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있어 산책은 교육의 장이었다. 그녀는 읽을 줄 아는 사람들조차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에 의해 통제되거나 억압되지 않은 본능으로, 그녀는 자신이 본 광경이 무엇을 의미하고 함축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구나 장식품, 텔레비전 같은 사물들은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물건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유니스는 커버데일 가족에게는 쌀쌀맞게 대했지만, 사물은 그녀로 하여금 이제껏 느꼈던 감정 중 가장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도록 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커버데일 가족을 특별히 더 냉정하게 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대로 그들을 대할 따름이었다.
..커버데일 가족은 참견꾼들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선의를 품고 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었다. 타인에 대한 품평을 양해해 준다면, 자일즈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의 말을 인용하여 ‘그들의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들은 자일즈가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 이기심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임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거실에 있는 컬러텔레비전을 사용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 텔레비전은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들’의 물건이었다.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인간의 흥미로운 특성은, 비록 살인이나 협박은 주저하지 않았어도, 물건을 훔치거나 주인의 허락 없이 무언가를 빌린 적이 평생 동안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물이란 인생처럼 특정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정해져 있는 것이다. 유니스는 조지만큼이나 사물의 질서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니스는 결코 사람들을 다룰 수 없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말해 그들이 내리는 가정과 결론을 알아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결점이 탄로 나기 직전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그러한 생각에 지배되어, 실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오해하고 말았다....
...알 수 없는 어떤 작용에 의해, 유니스의 머릿속에서 그들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활자로 바뀌어 버렸다. 그들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존재이자, 흰 종이 위에 군데군데 박힌 검은 존재였다. 유니스가 증오했던 동시에 갈망해 마지않았던, 그녀의 영원한 적.
..먼지, 재, 낭비, 욕망, 폐허, 절망, 광기, 죽음, 교활함, 우행, 말, 가발, 넝마, 양피지, 약탈, 판례, 은어, 헛소리, 사기꾼 같은 이름을 한 새들이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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