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p.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는 엄살이었던 거고, 앞으로는 실제로 가난해질 확률이 너무나 높지. 그게 무서워."
..나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빈곤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것은 과도한 징징거림일 수도 있고, 지극히 냉철한 현실 인식일 수도 있다.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사회가 안내하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지를 가지고 돌파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고, 성장이 끝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체념하고 적응해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들이 삶의 전반에서 부조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제적인 형편 이상의 것을 원하는 사람 앞에 준비된 명쾌한 조언이 있다. 분수에 맞게 살라. 그러나 여전히 무언가에 취해 있는 우리들은 삶의 곳곳에 놓인 풍요의 파편들을 맛보며 살아간다.

71p.
..이 세계의 질서가 돈 많은 이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다. 오롯이 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애초부터 격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뒤섞인 채 정확히 돈을 낸 만큼의 서비스를 받는 공항처럼 적나라하게 계급을 인식시키는 장소도 드물다.

72p.
..키스 페인은 사람들이 실제적 가난보다 가난하다는 느낌을 더욱 참을 수 없어 하며, 이 느낌이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성급하게 선택하도록 부추긴다고 말한다....

73p.
..사회에서의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공항이라는 위성 도시에서만큼은 부지런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한다.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패스트 트랙에 서고, 라운지에 준비되어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음식들을 먹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곳에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쿵, 하고 닿는 순간 우리는 빠르게 현실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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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부는 시간이다. 시간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삶의 행복 지수는 뜨겁게 높아졌다. 스트레스는 줄고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아름다움은 늘어났다.
..기다리는 10분, 20분은 내게 무가치한 시간이 아니다. 나는 시간을 보내는 최고의 방법을 연마해왔다. 글을 쓰고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는다. 어디든 자리잡고 앉을 공간과 책 한 권, 수첩 하나, 펜 한 자루만 있다면 몇 시간이고 시간을 소중하고 알차게 쓸 수 있다. 내가 두려운 건 시간이 족쇄가 되어 나를 몰아세우는 상황이다.

..수납 도구도 결국 물건에 지나지 않고, 물건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종류 불문하고 쓰임이 명확해야 한다고 믿는다. 수납함도 모이면 ‘짐‘이 된다. 집안은 온갖 수납함과 박스들로 넘쳐날 것이다. 지저분함을 피하려고 물건마다 집을 만들어주면 그 집이 결국 또 다른 짐이 되어 새로운 지저분함이 생겨난다. 박스 안에 가두든 펼쳐놓든, 결국 공간을 차지하기는 매한가지다. 수납을 어떻게 할까 궁리하기보다 수납 자체가 무의미해질 만큼 필요한 물건만 남기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좋은 물건만으로 치장한 집은 예쁜 사진을 남길 수는 있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과 소외감을 심어준다. 왜 미니멀 라이프는 감각적인 이미지가 항상 함께하는 걸까? 나 또한 종종 헷갈린다. 대체 사진 속 모습이 외치는 미니멀 라이프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 하다 하다 안 되면 방법에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고민해보다가 진지하게 고민을 토로할 수는 있다. 보통은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같은 문제를 겪으며 먼저 극복한 사람에게 묻는다. 그럴 때는 조용하지만 확신 있게 내 이야기를 들려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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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p.
...물론 사람에 대해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건 터무니없이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하면 정말이지 이 세상 어떤 것이든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것이 당신의 사상 그 자체이기도 했다.

57p.
...그렇다고 해서 해가 지기 전부터 당신의 이불로 비집고 들어가 섹스를 할 생각도 없다. 그런 일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당신과 나는 같은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같은 빨대로 주스도 마실 수 있지만, 우리들 사이에서 성(性)은 사용 가능한 통화(通貨)가 아니다. 성은 훨씬 더,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것이다.

114p.
..인간은 이동거리에 비례해서 지치는 법이라고 쇼코씨는 말했다. 그것이 정말이라면 내 아버지 같은 사람은 벌써 오래 전에 보통 사람의 일생만큼 지쳐버렸겠지. 나는 프론트에서 일하면서 거의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히 하루치의 피로를 느낀다. 마츠오카 씨를 만나러 갈 때는 지치지 않지만, 돌아오는 열차에서 한꺼번에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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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7p.
..한편 도쿠토미 소호는 본래 ‘부잣집 자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보고, ‘젊은이의 인격‘을 다섯 가지로 유형화했다. 안정 지향적이고 윗선의 말을 잘 따르면서 분위기도 정확히 파악하는 ‘모범 청년‘, 자기중심적이고 부자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성공 청년‘, 자유 경쟁 시대(다이쇼 시기)가 불러온 ‘삶의 고통‘을 감지하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번민 청년‘, 육욕의 노예가 되어 퇴폐적인 나날을 보내는 ‘탐닉 청년‘, 자신을 찾지 못하고 부화뇌동하며 세태에 휩쓸리는 ‘무색(無色) 청년‘이 그것이다. 미야다이 신지(宮臺眞司)처럼 고도의 통계 분석을 활용한 ‘예기 이론적 인격 시스템 유형론‘은 아니지만, 오늘날에도 통용될 만한 다섯 가지 유형이다.

87p.
..다시 말해, "젊은이는 발칙하다."라는 식으로 젊은이를 ‘이질적인 타자‘로 간주하는 지적은, 이미 젊은이가 아닌 중·장년층의 ‘자기 긍정‘이자 ‘자아 찾기‘의 일종인 것이다.
..자기가 사회에서 ‘이질적‘이라고 느낀 대상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그 스스로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이것과는 반대로 자신이 느끼기에 ‘이질적인 대상‘을 ‘이질적‘이라고 잘라 말해버리면, 그 스스로 ‘이질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게 된다.

133~134p.
..전 교토 대학교(京都大學) 교수인 오사와 마사치(大澤真幸, 52세, 나가노 현)는 조사에 회답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인간은 어느 순간에 "지금 불행하다.", "지금 생활에 불만족을 느낀다."라고 대답하는 것일까? 오사와 마사치에 따르면, 그것은 "지금은 불행하지만, 장차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때라고 한다.
..미래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사람이나 장래의 인생에 ‘희망‘이 있는 사람은 "지금 불행하다."라고 말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제 자신이 ‘이보다 더 행복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즉,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됐을 때, "지금 행복하다." 혹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라고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

213~214p.
..특정 사회 운동을 준비하면서 자원을 획득하고자 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그 구상(framing)이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이나 브랜딩(branding)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사회 운동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것의 성공적인 예는 미국의 ‘공민권운동‘이다. 본래 흑인이 주도했던 공민권 쟁취 투쟁은 ‘권리와 기회의 평등‘이라는 다각적인 구상을 내세웠기 때문에, 여성과 장애인, 아메리카 원주민, 노인 등 다양한 소수자(minority)를 해당 사회 운동의 테두리 안으로 유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공민권운동‘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사회 운동이 대체로 ‘당사자‘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최근의 사회 운동은 꼭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대상을 포괄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의 사회 운동은 점차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사회 운동은 심각한 얼굴로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라고 외치는 대신, 마치 축제에 참가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218~219p.
..사람들이 행동을 시작하고, 그것이 대규모 운동으로 이어지는 계기. 바로 그들이 지닌 가치관이나 규범의식이 침해당했을 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2장에서 서술했듯이, 젊은이들의 가치관은 더욱 컨서머토리화하고 있다. 무언가 높은 대상을 향해 분발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관계 등 자신과 가까운 세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격차사회‘라든가 ‘블랙 기업‘이라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도, 젊은이들 스스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는 한 대규모 시위 따위는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자신들의 사회‘가 침해되거나 ‘자기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계‘가 지적을 당했을 때는 어떤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315~316p.
..전쟁이란 본디 제노사이드(genocide)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이 아니다. 가능한 한 인프라와 인명을 보존하면서 자기 피해를 최소화하는, 그러면서도 상대 통치 기구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외교 수단이다. 20세기에 벌어진 숱한 전쟁처럼 대규모 공습을 하지 않더라도, 전력이나 수도 차단, 통신망의 파괴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일본‘을 지배할 수 있다.
..‘일본‘이 사라지더라도, 일찍이 ‘일본‘이었던 나라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국가의 존속보다도, 국가의 역사보다도, 국가의 명예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물론 ‘일본‘은 지켜야 할 대상이지만) 굳이 ‘일본‘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나는 ‘일본이 끝장날지도 모른다.‘라고 초조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일본이 끝장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뭐?‘라는 생각만 든다. 역사가 가르쳐 주었듯이, 인간에게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의외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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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p.
..나는 임신한 적은 없지만 아주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어. 나 자신에게, 내 남동생에게, 내 어린 엄마에게도 엄마가 되려다 보니 내 안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가야 했어. 존재의 속살까지 들어가 나 자신의 힘뿐 아니라 태어나지 않은 너의 영혼까지 발견했지. 어쩌면 두 개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설명은 못하겠어. 그렇지만 왜 그래야만 했는지는 말할 수 있어.

30p.
...계급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으니, 우리의 경험이나 우리가 느끼게 되는 수치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그 즉시 무효화될 수밖에 없었지. 계급을 인식하지도 않았고 입 밖에 내어 이야기하지도 않았어. 그러니 나 같은 아이, 즉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고 서랍 속을 뒤져 내가 사랑하는 속을 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과거를 알아낼 단서를 찾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하루하루가 조용히 좌절감의 대못을 박아넣는 것 같았단다. 내가 어릴 때 느꼈던 가장 주요한 감정은 문제가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겠는데 다들 문제가 없다고 말할 때 느끼는 좌절감이었어.

58p.
...우리 여자들은 이런 뼛속 깊이 흐르는 걱정을 물려받았어. 베티 할머니도 처음 가본 햄버거 가게나 길가 모텔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고 괜찮다 싶을 때 하는 첫마디가 늘 "깨끗하네"였지.

58p.
..그래서 어릴 때 내가 맨날 하지 말라는 말만 듣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말하지 마, 숨 쉬지 마, 웃지 마, 울지 마. 내 존재로 인해 드는 비용, 먹는 음식,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차지하는 공간, 나는 전부 의식했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비용이 정당화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내 존재의 가치는 우리 어머니나 그 이전의 무수한 사람들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게 아니라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 되었지.

116p.
..위험이 곳곳에 있는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삶은 몸뿐 아니라 뇌에도 흔적을 남겨. 뇌에서 원초적 공포를 느낄 때 싸우거나 도망가는 반응을 관장하는 편도가 커지고 그 상태가 유지되지. 만성 스트레스 아래에서 과도한 각성 상태가 계속되다 보면 신체에도 영향이 가는 거야.

125~126p.
..어딘가에서 "내가 소화하지 못한 것은 남에게 전달하게 된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어. 그래서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사람이 바뀔 뿐 아니라 계급의 지표와 결과 등 삶의 요소들마저 바뀌는 모양이야. 좋은 사람들의 슬픔, 분노, 두려움을 받아 소화한다는 게 어떤 건지 나는 알아. 보통 밤에 혼자 깨어 누워 있을때 일어나는 일이란다. 무언가 쓰디쓴 것을 영혼으로 삼켜, 그게 안을 할퀴다가 마침내 녹아 흩어지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조금 괜찮아지는 느낌이야.

162p.
..시골은 어떤 경치나 스타일, 의식적 태도가 아니라 우리에게는 실제적·물리적 공간이었어. 시골 경험은 사실 시골을 상품화하는 문화의 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로 정의되는 거지. 시골은 절대적인 고독이 끝없이 뻗은 곳, 이따금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 달려 사회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에만 간간이 그 고독에서 벗어나는 곳이야.

202p.
..오후가 되면 아이들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에서 나갔어, ‘영재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뭔가 비밀스러운 것에 참가하려고 지하로 내려가는 거래. 그런 게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있었지. 날마다 아이들이 내려갈 때마다 나도 얼마나 같이 가고 싶었는지 몰라. 나는 그때까지 살면서 내내 목구멍 속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만 같은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느낌을 안고 살아왔거든. 그래서 기회의 기미를 띤 것이라면 무엇에든 신경을 곤두세우게 됐지.

248p.
..새끼 돼지, 송아지, 병아리 들과 달리 아무도 너를 시장에 내다 팔거나 도축장으로 끌고 가 고기로 갈아버릴 수는 없었지. 너는 농부와 농장 동물들의 삶을 결정짓는 시장을 넘어서는, 국가와 교회가 네게 부과하는 수치를 넘어서는 존재니까. 너는 내가 내 방 거울 안에서 보는 여자아이보다 더 절절하게 살아 있는 존재, 불확실한 세상보다 더 고요한 존재,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성스러운 존재였어.

265p.
..나도 자라면서 가끔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어. 나한테는 충분히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게 뭔지 알지. 어떤 때에는 부끄러운 건지 뭔지 모를 때도 있었지만.

393p.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간주하는데 우리한테는 그보다 더 심한 모욕은 없어.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진보주의자들은 자신의 능력 덕에 부를 얻게 되었지만 관대하게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세금을 내는 거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할 수 있어.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실패를 인정하고 자기를 도와줄 가능성이 더 높은 당에 표를 던지거나, 아니면 다른 당, 희망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근면한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다른 당에 표를 던지거나. 어려운 선택 아니니. 나도 처음에는 엄마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였어. 사실 부모님의 정치관을 이어받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친구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였지.

409p.
..내가 사는 곳과 내가 살았던 곳의 이야기를 짜 맞추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어. 도무지 모아지지 않을 듯 먼 거리였으니까.

410p.
..너는 내 것이 되지 않을 가난한 아이였어. 내가 영영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너를 가질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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