다. 과거와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

410p.
..읽기 시작하자 나는 순식간에 나라는 윤곽을 잃고 베리가(家)의 가족에게 바싹 달라붙을 수 있었다. 함께 웃고, 함께 화내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함께 죽고, 그리고 또 계속 살았다. 소설의 훌륭함은 거기에 있었다. 뭔가에 사로잡혀 있던 자신의 윤곽을 한번 철저하게 해체하는 것, 파괴하는 것. 나는 그때 그저 읽는 사람이 되었고, 나는 내가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다 읽었을 무렵 나는 나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내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무엇에 눈물을 흘리며 무엇을 꺼리고 무엇을 귀중하다고 생각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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