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p.
...부모가 있기에 나도 있다는 발상은 국가가 있기에 국민도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와 직결되는 최대 악이다. 나아가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는 맹독이다.

15p.
..부모들의 무심함에는 그저 기가 찰 따름이다. 관찰력도 사고력도 없는, 거의 동물에 가까운 생물이 인간의 꼴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판단력이라는 것을 약간이라도 갖고 있다면, 이런 잔혹한 세상에 자식을 내보내는 무자비한 짓을 저질렀겠는가.

24~25p.
..집을 떠난다는 것은 제2의 탄생을 뜻한다.
..제1의 탄생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부모 의지에 따른 것이지만, 제2의 탄생은 그 전권을 자식이 쥔다.

38p.
..자식은 우선 자신이 어떻게 키워졌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성격이 어떠한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려 하지 않거나 게으름을 피우고 외면하려 한다면, 이후에는 어떤 것도 설계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마음에 생긴 균열이 점점 커져 종국에는 와르르 무너지고 정신도 잃을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문제는, 정확한 자기 인식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 그것이다. 냉정하게 자기라는 인간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다.

47p.
..세상이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도, 그렇기에 재미있게 하기 위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시도해 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세상을 사는 확실한 의미 따위가 존재한다면 또 그 의미의 노예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강제적인 의미가 없다는 것은 자유로운 의지로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라고는 생각지 않는가.

77p.
..그러니 자립의 정도가 그것을 결정하는 셈이다. 자립에 반하는 삶의 방식은 곧 명석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립이란 인간이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충분히 곱씹은 후, 강한 인간을 지향하면서 과감하게 분투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독서와 우애, 교양만으로는 그 왕도를 터득할 수 없다. 혼자 힘으로 이 가혹한 세상을 끝까지 살아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강하고 굳은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몇 번이나 말하는데,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그런 시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다.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렇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생겨난 얄팍한 환영에 불과하다. 끊임없이 긴장하고, 그 긴장감에서야말로 살아 있음과 사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82~83p.
..인간은 분에 넘치는 두뇌를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사용하는 데에는 저항감과 고통을 느낀다. 반면 본능을 관장하는, 서로 물고 뜯고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 파충류와 별 차이 없는 가장 원초적이며 밑바닥에 있는 뇌 부위에 의지하려는 관성은 몹시 강하다.

129p.
..자기 신뢰의 습관을 터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전 생애에 걸친 목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흔들림 없는 목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자립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살아가는 자기만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고, 그 목적을 향해 하루하루 매진하면서 충만감을 느끼느냐 아니냐는 독립한 인간이 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175p.
..자신 속에 어떤 보물이 잠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도 모른다. 그 보석이 하나뿐이라고도 할 수 없다. 몇 개가 숨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대단한 것이다. 평생을 들여 그 보석의 원석을 갈고닦을 수 있느냐에 삶의 진가가 있다. 그 외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무의미한 인생이다.

180p.
..직관만 의지할 뿐 생각하기를 포기한 인간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셈이다.
..헤치고 들어가기 어려운 뇌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그 무한한 힘을 최대한 가동해, 지울 수 없는 자아와 자아를 둘러싼 세계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곧바로 지적인 기능은 쇠퇴해 결판나고 만다. 끝내는 자신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라는 아주 당연한 자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또 세상과 떨어져 있고, 진심이 변치 않는 성실하고 훌륭한 인물과 만날 수 없다. 따라서 경청할 가치가 있고, 생각하며 살도록 도와주며, 유익하고 위엄에 찬 말과도 조우할 일이 없다.

181~182p.
..생애를 다 바쳐도 좋을 만큼의 궁극적인 목표와 목적은 환영 따위가 절대 아니다. 차분히 기다리고 말없이 시시각각 관찰하는 끈질김만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고 언젠가 만날 수 있는 현실 자체이다.
..전심전력으로 노력할 가치가 있는 목적을 향해 길 아닌 길을 걸어가는 자에게 온갖 장소는 보고일 수 있다.
..또한 목표 중의 목표, 목적 중의 목적은 온 정력과 인생을 쏟아 부어도 발전과 진보가 멈추지 않을 만큼 심오한 것이어야 한다. 게다가 아무도 발을 내딛지 않은 미지의 세계와 통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 번 그것을 발견하고 그 길에 발을 디딘 자는 거짓 삶과 진정한 삶을 구별할 수 있다. 나아가 수많은 사람이 혈안이 되어 추구하는 행복, 즉 단순히 본능을 만족시키기 위한 공허한 충만감 따위는 상대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결정되는 이른바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터무니없는 환상으로 자기 삶을, 또는 자신의 죽음을 위로하는 태도에서도 단숨에 벗어난다.
..그런 후에야 청춘 시절이 열리면서 시작된 ‘바람직한 정념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확고한 해답을 얻을 수 있고, 비애와 쾌락의 황홀한 한순간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이 실은 인간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게 깨닫는다.

185p.
..진정한 목적을 지닌 자는 타인과 교류하는 것을 성가셔 한다.
..투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가 생긴 순간 시간이 귀중해져 인간관계를 꼭 필요한 범위로 좁힌다.
..고독하고 암담한 쪽은 이들이 아니라, 타인과 맺은 끈끈한 관계를 끊지 못하는 목적 없는 인간들이다. 타인과 불필요하게 교제하면서 유난히 밝은 척하거나 오기를 부리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인간들이다.
..만약 태어나기 이전에 태어날 확고한 의미와 흔들림 없는 목적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사람은 그 의미와 목적의 노예가 되어 오히려 그것들을 잃고 말 것이다.
..의미도 목적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즉,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의지의 자유로움이 존중된다는 뜻이며, 의지의 세계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컨대 스스로 그것들을 발견하면서 멋대로 사는 것이 좋다는 영원한 암시인 동시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는 의미가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렇게 멋진 조건과 권리는 없다.

196p.
..삶의 노예가 되는 한이 있어도, 죽음을 좇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랜 시간 이어 온 삶을 무시하고 찰나에 불과한 죽음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도 바보스러운 짓이다.
..생명의 친구는 어디까지나 삶이지 결코 삶에 부수적인 죽음이 아니다.
..그러니 삶을 통해 죽음을 응시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삶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로 쟁취하는 것이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악전고투와 고생에야말로 생명의 가치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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