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p.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는 엄살이었던 거고, 앞으로는 실제로 가난해질 확률이 너무나 높지. 그게 무서워." ..나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빈곤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것은 과도한 징징거림일 수도 있고, 지극히 냉철한 현실 인식일 수도 있다.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사회가 안내하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지를 가지고 돌파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고, 성장이 끝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체념하고 적응해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들이 삶의 전반에서 부조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제적인 형편 이상의 것을 원하는 사람 앞에 준비된 명쾌한 조언이 있다. 분수에 맞게 살라. 그러나 여전히 무언가에 취해 있는 우리들은 삶의 곳곳에 놓인 풍요의 파편들을 맛보며 살아간다.
71p. ..이 세계의 질서가 돈 많은 이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다. 오롯이 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애초부터 격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뒤섞인 채 정확히 돈을 낸 만큼의 서비스를 받는 공항처럼 적나라하게 계급을 인식시키는 장소도 드물다.
72p. ..키스 페인은 사람들이 실제적 가난보다 가난하다는 느낌을 더욱 참을 수 없어 하며, 이 느낌이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성급하게 선택하도록 부추긴다고 말한다....
73p. ..사회에서의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공항이라는 위성 도시에서만큼은 부지런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한다.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패스트 트랙에 서고, 라운지에 준비되어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음식들을 먹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곳에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쿵, 하고 닿는 순간 우리는 빠르게 현실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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