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화가이자 건축가인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는 ‘집은 제3의 피부’라고 말했다. 우리 몸의 피부와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다음으로 집은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인 것이다....

...카펫은 공간에 섬을 만들어준다. 카펫 위에 식탁과 의자를 놓으면 거실에 있는 ‘식당 섬’이 되는 것이다....

..공간은 항상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말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공간과 물건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 공간과 물건은 우리에게 심미적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미적 인상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측면은 주변 환경이 보여주는 ‘미스터리’이다. 즉 비밀스러운 것, 뭔가 더 알아내고 싶게 하는 것, 다음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형상물을 말한다. 수풀과 나무로 가려져 여러 공간으로 구획된 정원은 한눈에 훤히 들어오는 정원보다 더 신비스럽게 느껴져 사람들이 흥미로워한다....

..건물 구성 방식에 대한 규정이 많을수록 그 공간에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대한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빈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다.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는 기존의 건축 양식과는 거리가 먼 건물을 지었다. 곡선을 이용한 유기적인 형태, 불규칙적으로 설치한 창문, 직선이 없는 공간, 알록달록한 색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을 보며 감탄하지만 정작 이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독특한 건축 양식과 건물에 압도되어 그 공간에 동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세입자 교체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 건물 안에서 안락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3의 피부인 집에서 계속 낯섦과 불편함을 느낀다.

..자기 공간에 대한 동화는 근본적으로 끝이 없다. 어떻게 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동화는 지속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인생 자체가 늘 변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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