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281p. [지적 거인이 되는 법]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며 내가 느끼는 격렬하면서도 막연한 경멸감을 해석해준 챕터.

55p. ...그들은 엘리트에 반대하며 자란 엘리트다. 그들은 부유하지만 물질주의에 반대한다. 그들은 평생을 무언가를 팔면서 살지만 자신들이 팔리는 것은 싫어한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반기득권적이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새로운 기득권 계층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69p. ..개인의 사회적 지위는 순자산과 그의 반물질적 태도를 곱한 값이다. 하나라도 0이 있다면 지위는 0이고, 양쪽 숫자가 모두 높다면 지위가 아주 높은 셈이다. 따라서 좋은 대접을 받으려면 그럴싸한 소득을 보여 주는 동시에 세속적 성공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 당신은 늘 주위 사람들보다 한 단계 더 낮게 옷을 입어야 한다. 문신을 하거나 픽업트럭을 몰거나 혹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서 반지위적 일탈로 보는 행동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또 본인의 성공은 보잘것없다는 듯이 대화해야 한다. 업적을 드러내면서도 짐짓 감추며 모순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 계속 여피족을 속속들이 깎아내려야 스스로가 아직 그들처럼 되지 않았음을 보여 줄 수 있다....
107p. ...그리니치 빌리지에 거주하던 작가이자 편집자인 말콤 카울리는 1934년에 발표한 『망명자의 귀환』에서 20세기 초반 미국의 보헤미안이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보헤미안은 그의 말을 옹호한다.) "아이들에 의한 구원을." 우리는 각자 특별한 가능성을 품고 태어나지만, 사회는 그걸 조금씩 말살한다. "자기표현의 관념을." 삶의 목적은 내적인 자아의 개성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데 있다. "이교도의 관념을." 육체는 사원이며 나체와 섹스는 불결하지 않다. "현재를 사는 관념을." "자유의 관념을." 모든 법률과 관습은 철폐되어야 한다. "여성 평등의 관념을." "심리적 적응의 관념을."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억압받거나 부적응했기 때문이다. "장소 전환의 관념을."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새롭거나 활력 넘치는 곳으로 갈 때 비로소 진실을 마주한다.
130p. ..이런 추세가 이어진 결과, 교육받은 계층과 그들의 소지품 사이에 모험 격차가 생기고 있다. 그들이 소지한 물건들은 그들이 실제로 하는 일보다 더 위험한 활동을 위해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안데스산맥 등반용으로 만들어진 등산화는 주로 농산물 시장을 활보한다. 혹한기도 견딜 최고급 양모 외투는 편의점의 시원한 복도를 걸을 때 걸친다. 사륜구동 자동차들은 기껏해야 진흙탕길을 좀 지나는 정도의 험한 여행길을 달린다. 다만 귀족 시대의 위선이 정중함을 가장한 무례함이었던 것처럼 오늘날 보보들의 거친 장비는 모험으로 위장한 편안함이라 하겠다.
137p. ..이러한 지위 전도顚倒의 방식은 복고적이면서 동시에 하향적이다. 그냥 낡은 물건을 사는 행위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추가적으로, 사회적 계층 사다리 밑으로 내려가 더 가난한 사람들이 쓰던 소지품을 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전 소유자들이 너무도 소박하고 순수해서 물건의 대단한 가치를 몰랐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의 의미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그런 물건들로 주위를 장식해야 한다. 그래서 보보들은 더 부유해질수록 더 셰이커(Shaker, 자급자족하며 검소한 삶을 추구한 개신교의 한 종파) 교도처럼 산다.
181p. ...과거 100년 동안의 보헤미안들처럼 로작도 자기통제보다 자기표현을 더 강조했다. 그는 자기확장이 삶의 목적이라고 믿었다. 그는 "우리들 각자가 한 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는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순수하게 경험할 줄 알고 지극히 광대한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쓸 줄 아는 온전히 통합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196~197p. ...한마디로 말하자면, 메티스를 지닌 사람은 흐름을 안다. 어떤 것들이 어울리고 어떤 것들이 어울릴 수 없는지,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질 때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하는지 안다.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를 구분할 수 있다. 이사야 벌린은 고전적인 에세이 『고슴도치와 여우』를 쓰면서 메티스를 알게 됐다.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우연히 처한 상황에서 우여곡절을 인지하는 특별한 감각이다. 영구적인 조건이나 바꿀 수 없는, 혹은 완전하게 설명하거나 계산할 수 없는 요인에 집착하지 않고 살아가는 능력이다." 이와 같은 지식은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다....
224p.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식인들은 궁극적으로 신성화의 힘을 독점하고자 경쟁한다. 특정 분야의 정상급 개인이나 기관은 그들이 좋아하는 인물과 주제, 담론 방식에 권위와 명예를 부여할 힘을 지닌다. 이와 같은 신성화의 힘을 지닌 사람들은 취향에 영향을 끼치고 특정한 방법론을 선호하고 특정한 원칙을 수립한다. 이처럼 막강한 신성화의 힘을 갖는 것은 지식인들의 꿈이다.
246p. ...언젠가 어느 현명한 사람이 이렇게 얘기했다. 작가의 궁극적인 힘은 어떤 사람들의 비위를 맞출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데 있다고. 저자는 첫 번째 저서의 제목을 정할 때 자신이 평생 비위를 맞출 고객층을 염두에 두고 선택할 수 있다....
295p. ..요약하면, 도덕적 기준은 반드시 일시에 부상하거나 몰락하는 것이 아니다. 선행과 악행의 분명한 기준이 갑자기 생겼다가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은 주식 시장에서의 선물 거래만큼이나 복잡한 것이어서 어떤 기준이 한쪽에서는 떠오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떨어진다. 결국 우리가 엄격해지는 것인지 느슨해지는 것인지 알기 어렵게 된다....
364p. ..그래서 우리 보보스는 많은 선택이 있는 세상에 살지만, 목숨까지 거는 신념의 삶은 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심오한 진실, 가장 깊은 감정, 혹은 가장 높은 소망에 접근할 수 있는 삶 또한 살지 못할 것이다. 종국적으로 자유와 신념, 덕행과 풍요, 자율성과 공동체를 조화시키려는 이와 같은 시도의 문제는, 그것이 무언가 끔찍한 분열이나 부도덕한 퇴폐주의로 이어진다는 점이 아니다. 그보다는 너무 많은 타협과 영적인 애매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끝없이 선택만 하려는 사람은 결국 신념도 아니고 자유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 직면할지 모른다. 그들은 결국 중도적이지만 아무 쪽도 아닌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때로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우리는 비록 그런 통합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그 대신에 우리 자신은 더욱 피상적이 되었고 깊고 높은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382p. ..정말로 조화로운 방식의 친밀한 권위는 과도한 개인주의와 공식적인 권위 사이의 제3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강력한 물체가 더 작은 물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물리학적인 권위가 아니다. 그것은 생태계의 모든 구성체가 서로에게 점진적이고 은근한 압력을 행사해 전체적인 네트워크가 번창하도록 하는 생물학적인 권위인 것이다. ..이런 은근하지만 지속적인 압력을 과거의 보헤미안들은 억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마을을 떠나 대도시의 익명성과 자유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보보들은 공동체를 추구하며, 해방과 자유보다 통제를 더 선호한다. 그들은 이제 보수주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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